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6개월…묻힐 곳 없는 전두환
  전체메뉴
사망 6개월…묻힐 곳 없는 전두환
유골함에 담겨 연희동 자택에
내란죄로 국립묘지 안장 불가
회고록에 “전방 고지 묻히고 싶다”
군과 협의도 없고 장지 못 구해
일각선 “묘지 훼손 우려도 작용”
2022년 05월 10일(화) 20:00
1996년 8월 5일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고 노태우·전두환씨. <광주일보 DB>
지난해 11월 숨진 전두환씨의 유해(遺骸)가 서울 연희동 전씨의 자택에 여전히 안치돼 있는 것으로 10일 파악됐다.

5·18 유혈 진압의 장본인으로 지목받는 전두환씨는 생전 펴낸 회고록에서 “전방 고지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사망한 지 169일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두환씨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이날 광주일보에 “대통령님의 장지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 장례 이후 줄곧 유골함에 모셔져 연희동 자택에 안치돼 있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장지와 관련한 전씨의 생전 바람이 담긴 ‘전두환 회고록’ 내용을 언급하면서 “전 대통령님 장지와 관련해 그동안 군 당국은 물론 정부와 협의가 일절 없었다”며 “유족도 그렇고 저희도 대체 장지 마련 등 유해 매장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두환씨 측근으로 분류되는 4성 장군 출신의 한 인사도 “전 대통령 유해는 줄곧 연희동에 계신다. 납골당이나 수도권에 별도의 장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전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23일 전두환씨 사망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전두환씨가 생전에)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 전 비서관은 전두환 회고록 3편 후반부에 수록된 ‘글을 마치며’라는 대목을 가리켜 사실상의 문서로 된 유서라고 소개했다.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라고 기술된 부분이다.

장례를 마친지 6개월이 다 되도록 ‘전방 고지’에 묻히지 못한 전두환씨의 유해는 현충원 등 국립묘지 안장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가보훈처는 전씨 사망 당일 “내란죄 등으로 실형 선고를 받아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전씨는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의 죄목이 모두 유죄로 확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다.

일각에서는 전두환씨 유족이 고인의 유해를 자택에 줄곧 보관 중인 것을 두고 “유해 훼손 등 불상사를 염려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사망한 노태우씨의 경우 파주 통일동산 동화경모공원에 유해가 안치된 것과 비교하면서다.

군 출신 인사로 5공(共)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김충립(75)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은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은 자신은 물론 유족들이 ‘광주에 제대로 된 사죄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광주지역의 정서다. 또 둘 다 대통령을 지냈지만 광주 무력진압 책임 등 모든 면에서 둘을 동일 체급으로 보는 이는 없지 않은가”라며 “유족 처지에선 유해 훼손 등을 걱정할만 하다”고 했다.

김 전문위원은 자신이 수년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전두환·이순자씨에게 광주에 사죄할 것을 촉구했던 사실을 강조하며 “고인을 위해서도, 유족을 위해서라도 전두환씨 유족이 진실한 마음을 담아 광주(시민들)에 사죄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