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 시험에 빠진 수능
수능 출제·사교육 등에 대한 언급 … 교육계 파장 ‘촉각’
9월 모의평가 한 번으로 난이도 조절 … 수험생들 ‘당혹’
9월 모의평가 한 번으로 난이도 조절 … 수험생들 ‘당혹’
![]() /클립아트코리아 |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출제·사교육 등에 대한 언급이 미칠 파장에 교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 고3 교사들 사이에선 1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올해 수능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어 정치현안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면서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험의 본질인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되 교과 과정을 성실히 공부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교육부 입시담당 국장이 교체되고 수능 출제 기관에 대한 감사까지 예고되자 교육 현장에서는 시험 경향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경향 변화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6월 모의 평가를 바탕으로 수능 경향을 파악하고 시험을 준비한다. 이어 9월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모의 평가를 통해 수학능력시험을 최종 점검한다. 한국교육평가원은 6월 모평에서 수험생에게 출제경향을 보여주고, 9월 평가를 바탕으로 수능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미 6월 모의 평가를 치른 상태에서 대통령의 언급을 반영해 9월 모의평가의 경향이 달라지면 학생들은 사실상 예비고사를 한번 치르고 수능을 보는 셈이 된다.
광주시 교육청 진학담당 장학관은 “공교육 과정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능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출제 기조가 바뀌게 되면 수험생이 큰 혼란을 겪게된다. 단 차례 모의고사를 보고 적응과정 없이 수능을 치르면 수험생들은 크게 당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진학 교사들은 쉬운 수능 기조가 확정된 신호로 받아들여지면 진학 패턴이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쉬운 수능을 기대하고 재수를 선택하거나 반수생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광주 A고 진학 교사는 “보통 수능이 쉬우면 이듬해 재수생이 느는 경향이 있다”면서 “쉬운 수능이 유지되면 현재 고3 수험생은 물론 대학 재학생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돼 재수생이나 반수생이 느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험생들도 수능 난도에 대해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난도 하락을 점친 한 누리꾼은 “꼬아서 내는 킬러문제는 줄고 변별력을 위해 준킬러를 늘리지 않을까 싶다”며 “의대를 지원할 최상위층 변별력은 떨어지고 차상위층 이하에서는 변별력이 있을 듯하다. 최상위층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른 누리꾼은 “올해 재수생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데 다양한 사설 문제와 고난도 문제에 찌든 재수생을 상대로 쉬운 문제를 냈다가는 최상위권 변별을 하지 못해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1교시 수능 국어 영역이 쉽게 출제되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이라면서 국어 비문학 문제를 예로 들었다. 독서 지문은 수능 국어영역 공통과목 총 45문항 가운데 17문항을 차지한다. 사회문화, 인문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소재의 제시문이 출제되는데 공통과목 내 다른 파트인 문학에 비해 교과서 밖 출제 비율이 높고 해석이 까다로워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되는 경우도 많다.
광주 B고교 교사는 “진학담당 교사들은 1교시 국어영역이 까다롭게 출제되면 나머지 과목 시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어 문항이 쉬우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정부가 쉬운 수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출문제와 EBS교재를 더 충실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광주 C고 교사는 “정부 기조에 따라 출제 기관에서 수능 기출문제를 더 참고하고 EBS교재에서 지문을 그대로 따오는 등 연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여 수험생들은 기본적인 사항을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면서도 “수험생과 교육 현장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신속한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수험생과 학부모, 고3 교사들 사이에선 1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올해 수능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어 정치현안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면서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교육부 입시담당 국장이 교체되고 수능 출제 기관에 대한 감사까지 예고되자 교육 현장에서는 시험 경향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경향 변화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6월 모의 평가를 바탕으로 수능 경향을 파악하고 시험을 준비한다. 이어 9월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모의 평가를 통해 수학능력시험을 최종 점검한다. 한국교육평가원은 6월 모평에서 수험생에게 출제경향을 보여주고, 9월 평가를 바탕으로 수능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미 6월 모의 평가를 치른 상태에서 대통령의 언급을 반영해 9월 모의평가의 경향이 달라지면 학생들은 사실상 예비고사를 한번 치르고 수능을 보는 셈이 된다.
광주시 교육청 진학담당 장학관은 “공교육 과정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능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출제 기조가 바뀌게 되면 수험생이 큰 혼란을 겪게된다. 단 차례 모의고사를 보고 적응과정 없이 수능을 치르면 수험생들은 크게 당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진학 교사들은 쉬운 수능 기조가 확정된 신호로 받아들여지면 진학 패턴이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쉬운 수능을 기대하고 재수를 선택하거나 반수생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광주 A고 진학 교사는 “보통 수능이 쉬우면 이듬해 재수생이 느는 경향이 있다”면서 “쉬운 수능이 유지되면 현재 고3 수험생은 물론 대학 재학생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돼 재수생이나 반수생이 느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험생들도 수능 난도에 대해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난도 하락을 점친 한 누리꾼은 “꼬아서 내는 킬러문제는 줄고 변별력을 위해 준킬러를 늘리지 않을까 싶다”며 “의대를 지원할 최상위층 변별력은 떨어지고 차상위층 이하에서는 변별력이 있을 듯하다. 최상위층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른 누리꾼은 “올해 재수생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데 다양한 사설 문제와 고난도 문제에 찌든 재수생을 상대로 쉬운 문제를 냈다가는 최상위권 변별을 하지 못해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1교시 수능 국어 영역이 쉽게 출제되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이라면서 국어 비문학 문제를 예로 들었다. 독서 지문은 수능 국어영역 공통과목 총 45문항 가운데 17문항을 차지한다. 사회문화, 인문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소재의 제시문이 출제되는데 공통과목 내 다른 파트인 문학에 비해 교과서 밖 출제 비율이 높고 해석이 까다로워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되는 경우도 많다.
광주 B고교 교사는 “진학담당 교사들은 1교시 국어영역이 까다롭게 출제되면 나머지 과목 시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어 문항이 쉬우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정부가 쉬운 수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출문제와 EBS교재를 더 충실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광주 C고 교사는 “정부 기조에 따라 출제 기관에서 수능 기출문제를 더 참고하고 EBS교재에서 지문을 그대로 따오는 등 연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여 수험생들은 기본적인 사항을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면서도 “수험생과 교육 현장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신속한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