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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보는 느낌-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외협력총괄단 위원
2022년 01월 09일(일) 23:10
운전대를 잡는다. 옆줄은 차가 쑥쑥 잘 빠지는데, 내 줄은 가지 않는다.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고, 화가 난다. 차선을 바꾸려 하니 빵빵거린다. 내 속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양보가 없다. 줄 잘못 섰다고 투덜대는데, 화만 더 난다.

연말에 만난 고교 동창. 고교 시절 체육관 뒤에서 담배나 피고 수업 시간에 잠이나 자던 친구다. 그런데 고급 승용차에 비싼 새 아파트와 잘 나가는 자식 자랑을 한다. 그 많은 음식값을 혼자 낸다고 하자, 갹출해야 한다면서 우겼지만 결국 진다. 할부도 안 끝난 차를 운전하고 30년 된 아파트에 들어서면서 뭔가 손해 본 느낌이 든다.

김 대리가 여러 날 밤샘해서 만든 기획서를 이 과장이 자기가 한 것처럼 보고한다. 그 보고서는 채택되고, 이 과장은 승진한다. 박 부장이 ‘이 과장이 썼다고 하니까 채택된 거야, 이 과장 빽을 아직도 몰라?’ 그 말을 듣고 김 대리랑 술이나 퍼마셔야 했고, 노래방에 가서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만 신나게 불렀다.

학위 없는 미국 아카데미를 1년 다녀온 걸로 입사한 최 부장이 본부장이 되었다. 그는 아직도 독수리 타법이지만, 말을 기가 막히게 잘 한다. 마치 미국에서 10년은 산 것처럼 영어를 섞어 쓰고, 사업 수행을 잘하는 것처럼 말한다. 직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며 부서비를 쓰고, 부하 직원들을 닦달한다. ‘그것도 능력이야’라는 윗사람들의 말끝에 힘이 빠지고 술맛조차 떨어져서 추위에 떨며 오래 걸어야 했다.

손해 보는 일 많은 여러 사람들 이야기다. 줄 잘못 서서 시간 버리고 돈 버리는 일 있고, 올바르게 살았는데 가짜보다 못 살고, 성실하게 제 몫을 했는데 빼앗기고, 남의 허위 이력 때문에 내 위치가 무너지고, 말발 좋은 사람 때문에 내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진다.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은 속만 상하는 게 아니라 미치고 환장해서 펄쩍 뛸 일이다. 그래도 어쩌지 못해 분한다.

화가 불쑥 나거나 자주 화가 나면 분노 조절이 안 된다. 뜻밖에도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만큼 손해 보는 일이 많다는 것이리라. 그 분노를 같잖은 사람에게 쏟아내거나 만만한 사람에게 화풀이한다. 때로 앞뒤 못 가리고 윗사람에게 퍼부어서 또 다른 손해를 보기도 한다.

마음을 가다듬으면 좋은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공자도 아니고 예수도 아니니까. 그저 손해 보는 느낌으로 화내면서 살게 된다. 분노 조절을 못 해서 행복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만 본다.

보통 사람들은 혼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알랑방귀를 뀌어야 하는데 성격이 따르지 않고, 술을 사든지 해야 하는데 형편이 안 된다. 학자들은 원인을 분석한 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고상하게 말하지만, 장삼이사(張三李四) 주제에 원인을 찾기 쉽지 않다.

원인을 찾다가 조상을 탓하게 되고, 분노 지수는 오히려 쑥쑥 올라간다. 설령 어렵사리 원인을 찾았더라도 해결책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만에 하나, 해결책을 찾았더라도 실행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리더가 뭔가를 바꿔 주기를 바란다.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까. 공정한 기회를 마련하고, 새로운 변화를 끌어낼 리더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저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기득권들은 대화와 조정을 내세우며 합리적인 리더를 느긋하게 이야기하지만, 손해 보는 느낌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결단력 있고 추진력 있는 리더를 원한다.

기득권들은 결단을 무식이라고 비난하기 쉽다. 변화를 추진하면 기득권을 빼앗길까 봐. 기득권들은 지금처럼 살거나 옛날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살거나 옛날도 돌아가는 것은 추진력이 아니다. 기득권끼리는 잘못을 감싸는 것을 포용이라고 말하지만, 잘못을 감싸면 변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일상이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나랏일도 그렇다. 바꾸지 않으면 기득권이 좋아하고, 바뀌지 않으면 서민들은 희망이 없다.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도 않고, 바꾸지 않으면 더 나아지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