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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손병현 지음
2023년 01월 16일(월) 22:00
남도는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에 의해 역사적 공간으로 그려져 왔다. 5·18민주화운동이나 10·19여순사건을 작품 속에서 다룬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울러 역사적인 폭력이 횡행했던 상흔의 공간으로서의 남도는 많은 이들에게 아픔과 슬픔, 고통을 안겨주었다.

남도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 발 비켜서서 바라보면 살아 숨 쉬는 일상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광활한 공간에 무수한 생명을 그러안고 있는 개펄 같은 모습이 남도의 감춰진 일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가 남도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작품의 빛깔은 달라진다. 역사를 다루든 아니면 일상을 다루든 그러나 기저에는 남도의 생명력과 역동성이 드리워져 있다.

광주일보 신춘문예(1999) 출신 손병현 작가가 펴낸 세 번째 소설집 ‘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문학들)은 남도를 ‘생동하는 공간’으로 그리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 손 작가가 바라보는 남도는 ‘기념비적 장소’가 아니다. 남도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무명한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남도인의 삶에 깃든 무조건적인 환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포용력을 주목한다.

‘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이라는 모임에는 ○○ 라이온스 크럽, ○○ 향우회, ○○전우회 ○○지부, ○○종친회 등과 같은 명칭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명칭에서는 지역 권력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곳에서는 누구나, 어떤 사건도 거시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손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렇게 남도의 일상을 모티브로 입담을 선사한다. 감칠맛 나는 어휘는 소설의 읽는 맛을 선사하고 눈앞의 풍경을 옮겨온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손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동문다리 브라더스’를 펴낸 바 있다. 그동안 오월문학에 대한 천착을 해왔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이전 소설과 비교해 동일한 점은 입담과 뚝심이다. 새로운 장소성과 언어를 찾아내 그것을 작품에 녹여내는 역량이 만만치 않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작가는 마치 ‘세계의 패배자들이여 남도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또 다른 사람냄새 폴폴 날리는 남도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손 작가는 광주대 문창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까지 창작집 ‘해 뜨는 풍경’, ‘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와 장편 ‘내 곁에 유령’, ‘동문다리 브라더스’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