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7]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 알프스 만년설, 70여 개 호수…동화같은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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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7]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 알프스 만년설, 70여 개 호수…동화같은 ‘겨울왕국’
산비탈 층층이 고풍스런 건축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소금광산·모차르트 어머니 생가 보존…오버투어리즘에 몸살도
2022년 04월 17일(일) 22:40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잘츠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할슈타트는 알프스의 만년설, 70여 개의 호수가 어우러져 ‘동화 속 호수마을’을 연상케 한다. 국내에선 TV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내로라 하는 유럽의 문화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빈·잘츠부르크, 체코의 프라하·체스키 크롬로프, 크로아티아의 드보르니크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이들 도시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내세워 적극적인 관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있다. 잘츠부르크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할슈타트(Hallstatt)이다. 마치 도시 전체가 ‘동화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호수 마을이다. 다른 문화도시에 비해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산 비탈에 들어서 있는 중세풍의 목조 건물이 인상적인 할슈타트는 관광객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휴양지이다.
잘츠부르크에서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쯤 달리면 만나게 되는 할슈타트는 ‘잘츠캄머굿(Salzkammergut)의 진주’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잘츠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잘츠캄머굿은 유럽인들에게는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저절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알프스의 만년설, 70여 개의 호수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경치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할슈타트는 오래 전 TV드라마 ‘봄의 왈츠’와 CF의 배경으로 안방에 선보여 국내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 잡는 건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짙푸른 호수,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들어선 고풍스런 건축물들이다. 좁다란 길을 따라 마을 중심가로 내려가면 마르크트 중앙광장을 축으로 알록달록한 색상의 레스토랑과 상점, 목조주택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흐드러진 정원에선 할머니가 여유롭게 물을 주고 있는 가 하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상점에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중세풍의 교회와 크고 작은 박물관 역시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중앙광장의 길목에서 눈길을 끄는 건 수십 여 곳에 달하는 소금 상점이다. 바다에서 얻은 소금이 아닌 소금광산에서 채취한 암염(巖鹽)을 재료로 만든 식용 천연소금과 입욕제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다. 사실 할슈타트는 소금과 밀접한 인연이 있다. 잘츠(Salz)는 ‘소금’을, 카머(Kammer)는 ‘창고’를, 구트(Gut)는 ‘좋다’는 뜻으로 ‘좋은 소금창고’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 지리적으로 소금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 뒤쪽 다흐슈타인산에 올라가면 옛 광산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다. 광산 안으로 들어가면 과거 소금을 캘때 사용했던 도구를 비롯해 광산 벽에 남아 있는 소금결정이 눈에 띈다. 이처럼 중세시기에는 보석 처럼 귀했던 소금이 할슈타트의 자산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알프스 산과 볼프강 호수가 빚어내는 절경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할슈타트의 중심가인 마르크트 광장 전경.
할슈타트가 유럽의 휴양지에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한 데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한적한 곳이었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겨울왕국’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관광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겨울왕국’의 배경지가 할슈타트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영화팬들의 버킷리스트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모차르트의 도시’로 불리는 잘츠부르크와 장크트 길겐(St, Gilgen)의 근접성도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장크트 길겐은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결혼전 거주했던 곳으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외가라는 상징성이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현재 이곳에는 모차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보존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모차르트의 누나인 ‘난네를’(Nannerl)의 흔적인 ‘카페 난네를’이 남아 있다. 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는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잘츠부르크로 와서 생활하다가 1747년 레오폴트와 결혼해 7명의 자녀를 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모차르트와 누나만이 살아 남고 모두 사망했다. 피아노 연주자이자 하프시코트 연주자였던 누나 난네를은 결혼 후 외가인 장크트 길겐에 정착해 8명의 자녀들을 이곳에서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에 막대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됐지만 각종 소음과 환경파괴 등의 부작용으로 도시가 몸살을 앓는 ‘오버 투어리즘’이 대두됐다. 780명이 거주하는 아담한 마을이 하루 아침에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1만 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가 되자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하루 100여 명이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마을 곳곳에 넘쳐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이에 할슈타트시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 버스를 감축한 데 이어 방문을 자제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 할슈타트의 알렉산더 슈츠 시장은 영국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할슈타트는 이 지역 문화사에서 중요한 장소이지, 박물관이 아니다”라면서 “관광객을 지금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할슈타트가 오버투어리즘에 민감한 이유는 마을의 자연과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선 지역민 스스로 할슈타트의 자연과 유적을 온전히 보전해야 한다는 의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관광산업도 중요하지만 마을의 역사를 훼손시키면서 돈을 벌어 들인다는 건 미래의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대규모 호텔 대신 대부분의 주민들이 민박업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이나 확장 보다는 옛 모습 그대로 여행객에게 보여주며 제한된 수입을 벌어 들인다는 계획이다.

‘세상에 하나 뿐인 동화속 호수 마을’. 잘츠부르크의 그늘에 가려진 할슈타트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정체성이자 슬로건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정신을 이어가는 할슈타트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할슈타트=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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