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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신 조성국 시인, 집·가족·자연과 생명 이야기
시집 ‘해낙낙’ 발간
2023년 11월 27일(월) 19:25
“일부러 갖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으나, 켜켜이 포개어 둔 가진 것을 비워 가듯 내버리려 애썼다. 그 덕분에 내가 참 많이 가벼워졌다. 해낙낙해졌다.”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나 시를 짓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조성국<사진> 시인. 사전적 의미의 ‘해낙낙’은 “흐뭇하여 만족한 느낌이 있다”를 말한다. 그러나 시인이 흐뭇함과 만족함에 길들여져 있다면 시적인 도약을 이루기는 어렵다. 아마도 시인은 해낙낙과는 다른 반어적인 의미를 제목에 투영했을 지 모른다.

그의 등단 데뷔는 여느 시인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1990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수배일기’ 연작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을 비롯해 동시집 ‘구멍집’을 펴냈다.

특히 눈에 띄는 책이 있는데 평전 ‘돌아오지 않는 열사 청년 이철규’를 펴냈다는 점이다. 조 시인은 왜 이철규 열사에 대한 평전을 쓰게 됐을까.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조선대에서 교지 ‘민주조선’을 만들고 민주화운동을 하다 쫓겨 무등산 저수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이철규가 친구”라는 말에서 대강 가늠이 된다. 당시 이철규와 단짝이었던 시인은 모든 일을 함께한 죄로 오랫동안 도망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잠행 끝에 붙잡혀 실형까지 살게 된다. 물론 ‘수배일기’는 그 전해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작품이다.

이번 시집에서 조 시인은 집과 가족 이야기 외에도 자연과 생명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 작품들에는 지나온 삶의 역사가 한 폭의 오래된 그림처럼, 얼핏 수묵화의 느낌으로 담겨 있다.

“집 앞 산턱 생각나무꽃과 벚꽃이 속삭인 걸/ 귀여겨들었다 공연히/ 두꺼비 어엉 어엉 우는 파초 잎 아래 비 들이치는 걸 듣고/ 먹감나무 꼭대기에 호롤 앉아 홍시/ 까악 깍 찍어 대는 검정 부리의 새소릴 듣고/ 동구 밖 냇가 나목 가지에 긁히며/ 하늘 한가운데로 치솟아 오른 월색이/ 이마 머리에다 문신처럼 푸르게 새기는 것을 가만 내버려 두기도 하고/ 은비늘 반짝이며 하늘로 튀어 올라가듯…”

위 시 ‘내 몸에서 흙내가 나기 시작했다’는 토속적 방언을 활용해 리듬감 있게 생동감 있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그렇게 자신만의 언어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노래하고 희원한다. 존재의 근원과 자연에 ‘젖줄을 댄’ 시인의 작품은 시류나 풍조와는 무관하게 ‘존재’에 중심을 두고 있다.

고재종 시인은 “조성국이 존재의 근본과 근원인 집과 자연에 터를 대고 그 토착어들을 통해 삶의 근본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는 우리 시단에서 흔치 않기에 관심을 가질 만하기에 충분한 것이다”라며 “우리 고유의 말을 찾아내 자기만의 독자성을 얻어내려고 하는 조성국의 시도는 일단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평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