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반란, 소액주주운동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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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카카오가 SM의 지분 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기로 예약해 놓은 상황에서 하이브가 등장해 1대 주주 이수만의 지분 14.8%를 인수하기로 계약해 SM 경영권 전쟁이 시작됐다.
하이브는 이수만의 SM 지분을 주당 12만 원에 인수하고 소액주주를 대상으로도 공개 매수에 나서 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SM 경영권은 일단 하이브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SM 경영진은 이수만을 배제하고 유상 증자를 통해 카카오를 우군으로 확보해 SM에서 이수만의 그림자를 지우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수만이 하이브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소액주주에 밀려난 SM 창업주
현재로선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 이상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하이브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SM의 경영권이 어디로 가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빅뱅으로 K-한류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SM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배경이다. 이수만은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으로 아이돌을 육성해 K팝을 지구촌에 전파해 왔다. 그런만큼 회사에서 영향력은 독보적이었지만 폐쇄적인 운영으로 주주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개인 회사를 세워 프로듀싱비 명목으로 매년 SM의 영업 이익 30%를 챙기면서도 주주들의 요구는 무시해 왔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행동주의 펀드에 소액주주들이 호응하면서 이수만 몰아내기가 힘을 얻었고 처조카인 SM 대표이사까지 등을 돌리자 이수만은 하이브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SM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의 힘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물(백성)은 배(군주)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론 엎기도 하는 것처럼 소액주주 운동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쯤에서 시선을 광주신세계로 돌려보자. 광주신세계도 소액주주들의 반란에 직면해 있다.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은 최근 주주 제안 방식으로 회사 측에 현금 배당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주 제안 배경에는 지난 2021년 9월 최대 주주인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 지분(52.08%)을 전량 신세계에 매각하면서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이 작용했다. 당시 신세계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명목으로 시가보다 20% 높은 가격에 정 부회장 지분을 인수해 400억 원의 이익을 안겨 줬다.
폐장 후 블록딜로 이뤄진 거래로 인해 소액주주들은 대응할 수도 없었고 그날에만 주가 폭락으로 15%의 손해를 봤다. 앉아서 35%의 손해를 봤고 1년 6개월 동안 재산상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특히 같은 주주인데 대주주는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고 장기 투자자인 소액주주는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것은 주주 평등 원칙에도 반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신세계 ‘주주 제안’ 관심
광주신세계는 시장에서 가치주로 평가받아 왔다. 주가를 평가하는 PER(주가 수익 비율)이 현재 4.8배로 4년 8개월치 순이익으로 회사를 살 수 있고, PBR(주가 장부가치 비율)은 0.36배로 주가가 자산 가치의 36%에 불과하다.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장기 투자 소액주주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주주 가치 제고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2019년 지분 8.5%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이 “인위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 피해로 이어져 시장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회사 측에 자진 상장 폐지를 요구했겠는가.
소액주주를 단순히 이익만 쫓는 투기꾼으로 보면 안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아직까진 소액주주들에겐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변경되는 주식 매매의 경우 OECD 모든 나라가 ‘의무 공개 매수 제도’를 통해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하이브와 오스템임플란트가 최근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이면 광주신세계 주주총회가 열린다. 광주신세계가 소액주주들의 주주 제안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bungy@kwangju.co.kr
하이브는 이수만의 SM 지분을 주당 12만 원에 인수하고 소액주주를 대상으로도 공개 매수에 나서 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SM 경영권은 일단 하이브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SM 경영진은 이수만을 배제하고 유상 증자를 통해 카카오를 우군으로 확보해 SM에서 이수만의 그림자를 지우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수만이 하이브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현재로선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 이상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하이브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SM의 경영권이 어디로 가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빅뱅으로 K-한류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M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의 힘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물(백성)은 배(군주)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론 엎기도 하는 것처럼 소액주주 운동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쯤에서 시선을 광주신세계로 돌려보자. 광주신세계도 소액주주들의 반란에 직면해 있다.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은 최근 주주 제안 방식으로 회사 측에 현금 배당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주 제안 배경에는 지난 2021년 9월 최대 주주인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 지분(52.08%)을 전량 신세계에 매각하면서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이 작용했다. 당시 신세계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명목으로 시가보다 20% 높은 가격에 정 부회장 지분을 인수해 400억 원의 이익을 안겨 줬다.
폐장 후 블록딜로 이뤄진 거래로 인해 소액주주들은 대응할 수도 없었고 그날에만 주가 폭락으로 15%의 손해를 봤다. 앉아서 35%의 손해를 봤고 1년 6개월 동안 재산상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특히 같은 주주인데 대주주는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고 장기 투자자인 소액주주는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것은 주주 평등 원칙에도 반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신세계 ‘주주 제안’ 관심
광주신세계는 시장에서 가치주로 평가받아 왔다. 주가를 평가하는 PER(주가 수익 비율)이 현재 4.8배로 4년 8개월치 순이익으로 회사를 살 수 있고, PBR(주가 장부가치 비율)은 0.36배로 주가가 자산 가치의 36%에 불과하다.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장기 투자 소액주주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주주 가치 제고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2019년 지분 8.5%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이 “인위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 피해로 이어져 시장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회사 측에 자진 상장 폐지를 요구했겠는가.
소액주주를 단순히 이익만 쫓는 투기꾼으로 보면 안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아직까진 소액주주들에겐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변경되는 주식 매매의 경우 OECD 모든 나라가 ‘의무 공개 매수 제도’를 통해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하이브와 오스템임플란트가 최근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이면 광주신세계 주주총회가 열린다. 광주신세계가 소액주주들의 주주 제안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