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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호남문화재연구원 문화강좌] “‘예맥(濊貊)’은 법과 조세제도가 갖춰진 나라”
임영진 호남문화재연구원 이사장
‘예맥역사문화권의 이해’ 강의
삼국사기 ‘적대세력=말갈’로 기록
2022년 05월 22일(일) 20:20
임영진 호남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0일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한국 역사문화권의 성격과 의미’ 강좌에서 ‘예맥역사문화권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중국사서인 삼국지 위지동이전과 후한서 동이열전 예전(濊傳)에 수록돼 있는 예(濊)는 흔히 맥(貊)과 함께 예맥으로 불리는데 법과 조세제도가 갖춰진 나라였습니다.”

임영진 호남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20일 광주일보사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재)호남문화재연구원(원장 신흥남)과 공동개최한 “한국 역사문화권의 성격과 의미”-‘예맥역사문화권의 이해’ 강좌에서 예맥의 특징을 이같이 요약했다. 예맥역사문화권은 강원도 일대에 해당하며 지난해 12월 31일 역사문화권정비법 개정에 따라 추가됐다.

임 이사장은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예전을 보면 촌락들이 서로 침범하면 그 벌로 노예, 소, 말을 부과하였는데 이를 책화(責禍)라 했고 같은 성씨끼리는 혼인하지 않는 풍습이 있었으며, 후한서 동이열전에는 법령이 무려 60개에 달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중국사서에 등장하는 예맥의 조세제도도 언급했다. 예컨대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에는 ‘조세가 10분의 1보다 많으면 걸왕(桀王, 중국 하(夏) 나라의 폭군)과 같은 횡포이고, 10분의 1보다 적으면 맥(貊)과 같은 것이다’고 기록돼 있다. 맹자가 전국시대 재력가인 백규와 나눈 대화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조세는 너무 많거나 적어서는 안되고 10분의 1 정도가 적당하다는 뜻이다.

임 이사장은 “삼국사기에는 예맥이 말갈(靺鞨)로 기록돼 있으며 백제, 신라와 43차례 교전한 사실이 소개돼 있다”면서 “삼국사기 집필시 ‘북쪽의 적대세력=동예=말갈’로 인식했던 통일신라때의 관념이 반영돼 원사료에 예맥으로 쓰여 있던 것을 말갈로 개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은 “현행 역사 교과서에 소개된 예맥의 서술 분량이 10년전보다 대폭 축소됐다”며 “이는 근현대사 분량이 늘어난 것과 연동된 것이지만 우리 역사의 뿌리에 해당하는 고대사 분야가 줄어든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예맥역사문화권의 핵심 유적인 춘천 중도유적을 사례로 들어 문화유산 보호와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3년 발굴이 시작된 중도유적지에서는 환호(環濠·마을 경계시설인 도랑)와 주거지 1495기, 지석묘(고인돌) 133기 등이 확인됐으나 보존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개발됐다.

“현지 주민들이 시민운동까지 벌이며 현지보존을 촉구했지만 묵살되고 위락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시설이 개장했음에도 유적 이전복원과 박물관 건립 약속 실천은 요원한 것 같습니다. 늘 문화유산 보호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개발에 밀려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임 이사장은 “역사문화권정비법에 따라 각 문화권별로 지정문화재 뿐만 아니라 비지정문화재들까지 국가주도로 정비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결국 현지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며 “마한역사문화권에서도 새로운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고 정비사업이 추진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주민들의 관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좌는 오는 6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5시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다. 오는 27일에는 차용걸 충북대 명예교수의 중원역사문화권 강좌가 진행된다. 지난 강좌는 유튜브(한국 역사문화권의 성격과 의미)에서 시청할 수 있다. 문의 호남문화재연구원 기획사업실(전형민 061-383-3640).

/글·사진=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