환경위기, 생태재앙을 보여주는 ‘증언으로서의 자연’전
  전체메뉴
환경위기, 생태재앙을 보여주는 ‘증언으로서의 자연’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28일까지
인간과 비인간 세계 재난 등 모티브
2024년 07월 15일(월) 19:30
박한나 작 ‘유령의 풍경’
흔히 증인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만이 증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연도 증인이다. 사람보다 적확하고 명징하게 증인의 역할을 한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증인이자, 증언을 수행하는 현자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고 있는 ‘증언으로서의 자연’전은 환경위기, 생태재앙 등의 양상을 초점화한다. 자연이 내재하고 있는 상흔의 역사를 반영하고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토리얼 리서치 플랫폼 ‘드리프링 커리큘럼’과 캐나다 연구 창작집단 ‘카운터 메모리 액티비즘’이 협업을 했으며 기획은 멜라니 윌민크와 조주현이 맡았다.

권은비, 박한나, 솔로몬 나글러, 송지형, 안젤라 헤더슨, 양숙현, 정윤진, 정혜정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환경 트라우마에 대한 양상을 주목한다. 한국과 캐나다의 생태적 재난 등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대항적 기억’ 과정을 탐구한다. 특히 광주 상흔의 역사, 캐나다 식민지화의 영향 등을 토대로 글로벌 식민주의가 어떻게 인간과 자연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생태적 재앙으로 이어졌는지 해석한다.

아울러 예술가와 연구자들은 과거의 흔적과 오늘의 생태계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복잡성을 직관적으로 기록한다.

“매끈한 인공 자연은 풍요롭다”는 문구가 적힌 박한나 작가의 ‘유령의 풍경’은 환경위기와 생태 재앙을 은유한다. 인공자연은 결코 풍요롭지 않고 많은 생물을 죽일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풍요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유령처럼 다가온다.

양숙현 작 ‘seongsan-wimi-daepo’
양숙현의 ‘seongsan-wimi-daepo’는 바다 속 특정 풍경을 담아낸 작품으로 보인다. 네모 속 장면은 더 이상 푸르지 않고 변색돼 버린 자연의 모습을 암묵적으로 ‘증언’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조주현 기획자는 “이 전시가 한국의 정치적, 역사적, 생태적 식민성에 대해 성찰하고, 치유와 회복의 과정으로서 문화, 풍경, 역사 사이의 사변적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