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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논란’에 중간상인 매입 중단…불똥 튄 농민 ‘대파 눈물’
정부 대규모 예산 투입에 가격 폭락…“팔아도 적자” 상인들 매입 뚝 끊겨
신안·진도 등 전남 재배 농가 “출하 못한 겨울대파 갈아엎을 판” 한숨만
2024년 04월 08일(월) 20:15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정치권에서 ‘대파 논란’이 증폭되면서 일부 중간유통상인들이 전남지역에서 대파 매입을 전면 중단해 농가에 불똥이 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으로 1500억원을 웃도는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4월 한 달 동안 대파 수입 관세율을 0%로 인하하는 할당관세 규정 개정안까지 의결하면서 대파 가격이 폭락하자 생산·유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농민들은 대파밭을 갈아엎어야할 처지라며 울상이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남 대파 재배면적은 3666㏊로, 전국(1만 550㏊)에서 가장 많은 비율인 34.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신안(1509㏊)과 진도(1043㏊)는 각각 전국 재배 면적의 14.3%, 9.8%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의 대파 재배 농가는 6823호로 전국(5만 1276호)의 13.3%에 달하며, 생산량은 13만 1100t으로 전국(32만 4056t)의 40.4%의 물량을 도맡아 생산하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4월 8일 현재 32개 전국 공영 도매시장의 평균 대파 경락가격은 ㎏당 1690원 수준이다.

불과 한 달만에 ㎏당 2570원에서 900여원 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파를 생산하는 전남지역 농민들은 정치권의 논란 때문에 ‘대파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진도에서 대파 재배를 하고 있는 곽길성 전남겨울대파협의회장은 “지난 3월 7일 대통령이 ‘대파 값이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발언한 직후 대파 가격이 반토막나면서 상인들의 대파 매입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중간상인들은 대파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시점에 구입하면 적자 우려가 있어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비와 농협 출하비를 통틀어 최소 ㎏당 1825원을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데, 현 가격은 1700원대로 떨어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당 2910원이었던 대파 가격은 최근 대파 논란으로 두 달만에 39.1% 급락했다.

광주각화도매시장 경락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대파 가격은 ㎏당 1830원이었으나, 이튿날 정부가 ‘농산물 가격안정자금 무기한 투입’을 발표한 뒤 크게 떨어져 4일 기준 ㎏당 1420원까지 추락했다.

곽 회장은 “정부의 조치로 대파 소비심리가 위축됐을뿐 아니라 가격은 급락했다. 상인입장에서는 겨울대파 재고가 있는 상황에서 새상품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달 한 달 동안 3000여t의 중국 대파를 무관세로 추가 수입하기로 해 ㎏당 1000원대 가격의 대파가 시장에 쏟아지는데 우리 농가들은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신안군 대파 재배 농민인 김정원 신안 임자 대파연구회장도 “최근 상인들이 대파를 사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임자도에서 2만여평 규모로 대파를 재배하며 매입·유통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파 논란 이후 3000여평 밭에 심은 대파를 출하하지 못해 폐기를 앞두고 있으며, 유통 물량도 잔뜩 쌓여 처치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 조건이 나빠 대파 수확량이 줄어 유통상인들이 평당 2만원으로 ‘밭떼기’ 거래를 했는데, 현 시점에서 본전이라도 건지려면 대파 가격이 최하 ㎏당 2800원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출하하지 못한 겨울대파를 방치하다 꽃이라도 피면 죄다 갈아엎어야 한다. 벌써부터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임자도 관광객들이 대파를 농가 보고는 ‘왜 875원에 안 파시냐’며 농담을 건네곤 한다. 이대로 가다간 봄, 여름 대파 농사도 제대로 못 지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농가에서는 “정부가 ‘채소 가격 안정화 사업’ 체계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고 난데없이 1500억원 넘는 자금을 풀기로 하는 바람에 농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진도군의 한 농협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 지역농협에 유통·출하명령을 내려 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지역농협에 일주일분 대파 물량이 쌓였는데도 이를 시장에 풀지 않고 1500억원 예산을 쏟아붓는 엉뚱한 정책을 내놓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신안=이상선 기자 ss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