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뽑아 뿌듯…후배들 더 나은 환경서 공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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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뽑아 뿌듯…후배들 더 나은 환경서 공부하길”
[첫 교육감 투표 광주 고3 유권자에게 들어보니]
공약 실현 가능성 보고 선택…교과수업 외 다양한 체험활동 보장 필요
모두가 공부로 성공할 순 없어…학교가 개개인 꿈·진로 찾도록 도와야
2022년 06월 01일(수) 23:50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광주 남구 진월동의 한 태권도장에 설치된 진월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저는 곧 졸업하지만 제 후배들은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학교에 다녀야죠. 제가 생애 첫 교육감 투표를 위해 투표장에 나온 이유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교육감을 뽑을 수 있는 첫 선거인 6·1지방선거 당일인 1일 광주시내 투표소에는 앳된 모습의 고교 3학년 유권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연령이 하향 조정된 이후 열린 첫 지방선거로 2004년 6월 2일 이전에 태어난 만 18세 고등학교 3학년생이 투표할 수 있다.

광주시 동구 지산동에 사는 이서준(18)군은 이날 투표를 마치고 나서 “제가 고3으로 제일 선배이니깐, 아무래도 후배들에게 좋은 교육 정책을 펼칠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투표장에 왔다”며 “주변 친구들 보니깐 생일 지나서 투표권 있는 친구들은 오늘 대부분 투표하러 간 것 같다. 아마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군은 “선거일 전 집으로 온 공약집, 후보자 이력을 봤다. 시장, 구청장 등 정치인보다 아무래도 학생이니깐 교육감 후보에 눈길이 갔다”며 “진로체험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이 좋았다. 진보, 보수 이런 걸 떠나 학생들 입장에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새 교육감을 향해서는 “입시 위주의 교과 수업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 예를 들면 진로체험, 현장체험학습 등 체험 교육을 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구 화정동에 사는 심우민(18)군은 “처음 하는 투표여서 모든 게 신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 군은 “설레었다. 뭔가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단체장과 교육감을 내 손으로 뽑는다는 게 되게 신기했다”며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 투표를 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아 투표장에 왔다”고 했다.

심 군은 “시장, 구청장, 지방의원 등 정치인도 있지만 제가 학생이다 보니 교육감 후보들에게 관심이 갔다”며 “제가 누구를 찍었는지는 비밀이지만 선택 기준은 공개할 수 있다. 바로 공약 내용과 공약 실현 가능성”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로 취임하게 될 새 광주시교육감에게 “친구들 보면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며 “그런데 어차피 모두가 공부로 성공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학생 개개인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적성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 봉선동에 사는 홍용성(18)군은 “열아홉 나이에 곧바로 투표할 수 있어서 새로웠다. 어른들이 하던 투표인데, 나도 할 나이가 됐다니 신기했다”고 웃었다.

홍 군은 “학생들이 마음껏 자기 의견을 내고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할 수 있게 도와줄 사람, 자기 꿈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게 돕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은 만 18세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학생 유권자 일부에게 투표장을 찾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누굴 뽑더라도 학교 교육은 큰 변화가 없지 않겠느냐”, “친한 친구가 이번엔 투표권이 없어서 혼자 투표장에 가는 게 어색해서 못 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생애 첫 교육감 선거권(투표권)을 가진 광주 유권자는 모두 6660명으로 나타났다. 고1 학생 109명, 고2 학생 150명, 고3 학생 6401명이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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