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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사무실로 가는 ‘경찰 전관’…‘전경예우’ 주의보
2023년 02월 05일(일) 22:41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광주지역 법무법인(로펌) 등 변호사사무실에서 전직 경찰관들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되자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법조계의 오랜 관행인 ‘전관 예우’에 빗대 ‘전경 예우’(경찰 출신 전관예우)라는 말까지 등장하면서 부정적인 효과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역 변호사 사무실에 퇴직한 경찰들의 취업이 줄을 잇고 있다.

구체적으로 경찰 출신의 취업현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법조계에서 불던 경찰출신의 법무법인 이직 바람이 광주에서도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전남지역에서 수사과장을 역임했던 A경감은 광주지역 한 법무법인의 사무국장으로 취업했다. 또 올해 초 광주지역 일선 경찰서에서 퇴직한 경찰관도 최근 광주지역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취업해 활동하고 있다.

형사사건 법률시장에선 수임액이 큰 6대 중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출신과 유무죄를 결정하는 판사 출신 전관 영입이 주류를 이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전관 영입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경찰공무원이 신청한 취업 심사 196건 중 50건(25.5%)은 그 사유로 ‘로펌 취업’을 들었다. 이 중 48명이 로펌 이직을 승인 받았다. 2020년에는 5명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광주지역 법조계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실제 변론 능력이나 현직 검사와의 소통 여부와는 무관하게 전관으로서 모종의 활약을 할 거란 기대 심리가 반영돼 검사 출신 변호사가 형사사건 법률시장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검찰이 수사권을 박탈당하면 이들의 인기가 경찰로 옮겨올 것으로 판단해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 수사의 대부분을 경찰이 맡게 되면서 경찰 고위직 또는 수사담당관과 인맥이 닿는 이들의 말 한마디가 중요해졌다는 점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법무법인은 최근 변호사가 아닌 일선 퇴직 경찰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경찰의 몸값이 올라가자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경찰까지 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이 없더라도 법무법인의 사무장을 맡아 사건 수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 경찰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 사무장 보다는 이사·고문·자문위원 등으로 취업하고 있다.

사건을 수임해오거나 경찰 수사관에게 ‘덕담’을 건네는 게 이들의 일이다. 또 당사자 방어권을 위한 현장 증거수집에 나서는 등 초동단계부터 실질적인 현장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검찰 직접수사 범위는 줄고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 수사 단계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찰 단계에서 빠르게 무혐의 처리를 해주겠다는 홍보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지역 A 변호사는 “앞으로는 로펌이 경찰출신 영입을 늘릴 것이다”면서 “경찰은 특히 인맥이 중요해 여러 경찰과 두루 친한 경찰 전관의 인기가 특히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퇴직경찰의 법무법인 이직이 늘자 전경예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법원의 전관예우 논란이 그렇듯 전관예우 실체를 인정하는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고 효과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경찰 출신 예우 가능성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실제 사건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경찰 선배들이 연락오면 그냥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직접적으로 알려줄 수 없지만 무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광주지역 로펌에서 최근 경찰 출신을 영입하고 있다”면서 “경찰예우 등으로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지만 로펌에서는 경찰 출신 인맥 등을 활용하기 위해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