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명물]지리산 서리맞은 빠알간 ‘구례 산수유’ 샛노란 봄 풍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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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팔도명물]지리산 서리맞은 빠알간 ‘구례 산수유’ 샛노란 봄 풍경이 기대된다
오미자·구기자와 함께
약용 열매 ‘3대 천왕’
전국 생산량 70% 차지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유기산·배당체·비타민A 함유
간·신장·방광 기능 보호
2023년 02월 22일(수) 19:10
지난해 말 구례군 첫 ‘국가공인 치유농업사’가 된 강승호(60) ‘지리산과 하나되기’ 대표는 말 그대로 지리산 정기(精氣)와 하나되기 위해 산수유 농사를 택했다. 지난 2010년 구례에 자리 잡은 그는 산동면 위안리에서 3306㎡(1000평) 규모 산수유 농장을 가꾸고 있다.

산수유는 해발이 높을수록, 나무 수령이 오래될수록, 계곡을 끼고 자라야 과피가 두꺼운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강 대표가 ‘지리산 서리맞은 산수유’ 재배를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한겨울 눈 속에서 영하 20도의 날씨를 버텨내고 응달에서 말린 산수유를 가장 좋은 품질로 친다.

강 대표는 무농약 약용으로 인증받는 유기농 산수유만을 키워낸다. 대표 상품으로는 유기농 건산수유와 유기농 발효 산수유 진액, 산수유 꿀 등 ‘유기농 3종’ 식품이 있다. 5년 전에는 현대백화점이 80여 식품장인을 엄선한 식품관 ‘명인명촌’에 이름을 올려 전국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몸에 좋은 한약재를 넣어 산수유청을 담그거나 바삭한 크런치 과자와 발효 빵, 술빵, 초콜릿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새콤한 산수유 드레싱 맛이 일품인 ‘지리산국립공원 친환경 도시락’이 나왔고, 서울 양재동 매헌시민의 숲 인근 카페에서도 톡 쏘는 산수유 에이드를 맛볼 수 있다.

오미자, 구기자와 함께 약용 열매의 ‘3대 천왕’으로 불리는 산수유는 구례에서 다양한 식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구례 햅쌀과 지리산 청정 암반수로 빚은 ‘산수유 막걸리’와 발효 약주인 ‘산수유술’, 산수유환, 산수유장어환, 산수유잼, 산수유발효차 등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구례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3월이면 284.2㏊에 12만주의 산수유나무가 구례 곳곳을 노랗게 물들인다.

구례 농민들의 삶의 기반이 돼온 산수유농업은 지난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제3호)으로 지정됐다. 앞서 2008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리적 표시’ 보호를 받기 시작했고, 구례군은 2011년 산수유산업특구로 선정됐다.

24번째 ‘구례 산수유꽃 축제’가 다음 달 11일부터 19일까지 열려 4년 만에 상춘객을 맞이한다. 지난해 봄 노란 꽃물결이 일어난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군락지 일대 모습. <구례군 제공>
구례지역 전체 농가 4074가구 가운데 4가구 중 1가구꼴(23.1%)인 940가구가 산수유나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건피 162t을 생산해 28억8100만원 매출액을 올렸다.

구례에서 가장 북쪽 끝에 있는 산동면은 지역을 대표하는 산수유 주산지이다. 전체 면적 1만130㏊의 82.8%에 달하는 8390㏊가 임야로 구성돼 있다. 경작지가 부족한 산간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산수유를 재배한 것이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로 성장한 발단이 됐다. 평지와 산지의 지형을 모두 닮은 선상지와 구릉지는 산수유 재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구례 산동 산골 마을 주민들의 애환은 문태준의 시‘ 산수유나무의 농사’에 담겼다.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구례 산수유는 전국 팔도 약재상들이 탐내는 약용 열매다.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붉은 열매 산수유는 유기산과 배당체, 비타민A 등을 함유하고 있다. 예로부터 간과 신장 기능을 좋게 하고 방광 기능 보호, 여성 질환에 좋은 열매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떫은맛과 신맛이 나는 열매는 여름철에는 탈진을 예방하고 신체기능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효능도 갖고 있다.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에 있는 ‘산수유 문화관’
구례 산동면 이름은 오래된 전설에서 비롯된다.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가 예로부터 전해져왔다.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수령 1000년 된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다. 국내 산수유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나무는 높이 7m, 둘레 4.8m. 여기에서 구례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산수유나무가 보급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시목을 ‘할머니 나무’, 동쪽 원달리 달전마을에 있는 산수유 고목을 ‘할아버지 나무’라고 부른다.

지난 2020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종자은행인 ‘시드 볼트’(Seed Vault)에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 산수유 시목 종자를 영구 저장했다.

주민들은 해마다 ‘할머니 나무’ 앞에 모여 풍년제를 지내고 있다. ‘할머니 나무’ 외에도 1979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구례에서 100년 넘게 살고 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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