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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오디세이 美路 - 월출산 힐링여행] 전통과 자연의 숨결 영암엔 氣가 흐른다
바위 깎아 불상 앉힌 8.6m‘마애여래좌상’
오랜 역사 품은 마을공동체 ‘영팔정·영보정’
2200년전 ‘구림마을’엔 미술관·도기박물관
2021년 12월 27일(월) 22:00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삼국시대에 월내산(月奈山), 고려시대에 월생산(月生山)으로 불렸고 조선시대에 들어서부터 현재의 이름을 얻었다. 한겨울 눈이 내리면 월출산 골짜기는 더욱 깊어보이고, 봉우리는 더욱 돋보인다. <영암군 제공>
월출산자락 ‘기찬묏길’과 구림 전통 한옥마을, 영보정(永保亭)·영팔정(詠八亭), 군립 하정웅미술관·영암 도기박물관에는 유구한 영암의 역사·문화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다. ‘달이 뜨는 산’ 월출산과 별처럼 흩어져 있는 들녘 마을의 이야기를 찾아 영암으로 비대면 기(氣)충전 힐링여행을 떠난다.

◇월출산 마애불과 ‘기찬묏길’=‘달뜨는 산’, 월출산은 ‘호남의 작은 금강산(小金剛)’이라 불린다. 들판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 바위산은 영암땅 어디서든지 위엄있는 모습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바탕 소낙비나 큰눈이 쏟아진 후 산은 선경(仙景)같은 수묵화를 연출한다.

선인들은 들판에 불쑥 솟아난 바위산에 흔히 작명할 법한 ‘큰 산 악’(岳)을 붙이지 않았다. 대신 ‘달’과 연관된 서정적인 이름을 붙였다. 삼국시대에는 월내산(月奈山),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에 들어서부터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

영암이라는 지명 또한 월출산에 있는 ‘움직이는 바위’(動石)에서 유래됐다. ‘디지털 영암문화대전’에 따르면 중국 사람이 월출산에 있는 ‘움직이는 바위’ 3개 가운데 하나를 산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중 바위 하나가 스스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 바위가 ‘영암’(靈巖)으로 큰 인물이 많이 난다고 해 ‘영암’이라고 고을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월출산은 1988년에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산행코스는 크게 ▲종주코스(천황지구~도갑지구·9.5㎞) ▲경포대지구~천황지구(5.9㎞) ▲천황지구 순환코스(6.7㎞) ▲도갑지구~경포대 지구(6.9㎞) ▲산성대 주차장~광암터 삼거리(3.3㎞) 등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어느 코스로 도전하든 녹록지 않다. 비·바람과 햇살이 연출하는 변화무쌍한 월출산 풍경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산에 오르는 자만이 누릴수 있는 안복(眼福)이다.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은 9개의 우물이 있다는 구정봉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불상 전체 높이는 8.6m 규모. 이토록 깊은 산중에 바위를 파서 불상을 들어앉힌 사람들은 무엇을 염원하며 불사(佛事)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월출산 구정봉 인근 암벽에 조성된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는 지난 2001년 펴낸 ‘한국의 마애불’(다른 세상 刊)에서 “불상을 조성한 내력에는 분명 육·해상을 장악한 강력한 후원자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월출산 정상 구정봉 아래의 마애불은 영산강 주변 들녘의 풍요와 함께 멀고 무서운 뱃길의 안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월, 전남도 선정 ‘연인·가족이 함께 걷기 좋은 여행길 4선(選)’에 이름을 올린 영암 ‘기찬묏길’은 월출산자락을 따라 천황사 주차장에서 미암면 미암마을에 이르는 ‘월출산 100리 둘레길’이자 ‘친자연적 기(氣)웰빙 산책로’로 호평을 받고 있다.

◇별처럼 많은 마을마다 역사문화 품어=“기후가 화창하고 물자가 많으며 지역이 넓어서 마을이 별과 같이 깔려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청담(淸潭) 이중환(1691~1756)은 인문지리서 ‘택리지’(擇里志)에서 영산강 주변의 풍토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실제로 나주 세지를 지나 영암 땅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들녘 볕좋은 자리마다 마을이 형성돼 있다.

더욱이 이채롭게 마을마다 어김없이 모정(정자)을 품고 있다. 담양 가사문화권 정자가 주로 풍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과 대조적으로 영암지역 정자들은 대부분 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몇몇 선비의 음풍농월(吟風弄月) 장소가 아니라 마을 청소년 교육이나 동계(洞契), 향약(鄕約) 등 마을공동체를 위한 집회소로 쓰였음을 짐작케 한다.

대표적인 정자로는 영팔정(詠八亭·신북면 모산리)과 영보정(永保亭·덕진면 영보리)을 비롯해 장암정(場岩亭·영암읍 장암리), 회사정(會社亭·군서면 구림마을), 원풍정(願豊亭·군서면 모정마을) 등을 꼽을 수 있다.

영팔정(지방기념물 제105호)은 율곡 이이와 제봉 고경명, 약천 남구만, 약재 류상운, 설사 남이공 등의 숨결이 배어있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아천(我泉) 미술관’에서는 연말까지 신북초등학교 학생들이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로 ‘신북 마을학교와 함께하는 신·북·꿈 전시회-마음꽃’을 선보인다.

영보정은 600여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건축물로 2019년 12월에 보물 제2054호로 승격됐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청소년들에게 항일 정신을 배양하는 영보학원의 학사(學舍)로 활용됐고, 1932년 영암지역 사회주의 청년들이 일으킨 항일 농민시위(영보촌 형제봉 사건)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에 전시돼 있는 나팔형 축음기.
◇‘기찬랜드’와 문화·예술공간 다채=월출산 ‘기찬랜드’ 내에는 ‘한국트로트 가요센터’를 비롯해 ‘가야금 산조 테마공원’, ‘조훈현 바둑기념관’, ‘영암 곤충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대중가요 100년의 역사와 가수 하춘화의 예술인생, 그리고 가야금 산조를 창시한 ‘악성’(樂聖) 김창조 선생과 조훈현 9단, 곤충세계 등을 심도있게 살펴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호남 3대 명촌(名村)’중 하나인 구림마을은 영암 역사문화의 뿌리이다. 마을역사가 22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명 구림(鳩林)은 도선국사(827~898) 탄생신화에서 비롯됐다. 마을에 들어서면 기와지붕과 돌담길이 예스러움을 더한다.

군립 하정웅미술관과 죽림정(竹林亭) 사이에는 ‘충무공 이순신 어록비’가 세워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문구를 새겨두었다.

구림마을에서 ‘군립 하정웅 미술관’과 ‘영암 도기박물관’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현재 미술관은 한국·중국·일본과 북한의 수묵화를 볼 수 있는 ‘수묵을 그리는 사이’(~2022년 2월 13일)전과 하정웅컬렉션 기획전 ‘남도의 빛’(~3월 13일)을, 도기박물관은 특별기획전 ‘전라도 옹기전’(~2월 28일)을 개최하고 있다.

영암 월출산과 너른 들녘 마을이 품고 있는 문화역사의 향기는 ‘코로나 19’로 지쳐있는 이들의 몸과 마음에 새로운 기(氣)를 충전해주는 듯하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영암=문병선·전봉헌 기자 mo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