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신팔도명물] 60년 이어온 ‘임실치즈’ 브랜드가 되다
1964년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 임실성당 부임 치즈 역사 시작돼
통합브랜드 ‘임실N치즈’ 전국에 가맹점 운영…경제효과 1000억원
테마파크·치즈마을서 체험활동 인기…매년 10월 관광문화축제도
2023년 01월 05일(목) 00:45
임실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치즈와 유제품
전북에 가면 옛날옛적 삼국시대부터 불렸던 ‘그리운 임이 사는 곳 임실(任實)’이 있다. 조상 대대로 척박한 농토를 일궈 풀칠로 연명하던 곳인데, 요즘 이곳에서 생산되는 ‘치즈’라는 서양 음식 하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59년 전인 1964년, 파란 눈동자의 서양인 신부가 임실지역 주민들의 ‘구세주’로 나타나면서 ‘부촌’으로 변모했다. 산양 2마리로 시작됐던 ‘임실 치즈’의 파란만장한 60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고 ‘치즈’하면 임실이라는 브랜드 명사가 창출된 것이다.

◇천사로 다가온 지정환 신부

우리나라가 낙농업을 시작한 해는 1962년 홀스타인 젖소를 도입하면서다. 이듬해에는 초지법과 낙농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낙농가들이 구성, 원유생산에 그치는 1차산업 양상을 보였다.

임실에서는 벨기에 출신 지정환(디디에 세스 밴테스) 주임신부가 임실성당에 부임하면서 치즈산업의 시초를 열었다. 지 신부는 처음엔 값비싼 젖소를 구입할 수 없어 자신이 직접 산양 2마리를 구입해 치즈를 생산하는 열의를 보였다. 또 임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산양을 분양하고 산양협동조합을 설립했으며 상당량의 원유를 확보하면서 치즈를 연구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생전의 지정환 신부 모습
하지만, 산양유로 생산한 치즈는 품질과 상품성 저하로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중단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지 신부는 궁여지책으로 벨기에의 부모에게 찾아가 임실지역 주민들의 실상을 호소하고 젖소 구입 자금을 요청했다.

그후 지 신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지인들을 찾아가며 기술을 취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0년 국산 치즈 1호인 ‘지정환 체다치즈’가 조선호텔에 처음 납품되면서 ‘임실 치즈’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제로서 종교적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려운 시절 한국의 농촌 지역 주민에게 희망을 심어준 지 신부는 2019년에 사망했으며 정부에서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임실치즈농협

임실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치즈와 유제품의 통합브랜드 이름인 ‘임실N치즈’의 태동과 존재는 임실치즈농협(조합장 설동섭)의 발전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967년 지정환 신부가 임실읍 성가리에서 국내 최초의 치즈 공장을 구축한 데 이어 1986년에는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1991년 임실치즈농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1997년에는 신용사업을 병행, 2010년에는 1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현재의 첨단 생산공장을 건립했다.

임실치즈농협에서는 자연치즈와 가공치즈, 숙성치즈를 3개 분야를 통해 모두 14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또 블루베리와 딸기 요구르트 등에 이어 최근에는 치즈를 이용한 각종 냉동식품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국산 치즈의 원조인 임실치즈농협은 임실지역 14개의 낙농가와 낙농업체에서 생산하는 치즈와 요구르트의 대표적인 종합 생산체다. 전국 주요 시·도에 27개 가맹점과 판매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과 경제효과는 1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도 판매점을 확보했고 치즈와 요거트 등을 수출하는 쾌거도 일궈냈다.

<@2◇임실치즈테마파크와 치즈마을

정부가 2004년에 임실치즈밸리 사업을 확정해 사업이 추진되면서 2011년에는 현 위치에 임실치즈테마파크가 들어섰다. 이곳은 유럽풍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문화관광지로서 미래의 치즈 관광산업을 꿈꾸는 임실군의 중심지다.

국내 유일의 체험형 관광지인 치즈테마파크는 2004년부터 8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치즈마을 인근 15만㎡의 초지에 조성됐다. 주요 건물로는 치즈캐슬과 치즈역사박물관, 임실치즈&식품연구소 및 치즈 식품가공공장 등 23개의 시설물이 들어섰다. 사전 예약을 통해 피자 만들기와 서바이벌 게임, 4D영상관 및 유가축장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먹거리로는 프로마쥬 레스토랑과 화덕쿡 등에서 다양한 치즈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치즈 판매장에서는 유가공제품도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사시사철 마련됐고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으며 홍보관을 비롯해 치즈역사문화관과 장미공원 등이 조성됐다.

본래 ‘느티나무마을’인 임실치즈마을은 2003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됐다. 임실치즈농협에 이어 마을 주민들이 치즈와 요구르트 등을 별도로 생산하면서 ‘치즈 마을’로 전국에 알려졌다. 이곳에서는 치즈와 전통놀이 등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함께 숙식도 가능하다.

체험종류는 모짜렐라치즈와 임실치즈 피자 만들기, 머그컵 꾸미기 및 산양유 먹이주기 등이 있다. 마을 중앙에 조성된 특산물 상점에서는 각종 치즈와 과일이 첨가된 요구르트 등 지역특산물을 판매한다.

<@3◇임실N치즈 축제

임실N치즈 축제는 지난 2015년 심민 현 임실군수가 민선 6기 공약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추진하는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관광문화축제다.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임실치즈마을, 임실읍 일원에서 펼쳐지는 치즈축제는 지난해에도 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임실군은 치즈축제를 통해 치즈를 임실의 특산품으로 확고한 가치를 굳히고 아울러 낙농가와 주민소득 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한다. 특히 임실만의 차별화된 임실N치즈 고유의 콘텐츠를 활용, 축제의 경쟁력 인프라 강화도 꾀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10월 중에 개최되는 임실N치즈축제는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연중행사다. 치즈테마파크에서 지난해 10월 7일부터 4일간 열린 치즈 축제는 전체 10개 테마에 76개 프로그램이 마련된 가운데 진행됐다. ‘특별한 치즈’와 ‘더불어 치즈‘ 등 모두 10개로 구성된 테마는 분야별로 다양한 체험행사와 볼거리 및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마련됐다. 임실치즈마을에서도 상시체험 프로그램으로 농촌체험과 윷놀이 등 각종 전통놀이와 치즈 음식이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임실읍 일원으로 확대된 치즈 축제는 임실시장 등지를 대상으로 ’버스킹‘ 프로그램을 실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특히 지정환 신부의 체취가 깃든 임실성당과 대한민국 최초의 치즈 공장인 성가마을 현지에도 관광객이 몰리는 성과를 올렸다.

임실N치즈축제가 펼쳐진 이후로 임실군은 6차산업화에 바짝 다가섰고 고용창출과 특산품 판매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임실군의 핵심 사업인 ‘섬진강 르네상스’와 병행, 지난해 임실군을 다녀간 관광객은 전체 7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북일보=박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