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모두 보듬어주는 ‘그림책’ 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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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모두 보듬어주는 ‘그림책’ 같이 읽어요
1988년 류재수 ‘백두산…’ 창작 그림책 시대 열어
이수지·최덕규 작가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백희나·조은영 등 작품 한국그림책 세계서 주목
2022년 05월 03일(화) 02:00
최근 ‘볼로냐 라가치상’(픽션 부문)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책을 보는 건 처음이에요. 새로운 경험이라 신선하고 음악 덕분인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요.”

“음악과 일체되는 느낌으로 동화책을 봤어요. 글이 없으나 글로 가득한 느낌~ 그림에 멜로디가 입혀진 느낌이었어요.”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를 읽은 독자들이 유튜브 ‘비룡소 TV’ 관련 영상에 단 댓글이다. 책날개에 있는 QR 코드를 재생하면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중 ‘여름’의 선율이 흐른다. 작가는 “격렬하게 즐거운 물놀이와 한여름의 변화무쌍한 날씨, 그리고 비발디. 이렇게 서로 만나면 뭐라도 나오겠다는 상상을 했다”고 창작의도를 밝혔다. 그림책을 펼친 독자들은 마치 연주회장에 온 듯 비발디의 협주곡을 들으며 한여름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지난 2월 한국 그림책 작가 두 명이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61개국에서 2215건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비룡소)와 최덕규 작가의 ‘커다란 손’(윤에디션)이 픽션 부문과 논픽션 부문에 각각 선정됐다. 또한 이 작가는 3월에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에는 백희나 작가가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역량있는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 출판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그림책은 365년 전인 1657년 교육신학자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가 펴낸 ‘오르비스 젠수알리움 픽투스(Orbis Sensualium Pictus)’이다. 국내에서는 범지출판사에서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의 세계도해-그림으로 배우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올해는 ‘어린이 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더불어 한국 동화 역시 100년의 나이테가 새겨졌다. 정병규 작가는 ‘우리 그림책 이야기’(행복한 아침독서)에서 창작 그림책 시대를 ▲1988~1997년(창작 그림책의 시대가 열리다) ▲1998~2007년(그림책, 줄기를 뻗다) ▲2008~2018년(꽃피우고 열매 맺는 그림책)로 구분한다.

본격적인 한국 그림책 역사는 40년 안팎이다. 1988년 류재수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완성한 ‘백두산 이야기’(통나무)는 한국 창작 그림책 시대의 물꼬를 트는 기념비 같은 작품이다. “단행본 그림책이 흔치 않던 시기에 마치 평지에서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오른 형상”(정병규 작가)처럼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도올 김용옥 교수와 일본 출판사 대표의 평을 통해 ‘백두산 이야기’의 위상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향후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이 책은 서낭당 고개에 우뚝 솟은 낙락장송과도 같은 모습으로 끊임없는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도올 김용옥)

“나는 이 책을 통해 한민족이 분단된 현실과 통일에 대한 작가의 강렬한 소망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 아픔을 일본인인 나와 우리들이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그림책으로서의 위대함이었습니다. 일본의 어른과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일본 후쿠인칸쇼텐 출판사 마쓰이 다다시 사장)

1990년대부터 시공사와 비룡소, 창비, 보림 등이 창작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펴내기 시작했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강아지똥’(권정생 글·정승각 그림)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2011년 그림책 처음으로 100만부 판매기록(개정 3판 27쇄)을 세웠다. 1980년대~1990년대에 태어난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 괄목할만한 작품을 잇달아 발표한다. 이에 발맞춰 세계 3대 그림책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과 ‘볼로냐 라가치상’ ‘BIB(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상’을 수상하는 작가들이 늘어났다.

1987년 강우현 작가의 ‘사막의 공룡’이 BIB 황금패상을 수상했고, 2004년에 조호상·윤미숙 작가의 ‘팥죽할멈과 호랑이’와 신동준 작가의 ‘지하철은 달려온다’가 라가치상 픽션부문과 논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류재수 작가의 ‘노란 우산’은 2002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우수 그림책과 국제 어린이 도서협의회(IBBY) 선정 세계의 우수 그림책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2011년에는 조은영 작가의 ‘달려 토토’가 BIB 그랑프리를, 유주연 작가의 ‘어느 날’이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정유미 작가의 ‘나의 작은 인형상자’ 등 한국 그림책 6종이 볼로냐 라가치상 5개 전 부문을 입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한국 그림책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더욱이 어린이들이 보는 책으로 여겨지던 그림책의 새로운 독자층이 어른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림책의 특성인 압축된 메시지와 예술적인 이미지가 어른들에게 ‘정서적 치유’를 안겨주며 그림책을 찾는 어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한국 작가들의 ‘새로운’ 그림책을 기대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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