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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불보(甘受不報)-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4년 06월 06일(목) 22:00
살아가다 보면 전생에 지은 업이 찾아들 때가 있는데 그 업장(業障)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한번 지은 업(業)은 진리가 또는 법신불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그 방벽이 너무도 높아서 때로는 내 앞길을 막기도 하고 또 늪이 되기도 한다. 업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기 습기로 짓는 업이 있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짓는 정업(定業)이 있다.

살면서 스스로 습관을 들여서 만든 습기는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내가 우울한 생각을 하고 남을 늘 원망하면 그 복잡 우울한 습관이 쌓여서 기분 나쁜 습이 올 수 있고 또 성질을 급하게 사용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습이 쌓여 급한 성질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자기의 습기를 잘 길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습기도 두 가지가 있다. 좋은 습관으로 진급(進級)하는 습기와 나쁜 습관으로 강급(降級)하는 습기이다. 나 혼자 말하고 행동하고 마음먹은 것이라도 모두 업 주머니에 저장이 되었다가 다시 내게 와서 나의 인격이 된다. 사람들을 보면 각자 개성이 다르고 품격이 다르다. 그것은 그 사람이 속세에 어떤 마음과 어떤 행동을 가지고 살았느냐에 따라 나타난 결과이다. 오랜 세월 습기가 쌓이고 살았느냐에 따라 나타난 결과이다. 오랜 세월 습기가 쌓이고 모여 그 사람의 얼굴이 되고 몸이 되고 그 사람의 인격이 되는 것이니 지금 내가 가진 자기의 습기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내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정업이다. 정업은 크게 선업과 악업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복을 짓도록 해주면 좋은 정업이 쌓이고 내가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고 죄를 짓도록 하면 나쁜 정업이 쌓이게 된다. 그런데 그 나쁜 정업은 나의 업 주머니가 아니라 상대한 사람의 업 주머니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죄 주고 복 주는 권한이 상대에게 있어서 나도 모르는 가운데 연이 맺어지면 반드시 받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금생을 살면서 보시를 많이 하고 선업을 많이 짓고 부처님 법문을 많이 전해 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종교인들은 좋은 일을 하려고 애쓰고 또 누군가를 위해 걱정해 주고 기도를 올려주고 도와주려는 보시 공덕을 많이 쌓는 것이 바로 좋은 정업을 쌓는 빠른 길이다. 하지만 반대로 갑자기 병이 찾아온다든지 일을 할 때 인연을 잘못 만나서 그 일이 그르치게 되는 것은 전부 악한 정업이 나에게 오기 때문이다. 나에게 악한 습기가 있을 때 전생에 지은 악한 업보와 마주치면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럴 때 공부심을 챙겨 기도를 올리면 악습의 구름이 지나가고 악업이 오더라도 그것을 잘 취사선택해서 줄여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얻기도 한다.

사람이 살면서 공사를 잘하기 위해 일하다가 부득이 업을 짓기도 하고 또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업을 짓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도 공양을 받으시다가 그만 배탈이 나서 열반하셨다. 부처님 같은 분도 공사를 하다 보면 사기 악기를 눌러서 이처럼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번 지은 업은 부처님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인과보응의 이치이니 우리가 이 없을 깊이 공부해서 스스로 이참(理懺) 사참(事懺)을 잘해야 한다. 지금 내가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아무 예산 없이 동작해서 강급하는 습관을 들이는지 잘 생각해 보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선한 습기를 얼마나 들였는지 유념하다 보면 전생에 지었던 나의 습기를 발견할 수 있다.

악한 없이 돌아올 때는 몸으로도 오고 인연으로도 오고 환경으로도 밀려오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다. 혹 지금 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업을 받고 있다면 그 업이 몸 때문이든 인연 때문이든 환경 때문이든 순전히 전생에 지어서 받는 것이다.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사람도 원망하고 하늘도 원망하지만 우리들은 금생이나 전생에 지어서 받는 것임을 알아서 달게 받음과 동시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인지 연구해서 원망하기 보다는 풀어나가는 데 힘써서 ‘달게 받고 깊지 말고 보은하라’라는 원불교 대산종사(金大擧, 1914~1998, 3대 종법사)의 말씀을 새기면서 일상생활을 행복하게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