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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가족 공부-최광현 지음
2022년 06월 03일(금) 07:00
“당신은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누군가로부터 그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 또는 남편과 아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작 애써 외면하는 문제가 바로 가족이다. 너무나 가까운 대상이기에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다음은 가족의 특성을 잘 드러낸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가족의 드러난 면과 숨겨진 면이 낮과 밤처럼 공존하고 있습니다.”, “엄마도 엄마도 있었고, 딸은 자라 엄마가 된다. 인생은 백지가 아니어서 내 경험과 기억만 기록되지 않는다.”

가족상담 전문가 최광현 한세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가족공부’를 일컬어 ‘우리가 평생 풀지 못한 마음의 숙제’라고 표현한다. 그는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타인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최 교수의 저서 ‘가족 공부’는 실제 사례를 토대로 가족 관련 갈등을 풀어낸다.

한국인형치료학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트라우마를 통한 가족치료를 전공했다. 독일 본대학병원 임상 상담사와 루르 가족치료센터 가족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의 가족 갈등과 아픔을 목격하기도 했다.

저자는 먼저 ‘대물림’이라는 키워드로 가족 문제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상처받는 가족의 특징을 ‘반복강박’에서 찾는다. 즉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상황을 반복하고자 하는 충동”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부모, 자녀 관계를 통해 해소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엄마와 딸은 ‘감정의 경계가 없는 불안의 한 덩어리’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벗어나고 싶은 양가감정을 지닌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직하게 내보이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아들의 오이디프 콤플렉스는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세상은 궁극적으로 다음 세대가 주인공이 되는 과정이므로 앞선 세대의 이해와 양보가 요구된다. 물론 젊은이를 향한 격려와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가족 문제는 누구나 예외일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펼쳐진 ‘하우펀’ 행사에 참여한 가족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광주일보 자료>
저자는 부부의 갈등이 있을 때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나쁜 습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칫 ‘모성애 중독’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부모와 자녀가 끊임없이 ‘삼각관계’를 일으키거나 균형을 잃어버리는 상황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가족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다. 상대에게 취했던 자세를 바꾸는 노력이 먼저 수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저자는 ‘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의 한 사례를 들며 먼저 변할 것을 조언한다.

남편이 매일 술을 마시는 것 때문에 이혼을 상담하러 온 여성이 있다. 상담을 하고 전철을 타고 가다 한여름 뙤약볕이 쏟아지는 아스팔트에서 현장 일을 하는 남편을 본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시원한 맥주를 찾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여성은 이후 남편을 좀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상처는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모든 상처는 가족에서 태어난다는 의미다. 저자는 “한 가족이 형성하는 협력이 가족애를 만들어냅니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요아힘 바우어는 이 가족애가 우리의 비밀병기라고 이야기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의 견해를 인용한다. “사랑에 실패하면서도 왜 사랑의 기술을 도무지 배우려 하지 않는가?”라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자세가 아닐까. “서로의 처지를 바꾸어 이해하는 마음”보다 중요한 처방은 없을 것 같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