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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의 속임수 -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3년 10월 13일(금) 00:00
“행복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으면 누구나 다 “네. 행복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행복(幸福)의 사전적 의미로 두 가지가 있다.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인 내적인 의미와 사람이 운수가 좋은 일이 많이 생기거나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상태인 외적인 의미가 있다. 내적인 좋은 감정과 외적인 욕구의 충족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우리 각자가 다른 역사와 삶 그리고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에 무엇이 행복의 답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자명한 사실은 인간 존재라면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행복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기 위해서 찾고 노력하고 소유하고 관계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행복이라고 선택하여 집중하게 되는데, 그 집중이 계속되어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집착으로 이어져 절대성까지 부여하게 된다. 이것이 자신의 삶에 익숙해지고 일상이 되어 자신의 삶을 지배해 버리기도 한다. 익숙해져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일까.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할 내 존재가 이제는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고, 급기야 노예로까지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을 모으는 것이 자기 삶의 행복이라고 했을 때,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이고 물질의 속박에 갇힌 어리석은 노예의 삶이겠는가. 익숙해진다는 것은 때론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폐쇄적인 삶이 되는 덫이 될 수 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을 때, 당시의 사람들은 니체의 철학적 논리를 모두 강하게 비판하였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당시 사회와 그 사회를 아울렀던 교회가 가야할 길을 제대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체의 주장은 모두가 익숙했던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고, 교회의 형식주의를 향한 뼈아픈 질타였다. 그러나 니체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랐고 그 행복이 어떤 형식주의나 익숙하게 살아왔던 방식이 사람들의 행복을 장담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의 질서가 익숙하고 편했기에 니체의 주장에 강한 비판을 했고, 익숙함을 놓치게 되면 불편하기에 공격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기존의 것에 익숙하게 되면 볼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고 아는 것조차 인정하기 어렵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 옆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이가 있는데도, 익숙함에 속아 그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게 되는 어리석은 모습이 보인다. 복음에 이런 어리석은 자들이 많이 소개된다. 상처가 곪아 냄새나는 거지 라자로가 식탁 밑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부자, 길에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도 자신의 신분과 안위 때문에 죽어가는 이를 앞에 두고 돌아가는 사제와 레위인, 평생을 불구로 살았던 이를 치유해주었더니 신성모독이라고 공격했던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이 그것이다. 무엇이 이들에게 소중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헌신짝처럼 대하게 했고, 무엇이 죽음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을 밀쳐버리는 무모한 폭력이 나오게 한 것일까.

다시 한번 “행복하고 싶습니까?”라고 자신에게 의문을 던져보자. 분명 “그렇다. 행복하고 싶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참된 행복을 위해 나에게 익숙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를 권해본다. 그리고 이 익숙함을 과감하게 떨쳐냈으면 한다. 왜냐하면 나를 익숙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은 언제나 ‘나’라는 존재의 삶과 행복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숙한 것이 쉽고 편하고 좋을 때가 많다. 우리의 몸과 감각은 항상 익숙한 것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것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것은 자연스럽게 피하려 하고 힘들지 않은 손쉬운 것을 하려고 한다. 우리 모두 솔직하게 대답해보자. 살아오면서 손쉬운 것이 어디 있었으며, 아무 노력도 없이 좋은 것을 얻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익숙함에 속을 수 있는 우리에게 마태오 복음 7장 13절의 말씀이 떠오른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고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