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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속았다”…중고거래 늘자 사기·분쟁도 폭증
물품 대금만 가로채고 연락두절…흠집 난 명품 가방 환불 요청에 “불가”
지난해 분쟁조정신청 3271건, 361% 폭증…물품정보 제공 강화 필요
2022년 08월 18일(목) 19:40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에 사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서 ‘넷플릭스’ 계정을 공동구매(사용)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1년 치 사용료 3만5000원을 입금했다. 4분의 1 가격에 최신 영화를 맘껏 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잠시, 계정 구매가 늦어지더니 어느 날 갑자기 글 게시자와 연락이 끊겼다. 물품 사기를 당한 것이다. 지난 17일 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김씨는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생각에 공동구매를 결정했는데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고 하소연했다.

30대 직장인 박모(여)씨의 경우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딱 한 번 사용한 명품 가방’이라는 말을 듣고 반값에 샀다가 후회가 크다고 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을 반값에 물품을 받고 보니 일부 흠집이 있고 사용한 흔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청했더니 환불은 절대 안 된다는 말에 소송을 걸어야 할지, 분쟁조정을 신청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중고물품 거래사이트를 통한 사기 사건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어팟·노트북 등 전자제품과 의류, 소품 등이 거래되던 중고물품 사이트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농기구·차량 등 ‘거의 모든 세상의 물건’이 거래될 정도다. 시장 활성화에 발맞춰 고물가 시대 지출을 줄이려는 20~30세대를 겨냥한 물품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폭증하는 추세다.

18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정보통신기술(ICT)분쟁조정지원센터에 접수된 중고거래 조정신청은 모두 3271건으로 2020년(906건) 대비 361% 증가했다. 주요 3사 거래 플랫폼별로는 번개장터의 경우 2020년 121건→ 2021년 973건(704%), 당근마켓 2020년 352건→1620건(360%), 중고나라 173건→780건(351%)으로 늘었다.

분쟁은 주로 ▲스마트폰·에어팟 등 전자제품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 ▲공동구매 의류·중고 명품가방 환불을 놓고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이 큰 폭으로 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 7월 당근마켓 등 주요 3사와 ‘사기 피해 예방과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거래 방식 개선을 유도하고 나섰다.

특히 분쟁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물품에 관한 필수 정보가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물품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찰에 접수되는 물품 사기 사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통한 사기 사건을 별도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광주 5개 경찰서에 접수되는 물품 사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경찰에 접수되는 사건은 주로 사용기한 지난 기프티콘 판매 후 연락 두절, 물품 대금만 가로챈 사건 등이라고 한다. 피해 신고가 정식 접수되면 경찰의 수사는 시작되지만 강력사건이 아니어서 사건 해결까지 2~3개월이 걸리고, 피의자가 끝까지 합의를 거부할 경우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별도의 민사소송 제기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분쟁 조정 신청, 사실관계 조사, 합의 권고, 합의 불발 시 조정, 조정안 수락 권고 등 복잡한 절차 때문에 통계로 잡히지 않는 분쟁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거래를 하기 전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부터 물품 정보까지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