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야 산다! ‘무지출 챌린지’ 몸소 해봤다!
몸소영 <1> 무지출 챌린지
![]() 자산관리 어플 ‘뱅크샐러드’ 내 지출 내역. |
고물가 시대, 돈을 아끼기 위해 일정 기간 지출을 0원으로 만들자는 다소 극단적인 챌린지가 탄생했다. 2022년부터 MZ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무지출 챌린지’. 2015~2016년 유행했던 ‘욜로’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지난달 PT, 여행 등의 이유로 지출이 월급보다 30만원가량 더 많았다. 카드값을 확인한 뒤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장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무지출 챌린지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진행됐다.
챌린지에 앞서 월세, 공과금, 보험료 등 고정비용은 차치하고 그 외 생활비 소비패턴을 스스로 분석했다. 자취 중인 직장인으로서 식비로 나가는 돈이 많았다. 원래 아침은 먹지 않아 점심과 저녁 두 끼를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참고로 오후 출근이다.
요리와는 거리가 먼 ‘똥손’이다. 무엇인가 만들어 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지난 설 명절 선물로 받아 서랍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스팸과 참치, 냉장고 속 유일한 반찬 김치로 끼니를 때워야만 했다. 언제 사놓았는지 모를 즉석 카레와 라면은 그야말로 ‘특식’이었다.
출근 직전 헬스장에 다녀온 지난 15일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도시락을 쌌다. 스팸 구이와 김이 전부다. 친한 회사 동료에게 “같이 도시락 싸 와서 먹자”고 꼬셨다. 동료는 밥과 나물반찬을 가져왔다. 둘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회사 내 빈방에서 몰래(?) 식사를 했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퇴근 후 기운이 없던 13일은 저녁을 굶기도 했다. 평소처럼 먹고 싶은 걸 바로 사서 먹을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을 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 집에 가면 김밥 싸줘. 아! 김치찜도 해줘” 딸에게 보내준 엄마의 사랑, 햄버거 기프티콘은 15일 귀한 저녁 식사가 되었다.
여느 직장인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생명수처럼 여겨졌기에, 챌린지 중 커피가 고정비용보다 더 고정비용 같았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목표는 지출 0원, 매일 사먹던 커피값 2000원도 아껴야 했다. 그렇게 귀찮음을 감수하고 집에서 커피를 타왔다. 텀블러 사용으로 일회용품 사용도 줄였으니 일석이조다.
16일에는 갓 내린 커피가 너무 먹고 싶었다. 지갑을 뒤졌고 도장 10개가 모두 찍힌 카페 쿠폰을 발견했다. 세상이 나의 무지출 챌린지를 돕는 듯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커피를 깜빡한 17일은 ‘선배 찬스’를 썼다. 이것은 무지출 챌린지인가, 기생 챌린지인가.
SNS에서 짤로 먼저 접했던 ‘절약방’에도 들어갔다. 절약방은 익명의 사람들이 지출 내역을 올리면, 그 소비를 서로 혼내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다른 사람을 직접 혼내보기도 했다. (실제로 나는 이 기간 동안 물을 끓여 마셨다.) 남의 소비에 대안을 찾아주는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자신의 통장잔고 231원을 캡처해 올리며 구걸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 특성상 ‘람보르기니 -7억’, ‘아파트 -3억’ 등과 같이 터무니없는 채팅도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갑자기 사람들이 본인들의 셀카를 올리며 만남을 주선하는 탓에 채팅방에서 나왔다.
5일간의 무지출 챌린지 결과, 총 지출액은 5만원. 잘 버텼지만 마지막 날 결국 주차장 월권을 결제했다. 하지만 이것이 고정비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절반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닷새간 생활비 0원을 기록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반발심리였다. 돈을 아예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퇴근길 충장로 시내를 걸으며 각종 소비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도 고된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플을 켜 지난달 카드값을 확인했고, 구매욕은 차게 식었다.
지출을 자제함으로써 얻는 장점은 분명했다. 먼저, 패스트푸드와 배달음식을 피하니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평소 스스로의 지출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었는지 반성도 가능했다. 또 돈을 아예 쓰지 않음으로써 여윳돈이 생겼다. 하루하루 성취감은 덤.
매달 딱 5일만 ‘무지출 챌린지를 성공해보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체험 결과 이보다 더 장기적인 무지출 챌린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슬기로운 소비 생활 도약을 위해 한번쯤은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문소영 기자 mso@kwangju.co.kr
지난달 PT, 여행 등의 이유로 지출이 월급보다 30만원가량 더 많았다. 카드값을 확인한 뒤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장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무지출 챌린지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진행됐다.
요리와는 거리가 먼 ‘똥손’이다. 무엇인가 만들어 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지난 설 명절 선물로 받아 서랍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스팸과 참치, 냉장고 속 유일한 반찬 김치로 끼니를 때워야만 했다. 언제 사놓았는지 모를 즉석 카레와 라면은 그야말로 ‘특식’이었다.
퇴근 후 기운이 없던 13일은 저녁을 굶기도 했다. 평소처럼 먹고 싶은 걸 바로 사서 먹을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을 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 집에 가면 김밥 싸줘. 아! 김치찜도 해줘” 딸에게 보내준 엄마의 사랑, 햄버거 기프티콘은 15일 귀한 저녁 식사가 되었다.
![]() 회사 동료와 함께 챙겨온 도시락으로 회사에서 점심 끼니를 해결했다. |
16일에는 갓 내린 커피가 너무 먹고 싶었다. 지갑을 뒤졌고 도장 10개가 모두 찍힌 카페 쿠폰을 발견했다. 세상이 나의 무지출 챌린지를 돕는 듯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커피를 깜빡한 17일은 ‘선배 찬스’를 썼다. 이것은 무지출 챌린지인가, 기생 챌린지인가.
![]() ‘절약방’ 캡처. |
하지만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 특성상 ‘람보르기니 -7억’, ‘아파트 -3억’ 등과 같이 터무니없는 채팅도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갑자기 사람들이 본인들의 셀카를 올리며 만남을 주선하는 탓에 채팅방에서 나왔다.
5일간의 무지출 챌린지 결과, 총 지출액은 5만원. 잘 버텼지만 마지막 날 결국 주차장 월권을 결제했다. 하지만 이것이 고정비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절반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닷새간 생활비 0원을 기록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반발심리였다. 돈을 아예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퇴근길 충장로 시내를 걸으며 각종 소비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도 고된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플을 켜 지난달 카드값을 확인했고, 구매욕은 차게 식었다.
지출을 자제함으로써 얻는 장점은 분명했다. 먼저, 패스트푸드와 배달음식을 피하니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평소 스스로의 지출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었는지 반성도 가능했다. 또 돈을 아예 쓰지 않음으로써 여윳돈이 생겼다. 하루하루 성취감은 덤.
매달 딱 5일만 ‘무지출 챌린지를 성공해보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체험 결과 이보다 더 장기적인 무지출 챌린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슬기로운 소비 생활 도약을 위해 한번쯤은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문소영 기자 ms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