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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분수대’에서 솟아오르는 ‘오월 멜로디’
5·18광장서 개막콘서트 ‘사계의 멜로디’…진시영 감독 미디어아트
시민들과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수중 포그 레이저 쇼’ 눈길
2023년 09월 21일(목) 20:00
5·18 민주광장 ‘빛의 분수대’ 앞에서 광주동구합창단이 개막공연을 펼치고 있다.
‘빛의 분수대’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하늘에 흩어지며 천연의 스크린을 만들었다. 그 위로 LED 조명을 비추자 5·18을 상징하는 숫자 ‘8’이 맺혔다.

이윽고 숫자는 옆으로 회전하더니 무한대를 뜻하는 기호 ‘∞(Infinite)’로 변했다. 오월 민중항쟁이 오늘날에도 무한히 상기해야 할 역사적 상흔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다가왔다.

20일 저녁 5·18 민주광장에서 펼쳐진 음악분수 개막콘서트 ‘사계의 멜로디’는 시그니처 미디어아트 작품과 음악, 광주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춰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분수를 기획한 진시영 감독은 “하나된 예향 광주의 모습이 평화의 비둘기, 물감 등 이미지로 분수대에 맺혔다”며 “음악분수가 앞으로 광주와 민주정신의 심장 역할을 하면서 미래세대의 ‘광주다움’을 그려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광장 분수대는 1980년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저항했던 광주정신의 상징이다. 1971년 건립된 이후 광주 시민들은 분수대를 연단 삼아 각종 집회를 열었으며, 5·18 이전 3일동안은 대규모 ‘민족 민주화 성회’가 열린 기념비적 장소다.

이후 40여 년 시간이 흐르며 배관 등이 노후화돼 개·보수 필요성이 제기됐고, 광주 동구는 광주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40억 원을 지원받아 보수를 진행했다.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간 경관 기반 조성사업과 연관돼 2021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사가 이뤄졌다. 그러다 여러 사정이 맞물려 잠시 중단이 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고, 최근 완공됐다.

이날 행사는 분수대 작동을 기념하는 뜻까지 포함해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실제로 수중펌프와 LED 조명 등이 움직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강력한 수압으로 허공에 오른 물줄기는 끝없이 솟아나는 민주 정신을 형상화하는 듯했다.

진시영 미디어아티스트
이날 행사는 광주동구합창단의 오프닝 공연이 막을 올렸다. 합창단은 ‘나 하나 꽃피어’와 볼빨간사춘기의 ‘여행’을 들려줬다.

개막공연을 선보인 박병국 광주동구합창단 지휘자는 “민중항쟁의 구심점이던 분수대 앞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어 뜻깊다”며 “비오는 궂은 날이지만 그럴수록 민중항쟁의 뜻을 노래로 널리 퍼뜨리겠다”고 말했다.

‘수중 포그 레이저 쇼’도 신비로웠다. 분수대 측면에서 객석 방향으로 연무가 피어오르면서 민주광장 일대는 희뿌옇게 변했다.

공연 현장은 최루탄 연기 자욱했던 오월 당시를 재현하는 듯했다. 안개를 뚫고 나오는 형형색색의 LED 레이저 불빛들은 분수대 위를 비추면서 ‘폭죽’, ‘음표’ 등의 모양을 만들어 냈다. 최신 LED기술 등을 접목한다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맞게 분수대 위에 맺힌 이미지는 360도 어디에서나 관람할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서영은 곡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자 주위는 엄숙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행사때마다 불리는 오월정신의 상징곡이다. 노래 중간마다 실제 불꽃이 터져나오면서 오월 횃불을 흔드는 듯한 장면은 실제 모습처럼 현실감을 전해줬다.

이외에도 대중가요 아이유 ‘너의 의미’, 아더포 댄스팀이 추는 POP 뮤직 댄스 퍼포먼스, 무한궤도 ‘그대에게’ 등이 울려 퍼졌다. 광주 시민들은 가·무·악이 어우러진 예술 난장(亂場)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오월의 아픔을 털어내는 듯했다.

미디어아트를 가미한 ‘빛의 분수’는 5·18을 현재화 해 민주정신을 고양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분수는 광주의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는 매개를 넘어,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광주 민중의 염원’을 재현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영상·편집=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