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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을 살리자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5월 12일(목) 03:00
어떤 사람의 행적을 살펴보는 데 필요한 공문서로 과거에는 호적등본이 있었다. 가족 관계부터 본적지, 생년월일, 결혼, 이혼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1922년 12월 조선총독부령 제154호 조선호적령이 제정되면서 작성되기 시작한 호적은 호주(戶主)를 중심으로 그 집에 속한 사람을 적어 내려갔다. 해방 이후 남성 우선적인 호주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2008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호적 제도는 폐지됐다.

토지에도 탄생부터 변천 과정, 종말까지를 기록한 문서가 있는데, 이를 지적이라고 한다. 일제가 토지 소유 증명, 세금 부과, 국유지 점유 등을 위해 토지조사사업(1910~1918)을 벌여 만들었다. 이 종이로 만든 지적은 오는 2030년에야 비로소 재조사를 통해 디지털로 구축될 예정이다. 지적은 필지 분할, 합필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의 성장·발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쇠락한 광주 구도심이 어느 순간 아파트 숲으로 변하고 있다. 아파트는 주거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있는 반면 해당 토지가 면면이 가지고 있던 역사를 지워 버리고, 다양한 용도로 구성돼야 할 도심을 주거 기능으로만 채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백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광주의 이야기도, 중요한 근현대 건축물이나 시설도 싹 쓸려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학동 팔거리 갱생 지구, 남광주역, 광주여고, 호남은행 건물 등 광주 구도심이 간직해왔던 소중한 유산은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광주가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도심의 경관과 시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혁신적인 공공 투자를 통해 거주 편의성을 높이고, 매력적인 공공시설로 되살려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구도심에는 광주의 정체성·장소성·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도심은 어디나 비슷한 구조와 경관을 보인다. 주거·상업·녹지 등 용도지역을 적절하게 배치해 살기에 편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별 것이 없다.

광주의 매력은 구도심으로부터 발산된다. 구도심이 없다면 광주도 없다. 구도심 살리기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