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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동거 가족’ 입니다”
‘가족 아닌 연인·친구와 산다’…비(非)친족가구 이유 들어보니
동거 시작 1년 된 MZ세대 “결혼은 부담과 족쇄 비혼주의 삶에 만족”
3년째 함께 사는 60대 “나이 먹었어도 사람 필요 혼인신고 생각 없어”
2022년 09월 22일(목) 21:00
/클립아트코리아
이정민(30)·김슬기(여·28)씨는 1년 전 동거를 시작했다.

광주시 서구 쌍촌동의 원룸에 둥지를 튼 이들은 일명 ‘사실혼’(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 관계로 결혼 자금이 부담스러워 신고를 하지 않고 같이 살기 시작했다.

이들의 결정에 양가 부모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에 이제는 수긍하면서 양가를 오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씨는 “결혼은 부담과 족쇄”라면서 “부모의 빚을 포함해 상대방의 가정사를 공유하고 싶지 않아 합의 하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에도 이씨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애인과 동거하거나 친구끼리 함께사는 ‘비(非)친족 가구’가 늘고 있다. 친족 중심의 정형화된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결혼보다는 동거가 늘고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친족 가구’는 집단시설 등에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하고 8촌 이내 법적 가족이 아닌 친구나 애인끼리 함께 사는 것으로, 남남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말한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비친족 가구는 1만839가구로 지난 2016년(6212가구)에 비해 74.5%나 늘었다.

지난해 전국의 비친족 가구원은 101만 5100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광주·전남 비친족 가구원도 급증해 지난해 광주가 2만3387명, 전남은 3만7378명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 5년 전(광주·전남 3만7000여명)에 비해 63.1% 오른 수치다.

이러한 증가세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연인들 뿐 아니라 마음 맞는 친구와 살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친구 사이인 박재형(24)씨와 윤경원(24)씨는 광주시 광산구 선암동의 대학교 앞에서 함께 살고 있다.

올해 초 군대를 제대한 박씨는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친구와 같이 살기를 택한 것이다.

박씨가 같은 과 친구인 윤씨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반반 내고 같이 살기를 제안했고 윤씨가 받아들인 후 이들의 동거는 반년째 진행중이다.

박씨는 “원룸에 혼자 월세 35만원 주고 사는것보다 투룸에 월세 40만원에서 45만원을 둘이서 분담하면 넒은 공간을 적은 비용으로 살게 된다”면서 “혼자 살 때는 찌개류를 한번 끓이면 먹다가 쉬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둘이 같이 먹다보니 버리지 않는다. 배달도 둘이서 시키면 최소주문 금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웃어보였다. 또 “투룸에서 살기 때문에 각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외롭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바로 옆 방에 친구가 있다는 게 든든하다”며 “경제적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비친족 가구는 젊은이들만의 선택은 아니다. 황혼기에 홀로 된 이들도 친족을 꾸리지 않은 채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주시 빛가람동에 살고 있는 김영기(가명·66), 강희진(여·가명·61)씨는 3년째 함께 하고 있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이혼을 한 이들이 만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전입신고만 한 뒤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15년 전 배우자를 병으로 잃고 홀로 일만 하면서 자식 세명을 키워왔지만 아이들이 다 커서 사회로 나가자 홀로 남아 외로워 졌다”면서 “(강씨를 만나) 나의 인생을 찾은 것 같다. 나이를 먹었어도 사람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쑥쓰러워 했다.

김씨는 “가끔은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도 하고 싶지만 나이와 아이들을 생각해야 하고 이 나이에 첫 결혼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냥 같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대변화와 맞물려 결혼보다는 동거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을 탈피하려는 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혼이나 동거가구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관련 법령을 개정 및 보완을 통해 현실에 맞는 가족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