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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범죄’, 치유 등 후속조치 따라야
2024년 05월 22일(수) 00:00
1980년 5월 신군부 계엄군의 잔혹한 만행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헬기 사격을 한 사실은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하지만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가장 최근에서야 전말이 드러나고 국가 폭력으로 인정받은 분야다.

5·18 관련 피해 가운데 성폭력은 1980년 이후 38년만에 처음으로 공론화 됐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쏟아지면서 2018년 6월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공동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섰고 그해 9월에 출범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 조사위)가 조사를 이어 받았다. 5년여 조사끝에 5·18 조사위가 최근 공개한 성폭력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52건의 사건 가운데 최종 심의에 오른 19건 중 최종 16건을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으로 결정했다.

조사보고서는 국가 권력이 저지른 성폭력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보수진영측 추천 위원들이 “국가폭력이란 용어는 부적합하다”는 소수의견을 낸 점은 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은 5·18을 부정하려는 처사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5·18 조사위가 공식 활동을 종료한 상황에서 더 중요한 점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유와 명예회복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제 국회에서 여성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5·18과 성폭력, 현안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마련한 것도 후속조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으면서도 오히려 반세기 가까이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 조사대상 52건 가운데 33건은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정신질환 발병 등으로 진술이 불가한 상태였다는 것이 공론화가 힘든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말해준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충분히 치유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