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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문화와 세계 기록 유산-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
2023년 05월 31일(수) 21:30
가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가 확실 시 되고 있다. 한반도 남부 유적 일곱 개소를 하나로 묶은 넓은 구역의 연속 유산이다. 한국의 유산이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15건 1154점(2021년 기준)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 동학 농민 혁명 기록물과 4·19혁명 기록물도 역시 세계 유산과 유사한 가치를 지니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문화 강국으로서 쾌거를 이룬 모습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은 현대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문화유산적 가치 척도이다. 수많은 국가에서는 자국의 문화유산이 보다 많이 보다 빨리 세계 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호남 지역에서도 호남의 유산 중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발굴, 검토하여 세계 유산 등재에 각별한 준비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와 자연의 요소가 복합된 복합 유산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는 2021년 현재 총 13개의 세계 문화유산과 두 개의 자연유산이 등재되어 있다. 호남 지역에는 ‘고창과 화순 고인돌 유적’ ‘산사 한국의 사원’으로서 선암사와 대흥사가 있고 ‘한국의 서원’으로서 장성 필암서원과 정읍 무성서원이 있다.

이들 세계 유산과 함께 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이라는 유사한 문화유산이 있다. 세계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보존 활용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1997년부터 지정하는 기록 문화유산을 말한다. 오래된 한국의 전근대 자료로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동의보감, 한국의 유교책판 등이고, 근현대 자료는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관련 자료,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등이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호남 지역에 뿌리를 둔 기록 문화유산은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불과하다. 세계 기록 유산은 2021년 현재 16건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권에서는 제일 많고 세계에서는 5위에 해당한다. 반면 일본은 기록 유산이 보다 적다. 이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 낸 기록물이 빈약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 호남 지역에 이런 존재가 있을까? 현재 세계 유산 등재에 우선하여 잠정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대상은 강진 도요지, 염전, 낙안읍성, 화순 운주사 석불 석탑군,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새로운 대상을 찾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지역의 문화적 속성을 잘 파악하여 새로운 세계 기록 유산의 대상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렇다면 어떤 기록 문화유산이 있을까? 호남이라는 공동체가 지니고 있는 절의, 풍류, 도작 문화, 농경, 해양, 예, 민속, 실학, 금석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 중에서 가장 상대적으로 수월성을 지니는 것을 찾아내고 우선적으로 등재를 준비하는 과업이 우선이다. 향촌 사회의 규약인 향약(鄕約), 가족의 뿌리를 찾는 족보, 과거시험 관련 자료인 시권(試券), 일기 자료, 금석문, 시서화, 누정과 원림 등도 등재에 도전해 볼 만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계 유산 등재 작업은 최소 5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사업일 뿐 아니라 제도, 법령, 예산, 전문 인력 양성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최적의 보존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집약적 과정이다. 따라서 해당 유산의 가치 보호, 보존 관리 계획 수립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등재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 규명과 문화적 자존의 제고를 위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