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줄폐업…쌀값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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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줄폐업…쌀값에 불똥?
연중 쌀값 최저…더 떨어지나
2024년 05월 01일(수) 16:30
쌀값(80㎏)이 올 들어 처음으로 18만원대까지 내려 앉을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만원대 쌀값은 지난해 7월(18만 6106원)이후 9개월 만으로, 경기 침체로 문을 닫는 음식점·식당 등이 급증하면서 쌀 소비량이 급감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과 정부는 쌀 한 가마니(80㎏)당 2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추락하는 쌀값 안정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쌀값, 연중 최저=1일 전남도에 따르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로 파악한 쌀 한 가마(80㎏)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19만 432원으로 나타났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80㎏에 21만 222원을 찍은 뒤 한 달(11월·19만 9760원)만에 20만원선이 무너졌고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25일 19만원대 턱 밑까지 주저앉았다.

산지 쌀값이 평년 가격(최근 5년 중 최저년도와 최고년도 가격을 제외한 3년간 평균가격·19만 1022원)보다 0.3% 하락한 것도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자칫 오는 5일쯤이면 18만원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농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통상적 쌀값 추이라면 매년 수확기(10~12월)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5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남도와 농업계는 경기침체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쌀값이 연중 최저치까지 내려앉은 데는 고물가에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아 소비자들의 소비가 위축된데다, 급증한 외식업체 폐업률(21.5%)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음식점·식당 등이 급증하다보니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쌀 소비가 급감하면서 쌀값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외식업체 폐업률은 지난 2019년(13.87%) 이래 최고치로, 코로나 19가 유행이던 2020년(13.41%)~2022년(16.95%) 때보다도 높다.

◇경기침체, 쌀값 하락세 변수로=미온적인 정부 대응 방식도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준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말로는 ‘쌀값 20만원선 유지’를 밝히면서도 쌀 목표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당장, 벼 생산량 감소에도 소비량은 더 크게 줄고 있어 매년 15만∼20만t 초과 생산되는 실정인데, 지난해에는 시장격리도 하지 않는 등 쌀값을 20만원대로 떠받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농민들 사이에서 제기됐었다.

정부가 시장격리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전남 농협 RPC 등의 벼 매입량은 52만 8000t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2월 내놓은 벼 재배 면적 감축(1만㎡) 및 수확기 전 쌀 수급 안정대책 발표로 적정 가격 형성을 유도하겠다는 ‘쌀값 안정 정책’도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정부의 가격 안정화 정책을 기대하지 않다보니 그동안 물량을 떠안고 있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쌀값 추가 하락 전에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식업체 폐업률 증가 등으로 쌀 소비가 줄면서 재고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농협 RPC 입장에서도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 대신, 쌀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얘기다.

일부 미곡처리장에서 벼 매입 자금을 상환할 기간이 다가오면서 상환할 매입 자금을 마련하려고 시중가보다 낮게 판매하는 상황도 쌀값에 영향을 미쳤다.

전남도가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달 ‘2023년 미곡종합처리장벼 매입자금 융자금 대출 상환 기간’을 오는 6월에서 8월까지로 2개월 연장을 정부에 건의한 것도 이같은 실태를 고려한 조치였다.

농협이 이번 벼 매입자금 3개월 연장을 발표하면서 농협 RPC측의 쌀 저가 방출을 막아 적정가격 유지에 도움이 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매년 줄어드는 쌀 소비량 감소에 대응해 자체적인 쌀 소비촉진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농협, 민간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 등에서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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