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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사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최윤 옮김
2024년 04월 13일(토) 13:00
철책 밖 ‘걸인 소녀’, 철책 안 ‘부영사’(영사의 다음 위치에 있는 외교관) 그리고 프랑스 대사 부인 ‘안 마리 스트레테르’.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른 세 인물이지만 이들은 자신만의 ‘철책’을 넘어 타자에게로 향한다. 백인 사회로부터 단절된 셋은 표면적 유사성은 크게 없지만, 무질서한 세계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 나가는 공통점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펴낸 ‘부영사’는 세 인물을 초점화해 하나의 메시지를 화두로 던지는 책이다. 뒤라스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코친차이나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1943년 소설가로 데뷔했다.

세 사람의 성향과 운명은 음악에 비유할 수 있는데 걸인 소녀는 ‘상실’로 향하는 단조로운 행진곡을, 분노를 표출하는 부영사는 파괴적인 광시곡을 떠올리게 한다. 또 안-마리 스트레테르는 이름에 내포된 것처럼 둔주곡(Strette)을 표상한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교차 전개되며 혼란을 가중한다.

짧은 문장과 느린 리듬의 행간, 동어 반복과 조각 등은 서사를 파편적으로 만든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천천히 서술하거나, 분노의 현재를 인식하며 새로운 요구를 ‘함성’처럼 내지르는 등 작품의 문체와 서술 템포는 다채로운 음악회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은 생각에 잠긴다. 그는 라호르에 죽음만을 불러들였을 뿐이다, 그가 보기에, 다른 어떤 종류의 저주도, 라호르가 죽음 이외의 다른 힘으로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저자는 인도차이나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매개로 죽음, 물질, 삶 등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라호르 관저 등에 머무는 인물 부영사를 관찰하며, 그의 내면심리와 행동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재미도 있다.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