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태원 참사 광주 생존자 “순식간에 몸 붕뜨며 짓눌렸다”
참혹한 현장에서 극적 생환한 이모씨 생환기
![]() 이태원 거리 사고 전 모습. /연합뉴스 |
“사고 현장은 전쟁통 이었어요. 생각하기조차 싫어요.”
2일 현재 156명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참혹한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광주지역 생존자의 말이다.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이모(여·34)씨는 지난 29일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친구 7명과 서울로 올라갔다.
이씨는 상경한 김에 광주로 바로 갈 수 없다는 친구들과 함께 핼러윈 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는 이태원을 찾기로 했다.
29일 밤 이태원역에 간 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밤 10시께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가자마자 이씨 일행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파에 휩쓸려 해밀턴호텔 골목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때부터 ‘위험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골목길에 들어선 시점부터 가고싶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골목에는 과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사람들은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씨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밀턴호텔 골목의 아래까지 내려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는 자신보다 체구가 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숨을 쉬기가 힘들었고 계속해서 밀리면서 친구들 무리와 1m 정도 떨어졌다.
해밀턴호텔 가벽을 왼쪽에 두고 인파에 끼인 채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던 이씨는 주변에서 누군가 “내려가요! 내려가요! 못올라와요!”라고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밀지마! 밀지마!”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이러다가 진짜 큰일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서서히 밀리면서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곧이어 해밀턴호텔 골목에 있던 군중속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이씨는 이때 체감상 5초에 걸쳐서 사람들이 다같이 넘어진 것 같다고 기억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씨의 친구들은 이씨보다 앞서 있어 참사에 휘말리지 않았다.
해밀턴호텔 골목 아래 쪽에 있어 쓰러진 군중에 골반 위쪽까지 깔린 상태로 짓눌렸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고, “살려주세요 숨이 잘 안 쉬어져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씨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패닉상태가 와서 목이 막힌 것처럼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이씨는 애써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고 얕게라도 호흡을 반복해서 쉬었다.
이씨는 약 40여분 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는 “옆에 깔린 사람은 의식을 잃은 듯 축쳐져 미동이 없었다”면서 “주변에서 먼저 구조받기 위해 손을 뻗고 몸부림 치는 과정에서 더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악몽 같았던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눈물을 내비쳤다.
경찰은 이씨를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지만 다리가 엉켜 실패하자 산소호흡기를 건네며 “침착하시고 호흡하고 있으시면 위쪽부터 구조하겠습니다”라고 말한뒤 떠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남성이 “경찰입니다. 제 말에 따라주세요”라며 시민 5~6명과 함께 극적으로 이씨를 구출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이씨는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피를 토하는 사람,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거나 이미 숨져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시민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30일 서울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광주시 광산구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입원치료 중이다.
오랜 시간 하체에 피가 통하지 않았던 터라 신장에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다행히 지금은 회복했다. 하지만 왼쪽 다리에는 여전히 감각이 없고 양쪽 다리 모두 깁스를 해 휠체어 없이는 걸을 수도 없는 상태다.
이씨는 “이태원에서 사고 당하려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라며 “앞으로는 축제를 비롯해 인파가 많이 몰리는 현장에는 항상 안전이 확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2일 현재 156명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참혹한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광주지역 생존자의 말이다.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이모(여·34)씨는 지난 29일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친구 7명과 서울로 올라갔다.
29일 밤 이태원역에 간 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밤 10시께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가자마자 이씨 일행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파에 휩쓸려 해밀턴호텔 골목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때부터 ‘위험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골목길에 들어선 시점부터 가고싶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골목에는 과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사람들은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씨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밀턴호텔 골목의 아래까지 내려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해밀턴호텔 가벽을 왼쪽에 두고 인파에 끼인 채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던 이씨는 주변에서 누군가 “내려가요! 내려가요! 못올라와요!”라고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밀지마! 밀지마!”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이러다가 진짜 큰일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서서히 밀리면서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곧이어 해밀턴호텔 골목에 있던 군중속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이씨는 이때 체감상 5초에 걸쳐서 사람들이 다같이 넘어진 것 같다고 기억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씨의 친구들은 이씨보다 앞서 있어 참사에 휘말리지 않았다.
해밀턴호텔 골목 아래 쪽에 있어 쓰러진 군중에 골반 위쪽까지 깔린 상태로 짓눌렸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고, “살려주세요 숨이 잘 안 쉬어져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씨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패닉상태가 와서 목이 막힌 것처럼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이씨는 애써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고 얕게라도 호흡을 반복해서 쉬었다.
이씨는 약 40여분 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는 “옆에 깔린 사람은 의식을 잃은 듯 축쳐져 미동이 없었다”면서 “주변에서 먼저 구조받기 위해 손을 뻗고 몸부림 치는 과정에서 더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악몽 같았던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눈물을 내비쳤다.
경찰은 이씨를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지만 다리가 엉켜 실패하자 산소호흡기를 건네며 “침착하시고 호흡하고 있으시면 위쪽부터 구조하겠습니다”라고 말한뒤 떠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남성이 “경찰입니다. 제 말에 따라주세요”라며 시민 5~6명과 함께 극적으로 이씨를 구출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이씨는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피를 토하는 사람,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거나 이미 숨져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시민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30일 서울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광주시 광산구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입원치료 중이다.
오랜 시간 하체에 피가 통하지 않았던 터라 신장에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다행히 지금은 회복했다. 하지만 왼쪽 다리에는 여전히 감각이 없고 양쪽 다리 모두 깁스를 해 휠체어 없이는 걸을 수도 없는 상태다.
이씨는 “이태원에서 사고 당하려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라며 “앞으로는 축제를 비롯해 인파가 많이 몰리는 현장에는 항상 안전이 확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