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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급한 광주 맹장염 3세아 ‘병원 찾아 삼만리’
병원 16곳 문의했지만 “휴일 의사 없다”·“만실” 이유 불가…대전으로 이송
손가락 절단된 30대도 전북으로 원정 수술…광주 의료시스템 점검 시급
2022년 08월 15일(월) 18:58
/클립아트코리아
맹장염 수술이 필요한 세 살배기 남자아이가 광주에서 수술을 맡을 병원을 구하지 못하고 약 200㎞ 떨어진 대전지역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또한 영광지역 사업장에서 작업 중 손가락 일부를 절단당한 30대 남성은 접합 수술 전문 병원과 대학 병원 등 광주 대형 병원 모두가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자 119구급대에 의해 전북으로 가 수술을 받았다.

두 사례 모두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광주 대형 병원 등이 “환자를 볼 의사가 없다” “병실이 꽉 찼다”라며 환자를 맡지 못하겠다고 밝히면서 생겨난 일로 ‘광주 의료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광주시와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토요일이던 지난 13일 오후 1시께 119 소방상황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 살배기 아이(A군)가 복통과 고열 증세를 보인다. 119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119구급대에 의해 광주시 북구의 한 아동 전문병원으로 이송된 A군은 일명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염’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맹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서둘러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군이 입원한 곳은 광주에서 200㎞나 떨어진 대전 충남대병원이었다.

대전으로 이송을 결정하기 전 119구급대가 아이를 맡을 병원을 수소문했으나 하나같이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소아 외과 수술이 가능한 광주지역 16개 병원에 연락을 취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모두 “아이를 당장 맡을 수 없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었다.

조선대병원은 소아 외과의사 부재로 수술이 어렵다고 밝혔고, 전남대병원은 “수술실이 꽉 차 있다”고 소방에 밝혔다. 광주기독병원 등 대형병원 등 나머지 10여개 병원 모두 소아 외과의사가 없다거나 병실 포화 등으로 아이를 맡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A군 부모가 지인을 통해 “충남대병원에는 의료진과 병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소방당국에 ‘관외 이송’을 요청했다.

소방당국은 종합상황실, 119구급상황실, 출동 구급팀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충남지역으로 관외 이송이 결정했다. A군은 결국 이날 오후 7시를 넘겨서야 대전 충남대병원에 도착했다. 광주소방 관계자는 “다행히도 A군은 수술을 잘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광주에서 병원을 구하지 못해 전북으로 이송된 사례가 있었다.

영광군 대마면 광통신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B(37)씨는 이날 오후 4시50분께 오른쪽 4번째 손가락을 2마디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B씨가 입원한 곳은 전주지역 병원이었다.

B씨를 응급 이송하기 위해 출동한 119구급대는 광주에 있는 접합 전문 병원과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대형 병원 모두에서 “수용 불가” 입장을 듣고 90㎞ 떨어진 전북 모 병원으로 내달렸다. 당시 전북지역 대형 병원인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도 환자를 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119에 밝혔다는 점에서 소방 측이 병원 수소문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B씨는 병원 입원조차 불가능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지역 의료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또는 급성 질환조차 광주 병원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관외 이송’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광주시도 잇단 사고 대응 과정에서 광주 의료 시스템의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행 법령에선 의료진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구조”라며 “소아과 의사는 대학병원별로 1~2명씩 밖에 없는데 휴가나 학회 참석으로 부재중이면 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의사는 “의료 공백을 명확히 드러낸 사례”라며 “점검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