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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代 도시 광주’ 구도심 체계적 발굴 조사 시급
백제시대 ‘무진주’ 중심지 역할…구도심 곳곳에서 문화유산 출토
동구청 인근 도로공사 현장에서 고려·조선시대 유물 30여 점 발굴
공공개발서만 30여년간 4차례 발견…민간사업 유물 나왔을 가능성
2024년 06월 04일(화) 19:52
광주시 동구 남동에서 고대 유적 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재)전남문화유산연구원 제공>
광주의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15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구도심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 조사 및 연구, 민간개발 시 사전발굴조사를 통한 역사 자원의 보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4년부터 광주 동구 일대 구도심에서 진행된 공공개발과정에서 신라·고려·조선 유물들이 수차례 출토되고 있으나 관련 전문가나 기관 외에는 무관심하고 역사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 이를 통한 도시 정체성 확립 등을 위한 광주시 차원의 노력이 전무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구도심에 대한 재개발,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도 이 같은 유물이 다수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동구 일대에 대한 개발 시 사전 발굴조사를 의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시 동구는 지난 4~5월 시행한 정밀발굴조사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도로 광주 동구 남동 99-3번지 일대 510㎡ 구간에서 고려 청자 조각 등 유물 30여점이 출토됐다는 내용의 ‘매장문화유산 공고’를 게시했다. 이 구간은 광주종합건설본부가 추진중인 전당 주변 광산길 확장 공사 현장으로, 본부는 유물이 나오자 재단법인 전남문화유산연구원에 정밀발굴조사를 맡겼다. 그 결과 고려시대 청자 조각, 조선시대 백자 및 청자, 옹기 조각 등 자기류와 고려·조선시대 기와 조각 등이 발견됐다.

남동 일대에서 발굴된 고려 시대 암키와. 상부에 사찰 건물에 쓰였음을 뜻하는 만(卍)자가 새겨져 있으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사진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재)전남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조선시대에 들어 중심도시가 된 서울·대구, 개항과 일제강점기 이후 대도시로 성장한 인천·부산·대전, 해방 후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한 울산 등과 달리 광주는 통일신라 9주5소경 중 무진주로, 백제시대 이후 고대도시로 자리를 잡아왔다. 그 중심지였던 광주의 구도심 곳곳에서 신라, 고려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임영진 마한연구원장이 지난 2008년 발표한 논문 ‘통일신라 무진도독성의 위치와 규모’에 따르면 지난 1994년 10월 북구 누문동 광주제일고등학교의 신축 공사 과정에서 통일신라 전기에 해당하는 8~9세기 유물과 건물지가 발견됐으며, 1998~1999년 광주 동구 금남로 지하철 1호선 공사 구간에서는 통일신라·고려의 기와·토기·청자 등이 다수 나왔다. 이어 2006년 동구 광산동 구 전남도청 부지에서도 광주읍성 성벽 아랫부분과 통일신라 기와가 출토되는 등 구도심 곳곳은 광주가 삼국,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논문은 “구도심 일대의 유적과 격자가로망, 곳곳의 절터 등을 감안할 때 통일신라의 무진도독성은 광주읍성과 중복돼 구도심에 자리했을 것”이라며 “무진도독성의 실상을 밝혀나가는 한편 이를 정비하거나 부분적으로 복원해 나간다면 도심 유적 공원으로서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광주의 유구한 역사를 알려주는 교육 및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진 원장은 이와 관련 “지금까지 구도심에서 진행된 공공개발에서 유적이 모두 나왔다는 것은 민간 개발 대상지에도 충분히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라며 “구도심에 대해 광주시가 주도해 이들 유적을 철저히 보존·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개발 허가 시스템으로는 광주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구도심의 공간과 유물을 발굴·보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도심의 쇠락과 인구 유출로, 곳곳이 아파트 및 주상복합 건축물로 개발되고 있는 과정에서 자칫 이들 소중한 유적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구도심 내 개발 면적이 대부분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전조사 의무 면적인 3만㎡ 보다 작은데다 건물주 자진신고 없이는 공사 현장에서 이를 강제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나 기초지자체의 전문인력도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다른 대도시가 갖지 못한 광주 구도심이 가진 정체성을 확립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매장문화재에 대한 발굴·조사 등에 있어 지자체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고, 광주의 오랜 역사 자원들을 시민과 외지인들이 인식하고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구도심 재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