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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범내려온다, MZ세대 국악인들이 들썩인다
조선팝, 국악 핫 스타
이날치·이희문·이자람 등
창조적 국악 대중화 선도
장르 넘나드는 파격 퍼포먼스
무대·음악·연출 재기 넘쳐
2021년 12월 20일(월) 18:40
‘밴드 이날치’의 가락과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안무가 어우러지는 ‘수궁가’ 중 ‘범 내려온다’ 공연. <유튜브 네이버 문화재단 ‘온스테이지 2.0’ 캡쳐>
판소리 ‘수궁가(水宮歌)’ 한 대목인 ‘범 내려온다’가 새로운 국악의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유튜브에서 ‘밴드 이날치’와 소리꾼 이희문, MZ세대 국악인 유태평양·김준수·고영열, ‘전방위 예술가’ 이자람의 소리를 찾아 들어보라. 그러면 일명 ‘조선 팝’으로 불리는 새로운 국악의 흥과 멋, 신명에 매료될 것이다.

◇밴드 이날치, ‘범 내려온다’로 ‘1일1범’ 열풍=“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대한 짐생이 내려온다/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누에머리를 흔들며…”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의 한 대목. 별주부가 용왕의 병을 낫게 할 특효약(토끼간)을 구해오라는 사명을 띠고 ‘고생고생 끝에’ 뭍에 올라온다. 얼마 후 별주부가 토끼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토생원~’하려다 (수만리를 아래턱으로 밀고 나온터라) 그만 ‘호생원~’이라고 불러 버리는 장면이다. 난생 처음 ‘생원’이라는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좋아라고 소나무 숲속에서 내려온다.

밴드 이날치의 가락과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의 안무로 판소리 ‘수궁가’ 중 ‘범 내려온다’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리듬감 실린 신명난 노래와 갓·투구·상모를 착용하고 추는 독특한 춤이 어우러지는 영상을 보노라면 절로 흥에 겨워 어깨가 들썩여진다.

밴드 이날치는 베이스 기타(장영규·정중엽)와 드럼(이철희), 소리꾼(안이호·권송희·안이호·이나래)으로 2019년 초에 구성됐다. 2018년 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수궁가’를 소재로 만든 음악극 ‘드라곤 킹’ 작업을 한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20~50대 연령대의 연주자 3명과 소리꾼 4명으로 이뤄진 밴드 이날치는 판소리를 현대적 팝으로 재해석해 일반인들에게 국악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한편 ‘이날치’라는 밴드이름은 조선후기 8대 명창 가운데 한명으로 손꼽히는 담양출신 이날치(본명 이경숙) 명창(1820~1892)을 오마주한 것이다. 밴드 이날치 덕분에 우리가 잊어버린 ‘명창 이날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희문, 경기민요에 파격을 더하는 ‘국악계의 이단아’=‘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12잡가 이수자’ 소리꾼 이희문(46)을 처음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우선 파격적인 패션과 춤에, 그리고 귀를 사로잡는 절창(絶唱) 때문이다. 장르를 넘나들고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국악계의 이단아’, ‘B급 소리꾼’, ‘국악계의 프레디 머큐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세상이 나를 뭐라 판단해도/ 그냥 사는 거야 생긴 대로/ 하이힐을 요렇게 신고서/ 짝다리를 짚고서/ 건들건들 거리면서/ 달려가 보는 거야 에헤라디여~”

지난 5월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 아티스트 싸이Ⅱ편. 싸이의 ‘나팔바지’를 자신의 스타일로 녹여낸 민요조로 애달프게 부르는데 묘하게도 흥겹다. 노랫말은 흡사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는 듯하다. 그는 이희문이었다.

경기민요 이수자 고주랑 명창의 아들인 그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영상을 공부했으나 27살에 이춘희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며 뒤늦게 국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정장차림에 갓을 쓰거나, ‘폭탄 퍼머’ 머리에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하이힐까지 신는 등 한복만 입던 국악판을 뒤집은 파격적 비주얼과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은 파격적이었다. 무대와 음악, 연출 등 모든 면에서 기존 국악의 틀을 깨버리는 이희문의 공연은 화제를 모았다.

이희문이 이끄는 씽씽밴드는 2017년 9월,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 Tiny Desk Concert’에 아시아인 최초로 출연해 유튜브 조회수 720만여 회(12월 현재)를 기록할 정도로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렸다.

삼인 삼색 창법을 선보이는 ‘MZ세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 고영열(왼쪽부터).
◇‘MZ세대 소리꾼’ 김준수·유태평양·고영열=같은 연배의 세 사람은 ‘국악 삼형제’, ‘쓰리(Three)꾼’, ‘유·준·열’ ‘MZ세대 소리꾼’ ‘국악계 아이돌’ 등으로 불린다.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대중가요 ‘그건 너’(이장희)와 ‘삶’(윤복희) 등을 함께 부르며 닮은 듯 차별화된 삼인삼색(三人三色) 창법을 선보였다.

강진 태생인 김준수(30)는 전남예술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국악대학 음악극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국립 창극단에 입단한 젊은 소리꾼이다. 2014년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비서장승·초동 역),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몽룡 역), 2015년 창극 ‘적벽가’(제갈공명 역), 2016년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헬레네 역), 2018년 창극 ‘흥보씨’(흥보 역), 2020년 창극 ‘아비.방연’(수양대군 역) 등 많은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2018년 3월에는 ‘미산제 수궁가’를 완창하기도 했다.

전북 정읍 출신인 유태평양(29)는 만 6살이던 1998년에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해 ‘국악계 역사상 최연소 완창’이라는 기록을 세워 ‘국악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유학을 떠나 서양 오케스트라 타악기를 전공했다. 2016년 국립 창극단에 입단했다. 지난 4월 김준수와 함께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을 위한 새 시리즈 ‘절창’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광주 태생인 고영열(28)은 ‘피아노 치는 소리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여 년 전 수영선수를 꿈꾸며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판소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2020년 JTBC ‘팬텀싱어 3’에 첫 등장해 전자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열창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때 그는 김바울, 존노, 황건하 등과 함께 그룹 ‘리비던스’(Rebidance) 멤버로 화음을 이뤄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영열은 소리꾼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지난 10월 솔로 정규앨범 2집 ‘초월(超越)-Limitless’를 선보이는 등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창작 판소리 ‘노인과 바다’를 무대에 올린 소리꾼 이자람.
◇이자람, 판소리 창작 등 전방위 활동=판소리 소리꾼, 포크록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 보컬, 뮤지컬 배우, 음악감독…. 이자람(42)은 다채로운 예술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전방위 예술가이다.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부른 ‘내 이름(예솔아!)’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2004년에 ‘아마도이자람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2008년 뮤지컬 ‘사천가’로 데뷔한 후 2014년 뮤지컬 ‘서편제’의 여주인공 ‘송화’ 역으로 열연해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마르케스와 브레히트, 헤밍웨이의 문학작품이 이자람의 손을 거쳐 현대적 감각의 판소리로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 2007년에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원작으로 판소리 ‘사천가’를 작창(作唱)했고, 이어 2011년에는 같은 작가의 서사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각색해 판소리 ‘억척가’를 만들었다

또한 2014년에는 남미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 ‘대통령 각하, 즐거운 여행을’ 작품을 모티브로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를 창작했다. 2019년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같은 제목의 판소리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또한 이자람은 지난 3월 국립 창극단의 ‘나무, 물고기, 달’(연출 배요섭)에 작창과 작곡,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40대인 그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