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초대석 - 황중환 카투니스트
“신기하게도 웃는 얼굴 그리면 저절로 웃게 됩니다”
조선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일상 속 행복·사랑·꿈 등
따뜻함·울림 주는 메시지 전달
만화는 문화…음악에서 영감 얻어
조선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일상 속 행복·사랑·꿈 등
따뜻함·울림 주는 메시지 전달
만화는 문화…음악에서 영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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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미국 시사만화가 레넌 루리(1932~2022) 같은 만화를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9살부터 14년 동안 동아일보에 생활밀접형 카툰 ‘삼팔육씨(386C)’를 3015회 연재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릴 적 소망대로 따스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카툰을 통해 세상에 ‘해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는 카투니스트 황중환(54) 조선대 미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일상에서 포착한 카툰, 따뜻함과 울림 줘 =황중환 작가의 카툰은 따뜻하고, 여운을 남긴다. 나무를 정돈해 새들에게 집을 만들어주는 작품 ‘배려’는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보여준다. 간략한 선 속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달팽이와 강아지, 새 같은 생물과 더불어 새싹, 나무, 해, 달, 별과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작가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특히 ‘날개 시리즈’를 통해 “등에 매달린 무거운 날개가 한발 물러서서 보면 비행을 가능케 하는 고마운 날개”임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최근 광주와 담양에서 두 차례 초대전을 열었다. ‘마법의 순간’(1월 20일~3월 19일·광주 롯데갤러리)과 ‘지금 꿈꾸라, 사랑하라, 행복하라’(2월 17일~3월 17일·담양 담빛예술창고 문예카페)전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12간지(干支) 연작’의 하나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 ‘우주토끼’를 비롯한 많은 신작들을 볼 수 있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만화를 그리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제일 좋아했던 만화가가 있어요. 미국 시사만화가 레넌 루리(Ranan Lurie·1932~2022)인데, 아마 (그 작가 만화를) 보신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 작가 그림을 우연치 않게 보고 ‘이런 작업을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 그런 상상을 중학교 1학년 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꿈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광고회사 다닐 때 ‘직장이 아니라 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고민 끝에 ‘만화를 그리면 참 좋겠다’ ‘일반적인 만화가 아니라 생각하고, 글과 그림을 같이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이전 인터뷰에서 ‘카툰은 그림으로 그리는 시’라고 하셨는데 작품 속에 행복, 사랑, 희망, 꿈, 상생과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작품을 하실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시나요?
“사람 마음속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요. 마지막 메시지를 어떻게 끝을 맺어야, 제가 쓴 글을 통해서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죠. 그래서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저라는 작가는 사람들한테 제 걸 읽고 나면 좋은 쪽으로 생각이 갈 수 있을까, ‘행복 바이러스’나 ‘선한 영향력’이 그림을 통해서 발산되는 것을 많이 생각을 하죠.”
▲요즘 작품 경향을 보면 기존 작품의 맥을 잇는 축(軸)과 광주에서 생활하시면서 뭔가 작가로서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또 다른 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정체성을 소개할 때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그 기간을 빼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작업이라든가, 아니면 생각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그때 많이 정리를 했던 것 같고요. 학교에 온 이후로는 신문연재 방식 보다는 ‘조금 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많이 소재로 삼았어요. 만화 연재를 할 때 ‘몸을 쓰고 싶고, 크게도 그려보고 싶다’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금은 그걸 실천하는 거죠. 더 크게 만화를 그려보고, 똑같은 메시지를 주더라도 재료를 다른 걸로 바꿔보는 겁니다. 평면으로 돼 있는 것을 입체로도 바꿔보니까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광주 챔피언스필드 입구계단에 슈퍼그래픽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 식의 작업들을 하면 굉장히 행복하고 재미있거든요.”
◇“웃는 얼굴을 그리면 나도 웃게 돼”=‘웃는 얼굴’ 시리즈는 종이에 해오던 작업을 입체 설치작품으로 변신시킨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하트 모양인데,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크고 작은 스마일 웃는 얼굴로 이뤄져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공공 프로젝트로 어린이놀이터를 만들며 서울 어린이대공원 맘껏놀이터와 군산 수송동 시립도서관 맘껏광장 등지에 도자로 새롭게 설치했다. 최근에도 큰 수술을 이겨낸 친구와 힘든 일을 극복한 누나를 위해 새로 그렸다고 하는데, ‘웃는 얼굴’ 시리즈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웃는 얼굴’을 그린 지는 꽤 됐거든요. 둥글둥글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어우러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렌지색이나 붉은 색깔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기운이 나요. 실제로 그림을 보면 그것을 느껴요. 아픈 사람한테는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아서 제 나름대로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제가 암 걸린 친구에게 ‘웃는 얼굴’을 그려서 선물했는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저 역시 웃으면서 ‘웃는 얼굴’을 그립니다. 이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서울 태생인 황중환 교수는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학과와 같은 대학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진짜 하고 싶은 일’, 카툰을 선택했다. 처음 7년 간은 프리랜서로 병행하다가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해 ‘삼팔육씨(386C)’에 몰입했다. 1999년 4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3015에 걸쳐 동아일보에 ‘삼팔육씨’를 연재했다. 37세 ‘삼팔육’씨 가족을 중심으로 일상과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일상 생활만화’, ‘생활밀접형 카툰’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황중환 교수는 2012년 3월부터 조선대 미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널리 알려진 고도원 작가(‘당신이 희망입니다’)를 비롯해 파울로 코엘료(‘마법의 순간’·‘마크툽’), 달라이 라마(‘달라이 라마의 행복’) 등과 협업해 책을 펴냈다.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트위터를 보고 직접 기획하고 제안해서 펴낸 ‘마법의 순간’은 독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었다. 일본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창작이란 내 마음이 해방되는 공간”=작가는 눈뜨면 틀고, 잠들 때 끌 정도로 항상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그림 작업을 한다. 클래식, 재즈, 보사노바, 7080 흑인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파울로 코엘료 책 작업을 할때는 보사노바 음악을 즐겨들었다. 음악을 새롭게 공부하면서 듣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음악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황 교수는 ‘아픔을 돌보지 않는 너에게’에서 “창작이란 갇힌 마음이 해방되는 공간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창작이라는 숨구멍을 마음껏 만끽하자”고 강조한다. 교수 연구실내 책상에는 연필로 스케치한 종이들이 여러 장 놓여있다. 학기 중에는 강의 때문에 개인 창작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메모를 해놓거나 스케치 해놓은 후 방학기간에 ‘몰입’한다고 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시간을 쪼개 조금씩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회는 연중 한두 차례는 무조건 하려고 생각한다.
현재 조선대 미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경쟁률은 의과대학 다음으로 높다. 또한 독일과 볼리비아, 페루, 베트남, 중국, 몽골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웹툰과 애니메이션, 게임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웹툰 등 K-콘텐츠가 세계 속에 우뚝 서려면 최근 벌어진 고(故) 이우영 작가의 ‘검정 고무신’ 저작권 계약 사례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불합리한 요소들이 척결돼야 한다. 특히 저작권 계약은 창작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생각을 하는 데요. 만화는 산업이 아니라 문화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법이라든가 관례가 창작자 중심이 아니라 생산자 중심 산업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황중환 제공
![]() ‘배려’ |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제일 좋아했던 만화가가 있어요. 미국 시사만화가 레넌 루리(Ranan Lurie·1932~2022)인데, 아마 (그 작가 만화를) 보신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 작가 그림을 우연치 않게 보고 ‘이런 작업을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 그런 상상을 중학교 1학년 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꿈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광고회사 다닐 때 ‘직장이 아니라 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고민 끝에 ‘만화를 그리면 참 좋겠다’ ‘일반적인 만화가 아니라 생각하고, 글과 그림을 같이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 ‘나는 언제나 네 편이란다’ |
“사람 마음속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요. 마지막 메시지를 어떻게 끝을 맺어야, 제가 쓴 글을 통해서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죠. 그래서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저라는 작가는 사람들한테 제 걸 읽고 나면 좋은 쪽으로 생각이 갈 수 있을까, ‘행복 바이러스’나 ‘선한 영향력’이 그림을 통해서 발산되는 것을 많이 생각을 하죠.”
![]() KIA 타이거즈 챔피언스필드 계단의 슈퍼 그래픽 |
“제 정체성을 소개할 때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그 기간을 빼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작업이라든가, 아니면 생각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그때 많이 정리를 했던 것 같고요. 학교에 온 이후로는 신문연재 방식 보다는 ‘조금 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많이 소재로 삼았어요. 만화 연재를 할 때 ‘몸을 쓰고 싶고, 크게도 그려보고 싶다’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금은 그걸 실천하는 거죠. 더 크게 만화를 그려보고, 똑같은 메시지를 주더라도 재료를 다른 걸로 바꿔보는 겁니다. 평면으로 돼 있는 것을 입체로도 바꿔보니까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광주 챔피언스필드 입구계단에 슈퍼그래픽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 식의 작업들을 하면 굉장히 행복하고 재미있거든요.”
![]() ‘달팽이’ |
“‘웃는 얼굴’을 그린 지는 꽤 됐거든요. 둥글둥글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어우러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렌지색이나 붉은 색깔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기운이 나요. 실제로 그림을 보면 그것을 느껴요. 아픈 사람한테는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아서 제 나름대로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제가 암 걸린 친구에게 ‘웃는 얼굴’을 그려서 선물했는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저 역시 웃으면서 ‘웃는 얼굴’을 그립니다. 이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서울 태생인 황중환 교수는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학과와 같은 대학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진짜 하고 싶은 일’, 카툰을 선택했다. 처음 7년 간은 프리랜서로 병행하다가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해 ‘삼팔육씨(386C)’에 몰입했다. 1999년 4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3015에 걸쳐 동아일보에 ‘삼팔육씨’를 연재했다. 37세 ‘삼팔육’씨 가족을 중심으로 일상과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일상 생활만화’, ‘생활밀접형 카툰’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황중환 교수는 2012년 3월부터 조선대 미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널리 알려진 고도원 작가(‘당신이 희망입니다’)를 비롯해 파울로 코엘료(‘마법의 순간’·‘마크툽’), 달라이 라마(‘달라이 라마의 행복’) 등과 협업해 책을 펴냈다.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트위터를 보고 직접 기획하고 제안해서 펴낸 ‘마법의 순간’은 독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었다. 일본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 2023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장에 설치된 ‘초록연인’ |
황 교수는 ‘아픔을 돌보지 않는 너에게’에서 “창작이란 갇힌 마음이 해방되는 공간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창작이라는 숨구멍을 마음껏 만끽하자”고 강조한다. 교수 연구실내 책상에는 연필로 스케치한 종이들이 여러 장 놓여있다. 학기 중에는 강의 때문에 개인 창작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메모를 해놓거나 스케치 해놓은 후 방학기간에 ‘몰입’한다고 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시간을 쪼개 조금씩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회는 연중 한두 차례는 무조건 하려고 생각한다.
현재 조선대 미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경쟁률은 의과대학 다음으로 높다. 또한 독일과 볼리비아, 페루, 베트남, 중국, 몽골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웹툰과 애니메이션, 게임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웹툰 등 K-콘텐츠가 세계 속에 우뚝 서려면 최근 벌어진 고(故) 이우영 작가의 ‘검정 고무신’ 저작권 계약 사례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불합리한 요소들이 척결돼야 한다. 특히 저작권 계약은 창작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생각을 하는 데요. 만화는 산업이 아니라 문화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법이라든가 관례가 창작자 중심이 아니라 생산자 중심 산업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황중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