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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소음 못살겠다” …“일꾼 뽑는데 참아야죠”
확성기 소음 기준 도입 첫 선거…6·1지방선거 현장 돌아보니
자동차 확성장치 127데시벨
위반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
기준치 느슨해 강제할 방법 없고
선관위도 적극적으로 단속 안해
2022년 05월 22일(일) 20:50
/클립아트코리아
“법은 개정됐다는데 달라진 게 없어요. 소음 때문에 못살겠습니다” “제대로 된 ‘일꾼’을 뽑을 수 있다면 2주는 참아야죠”

지난 21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서구 풍암호수 입구.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 후보와 교육감 후보 측이 세워둔 유세차 2대에서 후보자 연설과 빠른 템포의 선거운동 노래가 흘러나왔다. 다수의 확성기에서 후보자 측이 튼 연설과 선거운동 노래가 뒤섞이면서 일대에 남은 것은 소음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최길현(53·광주시 서구)씨는 “날씨가 좋아 나들이 왔는데 유세차 소음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광주시 동구 지산동 주택가.

지방선거 유세차량이 선거송을 튼 채로 지나가자 길에 서 있던 주민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이번 6·1지방선거는 ‘확성기 소음 기준’이 도입된 이래 처음 치러지는 선거이지만 21~22일 둘러본 현장에선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유권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정도 소음은 참아야한다”고 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시끄러워서 못참겠다”며 인상을 쓴 채 빠른 걸음으로 유세차를 벗어났다.

이런 시민들의 불만을 반영하듯 헌법재판소는 2020년 1월 공직선거법 79조 3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문은 ‘후보자가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담을 위해 자동차와 이에 부착된 확성장치 및 휴대용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당시 헌재는 확성장치 최고 출력 등 소음 규제기준을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1년 말 소음 규제 기준을 담아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자동차 부착 확성장치의 경우 정격출력 3㎾ 및 음압 수준 127㏈(데시벨) 초과를 금지했다. 다만 시·도지사 선거는 정격출력과 음압 수준 기준이 각각 40㎾와 150㏈ 미만까지 완화했다. 휴대용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30W를 초과할 수 없게 했다. 확성장치 사용 시간도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허용했다. 위반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시행됐지만 소음 민원은 여전하다.

6·1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틀만인 지난 20일까지 광주에선 총 37건의 선거 관련 민원이 접수됐는데, 이 중 19건이 유세차 소음 관련이었다.

유권자 등 시민 민원에도 소음을 유발한 후보자 측을 처벌하거나 소음을 줄이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어보인다.

법에서 규정한 소음 기준치가 워낙 느슨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음압 수준은 127~150㏈인데,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20㏈은 전투기 이착륙에 버금가는 소리이고, 110㏈는 자동차 경적소음, 100㏈는 열차 통과시 철도변 소음 수준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기보다 선거운동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기류가 강하다.

소음 측정기를 들고 유세장에 가서 측정하는 방식 대신, 후보자 측에 사전에 확성장치 관련 서류(시험성적서, 사양확인서 등)를 제출하도록 하고, ‘기준치 이내의 확성장치’라는 확인증 형식의 표지를 내주는 ‘지도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광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민원 발생시 표지(스티커)가 부착된 확성장치를 사용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소음 측정을 할 경우 정당한 선거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선 위헌 결정에서 일부 재판관이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공직선거에 있어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선거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낸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 일부는 소음 유발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유세법을 각 정당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영(60·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씨는 “소음은 싫지만 선거운동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 유세전을 보면서 후보들끼리 협의해 트럭 유세는 돌아가면서 하는 게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꺼번에 확성기 유세를 하는 건 집중도를 떨어드리는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까지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선관위가 지방선거와 교육감 후보자 측에 교부한 확성장치 표지는 모두 177장이다. 선거운동용 확성장치 177대가 광주시내에 가동 중이라는 의미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