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조사위 종합보고서 의미와 한계] 군·경 성폭력 범죄 첫 기록 성과…헬기사격은 모호한 결론
민간인 확인사살 등 학살 기록 남겨
시민 임의처형 사실도 새롭게 규명
잘못된 사인·사망경위 104건 정정
‘윗선 명령 받아 집단발포’ 명시
발포 명령자는 끝내 특정 못해
국가 은폐 의혹, 기존조사 답습 그쳐
시민 임의처형 사실도 새롭게 규명
잘못된 사인·사망경위 104건 정정
‘윗선 명령 받아 집단발포’ 명시
발포 명령자는 끝내 특정 못해
국가 은폐 의혹, 기존조사 답습 그쳐
![]() 24일 오후 서울 중구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종합보고서 대국민 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24일 공개한 종합보고서는 성과만큼 한계도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새로 밝혀냈고, 광주 지역사회가 지적한 개별보고서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발포명령자 등 핵심 쟁점은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일부 부실한 조사 결과를 그대로 담고 있는 점은 한계로 남았다.
◇군·경 성폭력, 총상 사망자 등 새롭게 규명
보고서의 성과로는 최초로 정부 주도 조사보고서에 군·경 성폭력 사실을 기록한 점, 계엄군이 저격수까지 운영하며 민간인을 ‘확인 사살’하고 ‘조준 사격’하며 학살을 자행했다는 기록을 남긴 점 등이 꼽힌다. 무장시위대뿐 아니라 시위와 무관한 시민까지 임의처형(현장 사살)한 사실 등도 새롭게 규명했다.
기존에 사망 경위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104건의 사망 사건에 대해 사인, 사망장소 등 사망 경위를 새롭게 정정했다.
피격 부위가 한 곳인 ‘단발 총상 사망자’ 88명 중 84명(95.5%)이 상체 부위를 피격당한 사실을 확인해 계엄군의 자위권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밝혀냈다.
지만원씨 등 5·18 왜곡 세력이 제기해 온 ‘5·18 당시 북한특수군 광주일원 침투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시하기도 했다.
발포 명령에 윗선이 개입한 사실을 명확히 하고 계엄군이 ‘자위권 차원의 발포’를 넘어서 학살을 자행했음을 명시하는 등 성과도 냈다.
보고서에는 5월 19일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최초로 발포한 경위와 관련, 시위대가 위협 사격을 받아 50여m 정도 도망친 이후에도 계엄군이 M16 소총으로 시위대를 향해 연발 사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도망치는 시위대에게 직격탄으로 부상을 입힌 것으로 위협사격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했다.
계엄군이 최초로 집단발포를 한 5월 20일 3공수여단의 발포와 관련해서도 ‘윗선’의 명령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못박았다. 당시 제3공수여단장 최세창이 윗선과 통화를 한 후, “위급상황에는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명시한 것이다.
◇보고서 초안 왜곡우려 일부 보완
지난 3월부터 공개된 개별조사보고서에서는 5월 21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 권용운 일병을 압사시킨 장갑차가 계엄군의 것인지, 시위대의 것인지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기재돼 과거 법원 판결보다 후퇴한 결론을 내놨다는 지적을 받았다. 권 일병 사건은 “시민군이 계엄군을 먼저 공격해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발포한 것”이라는 계엄군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광주고법 판결을 근거로 ‘계엄군 장갑차 후진 과정에서 권용운 일병이 장갑차에 압사당했다’고 명시돼 우려를 가라앉혔다.
5월 20일 신안사거리에서 발생한 시위대에 의한 정관철 중사 사망 사건은 밤 11시 이후 일어났다고 특정해 계엄군 발포 이후 일어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시민군의 무기고 오전 피탈설과 관련해서는 나주 남평지서의 경우 ‘나주경찰서 경찰관서 피습상황’ 등을 근거로 오후 1시 30분에 예비군무기와 동시에 피탈됐다고 기록했다.
나주 반남지서의 경우 오전 피탈 기록이 ‘전남도경 상황일지’에서만 나오고, 다른 기록에서는 오후 5시 40분~오후 6시로 기록돼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다수의 기록과 진술조사에 반남지서 피습이 한 차례만 이뤄진 것으로 적혔다는 점을 들어 ‘오전·오후 2회 피습설’을 담은 ‘전남도경 상황일지’ 내용을 반박했다.
◇핵심 의혹 규명 아쉬움 남겨
끝내 발포명령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는 5월 21일 오전 전남대 정문 앞 발포는 자위권이 공식적으로 발령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육군 예규’를 위반한 무단 발포이며, 같은 날 오전 8시 전교사령관이 광주와 전남·북지역을 대상으로 진돗개 ‘하나’를 발동하고 일부 병력에게 실탄을 분배하면서 도청 앞 발포로 이어지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발포와 관련된 상하 위계를 비롯해 군사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의 실제 작동 과정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5월 21일 광주천 불로동다리 상공에서 이뤄진 500MD 헬기 사격과 관련해 보고서에는 ‘위협사격 수준 이상의 사격 사실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불명확하게 기술됐다.
5월 22일 조선대 일대에서 AH-1J 코브라 헬기 사격, 5월 27일 전남도청 일대 사격에 대해서도 ‘사격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모호한 문구를 썼다.
국가 차원의 왜곡, 은폐,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기존 조사를 답습하는 데 그쳤다.
진상조사위는 군 기록 왜곡을 자행한 육군대책위원회, 511위원회, 보안사 511분석반 등이 자신의 행위를 부인할 목적 또는 여타의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음을 확인하지 못하고 왜곡되지 않은 군 문서 등 원본도 찾지 못했다고 자인했다.
암매장과 관련해서도 암매장이 이뤄졌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새로운 암매장지나 유해를 발굴하지는 못했다. 계엄군이 지목한 장소 대부분에서 지질과 지형의 변화로 매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무연고 유해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행방불명자 가족의 유전자가 일치한 사례도 찾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기존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새로 밝혀냈고, 광주 지역사회가 지적한 개별보고서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발포명령자 등 핵심 쟁점은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일부 부실한 조사 결과를 그대로 담고 있는 점은 한계로 남았다.
보고서의 성과로는 최초로 정부 주도 조사보고서에 군·경 성폭력 사실을 기록한 점, 계엄군이 저격수까지 운영하며 민간인을 ‘확인 사살’하고 ‘조준 사격’하며 학살을 자행했다는 기록을 남긴 점 등이 꼽힌다. 무장시위대뿐 아니라 시위와 무관한 시민까지 임의처형(현장 사살)한 사실 등도 새롭게 규명했다.
기존에 사망 경위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104건의 사망 사건에 대해 사인, 사망장소 등 사망 경위를 새롭게 정정했다.
지만원씨 등 5·18 왜곡 세력이 제기해 온 ‘5·18 당시 북한특수군 광주일원 침투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시하기도 했다.
발포 명령에 윗선이 개입한 사실을 명확히 하고 계엄군이 ‘자위권 차원의 발포’를 넘어서 학살을 자행했음을 명시하는 등 성과도 냈다.
보고서에는 5월 19일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최초로 발포한 경위와 관련, 시위대가 위협 사격을 받아 50여m 정도 도망친 이후에도 계엄군이 M16 소총으로 시위대를 향해 연발 사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도망치는 시위대에게 직격탄으로 부상을 입힌 것으로 위협사격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했다.
계엄군이 최초로 집단발포를 한 5월 20일 3공수여단의 발포와 관련해서도 ‘윗선’의 명령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못박았다. 당시 제3공수여단장 최세창이 윗선과 통화를 한 후, “위급상황에는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명시한 것이다.
◇보고서 초안 왜곡우려 일부 보완
지난 3월부터 공개된 개별조사보고서에서는 5월 21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 권용운 일병을 압사시킨 장갑차가 계엄군의 것인지, 시위대의 것인지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기재돼 과거 법원 판결보다 후퇴한 결론을 내놨다는 지적을 받았다. 권 일병 사건은 “시민군이 계엄군을 먼저 공격해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발포한 것”이라는 계엄군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광주고법 판결을 근거로 ‘계엄군 장갑차 후진 과정에서 권용운 일병이 장갑차에 압사당했다’고 명시돼 우려를 가라앉혔다.
5월 20일 신안사거리에서 발생한 시위대에 의한 정관철 중사 사망 사건은 밤 11시 이후 일어났다고 특정해 계엄군 발포 이후 일어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시민군의 무기고 오전 피탈설과 관련해서는 나주 남평지서의 경우 ‘나주경찰서 경찰관서 피습상황’ 등을 근거로 오후 1시 30분에 예비군무기와 동시에 피탈됐다고 기록했다.
나주 반남지서의 경우 오전 피탈 기록이 ‘전남도경 상황일지’에서만 나오고, 다른 기록에서는 오후 5시 40분~오후 6시로 기록돼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다수의 기록과 진술조사에 반남지서 피습이 한 차례만 이뤄진 것으로 적혔다는 점을 들어 ‘오전·오후 2회 피습설’을 담은 ‘전남도경 상황일지’ 내용을 반박했다.
◇핵심 의혹 규명 아쉬움 남겨
끝내 발포명령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는 5월 21일 오전 전남대 정문 앞 발포는 자위권이 공식적으로 발령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육군 예규’를 위반한 무단 발포이며, 같은 날 오전 8시 전교사령관이 광주와 전남·북지역을 대상으로 진돗개 ‘하나’를 발동하고 일부 병력에게 실탄을 분배하면서 도청 앞 발포로 이어지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발포와 관련된 상하 위계를 비롯해 군사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의 실제 작동 과정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5월 21일 광주천 불로동다리 상공에서 이뤄진 500MD 헬기 사격과 관련해 보고서에는 ‘위협사격 수준 이상의 사격 사실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불명확하게 기술됐다.
5월 22일 조선대 일대에서 AH-1J 코브라 헬기 사격, 5월 27일 전남도청 일대 사격에 대해서도 ‘사격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모호한 문구를 썼다.
국가 차원의 왜곡, 은폐,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기존 조사를 답습하는 데 그쳤다.
진상조사위는 군 기록 왜곡을 자행한 육군대책위원회, 511위원회, 보안사 511분석반 등이 자신의 행위를 부인할 목적 또는 여타의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음을 확인하지 못하고 왜곡되지 않은 군 문서 등 원본도 찾지 못했다고 자인했다.
암매장과 관련해서도 암매장이 이뤄졌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새로운 암매장지나 유해를 발굴하지는 못했다. 계엄군이 지목한 장소 대부분에서 지질과 지형의 변화로 매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무연고 유해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행방불명자 가족의 유전자가 일치한 사례도 찾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