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시 심사평] 손택수 시인 “기후변화시대의 명상 감각적으로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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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오랫동안 뜻과 주제와 내용 파악으로 시를 수용한 결과다. 시는 이해 너머 사랑의 영토다.
소리와 이미지, 독특한 어조, 명명할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들이 시의 건축학적 자재에 스며드는 사랑의 요소다. 풍화마저 건축의 일부이듯이 시의 건축에 있어 건축 너머의 천변만화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을 때 이미 굳어진 기존의 이해는 새롭게 구축되고 우리의 일상 또한 새뜻해진다.
이해할 것인가, 사랑할 것인가. 너무 반듯하고 투명하게 닦인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이 쉬 잊히듯이 빠른 이해는 빠른 망각을 부르고 사유의 자동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해의 소비 시스템을 벗어난 시들은 대체로 창에 낀 먼지와 빗물이 흘러내린 자국 같은 불투명을 거절하지 않는다. 물론 이 불투명은 방법적인 것으로서 ‘쉬운 시’나 ‘난해시’의 이분법을 훌쩍 뛰어넘는 명징한 의식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 가운데 ‘꼼꼼 수선집’과 ‘지구의 밤’, ‘파랑’이 최종 심사작이 되었다.
어떤 작품을 택하든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었으나‘파랑’의 경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활달하게 가로지르며 기후변화시대의 명상을 ‘손톱 칼로 조심히 군살을 깎는’ 감각적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미더웠다. 동봉한 작품들의 여일한 수준 또한 기대를 갖게 하였다.
세계의 그늘과 존재의 그늘이 예각화된 언어의 그늘과 만날 때 단순한 구별짓기로서의 개성이 아니라 기존 질서의 소비를 성찰하는 사랑의 참신한 사태가 될 수 있음을 앞으로 꾸준히 증명해주기 바란다. 당선을 축하한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오장환문학상 등 수상 ▲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
소리와 이미지, 독특한 어조, 명명할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들이 시의 건축학적 자재에 스며드는 사랑의 요소다. 풍화마저 건축의 일부이듯이 시의 건축에 있어 건축 너머의 천변만화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을 때 이미 굳어진 기존의 이해는 새롭게 구축되고 우리의 일상 또한 새뜻해진다.
이해의 소비 시스템을 벗어난 시들은 대체로 창에 낀 먼지와 빗물이 흘러내린 자국 같은 불투명을 거절하지 않는다. 물론 이 불투명은 방법적인 것으로서 ‘쉬운 시’나 ‘난해시’의 이분법을 훌쩍 뛰어넘는 명징한 의식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 가운데 ‘꼼꼼 수선집’과 ‘지구의 밤’, ‘파랑’이 최종 심사작이 되었다.
세계의 그늘과 존재의 그늘이 예각화된 언어의 그늘과 만날 때 단순한 구별짓기로서의 개성이 아니라 기존 질서의 소비를 성찰하는 사랑의 참신한 사태가 될 수 있음을 앞으로 꾸준히 증명해주기 바란다. 당선을 축하한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오장환문학상 등 수상 ▲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