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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실종 시대’…배농가 ‘Bee명’
기후 위기에 해마다 꿀벌 감소
배꽃 수분 어려움 겪으며 울상
벌통·인공수분 장비 가격 올라
수확량 줄어들며 배값이 ‘금값’
나주·영암 등 배농가 겹시름
2024년 04월 07일(일) 20:20
본격적인 배꽃 개화기에 수분(受粉,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을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에 나선 전남 지역 과수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기후위기와 꿀벌 감소 현상으로 과수농민들이 배꽃 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배 값이 연일 무섭게 치솟아 ‘금값’이 되고 있는데 내년 출하 물량 감소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농민들의 고민이다.

7일 농산물유통정보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에서 ‘신고배’ 상품 기준 10개가 4만 6300원에 판매됐다. 전년도에는 2만 8100원이었지만 1만 8000원 가량 치솟은 것이다.

배값이 치솟은 이유로는 냉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농민들은 기후위기로 사라진 꿀벌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냉해로 수확량이 줄고 있고 인력이 부족한 농가에서 꿀벌이 사라짐에 따라 추가 비용이 더 들게돼 농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꿀벌을 매개로 한 자가 수분이 불가능해 양봉농가에서 꿀벌을 사오거나 직접 인공수분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꿀벌 가격도 과거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과수 농민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수술 화분 가지를 들고 직접 수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는 과일나무 특성상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게 하는 ‘수분’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 과거에는 꿀벌이 많아 자연수분이 이뤄졌지만, 최근 몇년간 꿀벌이 사라져 인공수분을 하지 않으면 배가 열리지 않는다는 게 농민들의 말이다.

46년 째 영암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황인춘(85)씨는 “지난해에는 이상기온 때문에 배꽃이 빨리 피었다가 냉해로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면서 “올해도 수분 기간에 잦은 비로 수분이 안되고, 수분을 위한 꿀벌도 줄어들어 꿀벌을 사오지 않으면 농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올해도 진도에서 꿀벌 10통(1통 4만 마리)을 구매했다. 지난해만해도 한 통에 15만원이던 벌통은 올해 4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실제 약제 처리로 인한 여왕벌 산란 문제, 응애(꿀벌 전염병을 일으키는 해충),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4월 기준 지역 벌꿀 농가 168곳 중 156곳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고 전남 역시 2169곳의 벌꿀농가 94%를 웃도는 2042곳에서 같은 피해를 입었다.

신고배의 경우 장비를 이용한 인공 수분도 가능한데, 인공수분 장비 가격도 25%가량 올라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나주에서 20년간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보(56)씨는 “꽃이 만개하는 4월이면 냉해와 수분이 걱정이고, 여름이 되면 태풍까지 어김없이 들이닥치니 배 농사 짓기 여간 힘든게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들은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 품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고 외에 다양한 품종을 식재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농가에서는 키우던 과수를 뽑고 새로운 품종을 키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 수확량 감소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 연구센터 관계자는 “올해 배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지난해 냉해와 꿀벌 감소 등 이상기후 영향이 크다”며 “농가도 기후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품종에 관심을 갖고 정부는 농가 지원책을 폭넓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