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방 리더십’ 김형실 AI페퍼스 감독 “남들이 안하는 우리만의 배구를 하자”
‘지금의 위기 너희들끼리 극복해보라’ 경기 안 풀리자 자리 앉아 침묵 관전
대 역전극 벌이며 세트 가져오기도
“연습하는 거 60%만 나와도 된다 초심으로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해야”
대 역전극 벌이며 세트 가져오기도
“연습하는 거 60%만 나와도 된다 초심으로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해야”
![]() AI페퍼스 김형실 감독이 지난 1일 흥국생명전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KOVO 제공> |
김형실 AI페퍼스 감독이 지난 1일 흥국생명과 경기 도중 코트 옆 감독석에서 물러나 ‘의자에 앉았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진두지휘하는 프로배구 감독이 경기 중 자리에 앉아 경기를 관망하는, 다소 생소한 풍경이었다.
앞서 2개 세트를 내준 AI페퍼스는 김 감독의 “우리 플레이를 하라”는 지시를 전술로 보여주지 못했다. 흥국생명 신인 정윤주의 예측불허 공격에 잇따라 실점하고, 서브 범실을 쏟아내며 조급해진 것이다. 1,2세트를 허망하게 내주고 3세트마저 0-6으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자, 김 감독은 의자에 앉아 버렸다.
김 감독은 “포기하고 나오라는 뜻이 아니었다. ‘너희들끼리 한번 극복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경기 중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물론 서 있는 위치까지 신경쓰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플레이’를 위해 경기 흐름을 바꾸라는 무언의 지시이자 비장의 수였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AI페퍼스는 25-23 대역전극을 펼치며 3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백전노장 김 감독의 ‘할아방’ 리더십은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경기 중 실수를 질책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보듬는 것은 물론, 선수 한명 한명과 꾸준히 면담 시간을 갖고 위로와 격려를 전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지도자는 참 고독하고 힘든 직업”이라며 웃었다.
승점 단 1점만을 챙긴 채 2라운드를 마무리한 아쉬운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냉철했다. 그는 “모든 건 감독 책임이다. 범실 자체는 줄어들고 경기력도 좋아지고 있지만, 경기 후반 뒷심부족으로 찬스를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되짚었다.
“팬들의 기대치와 관심이 커지니 선수들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어요. 아직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선수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자’, ‘편안하게 하자’고 매일 강조하고 있어요.”
김 감독이 바라는 플레이는 한결같다. 자신감과 의식적인 플레이, 후회없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연습했던 것의 60%만 나와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라운드에서는 그저 40% 정도만 보여준 것 같아요. 경기 내용만 보면 잘했지만, 스코어상으로는 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뒷심이 부족한 순간을 한 방에 끝내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게 크죠.”
교체 선수 자원마저 풍족치 않은 AI페퍼스는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김 감독은 최근 박은서와 구솔, 서채원 등 주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깜짝 주전에 올리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1일 흥국생명전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는 박경현을 대신해 박은서가 출전, 11득점을 폭발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 감독은 “선수 컨디션에 따라 지금보다 더 유동적으로 선수들을 기용할 생각이다. 경기 경험도 쌓으면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3라운드는 2라운드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 내다봤다. 팀 간 전력 분석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우리는 젊은 패기로 신바람나는 배구를 한다는 원칙이 서 있다”고 말한다.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에 팬들도 많이 늘어났으며, 미디어에서도 인정 받게 됐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남이 안 하는 배구를 하려고 한다. 성적도 꼴찌인데 다른 6개 구단과 똑같이 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나”며 “저도 나이 먹은 배구인으로서 최대한 선수들에게 베풀고 가겠다는 마음이다. 다음 3라운드에서도 배구에 올인 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앞서 2개 세트를 내준 AI페퍼스는 김 감독의 “우리 플레이를 하라”는 지시를 전술로 보여주지 못했다. 흥국생명 신인 정윤주의 예측불허 공격에 잇따라 실점하고, 서브 범실을 쏟아내며 조급해진 것이다. 1,2세트를 허망하게 내주고 3세트마저 0-6으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자, 김 감독은 의자에 앉아 버렸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AI페퍼스는 25-23 대역전극을 펼치며 3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승점 단 1점만을 챙긴 채 2라운드를 마무리한 아쉬운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냉철했다. 그는 “모든 건 감독 책임이다. 범실 자체는 줄어들고 경기력도 좋아지고 있지만, 경기 후반 뒷심부족으로 찬스를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되짚었다.
“팬들의 기대치와 관심이 커지니 선수들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어요. 아직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선수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자’, ‘편안하게 하자’고 매일 강조하고 있어요.”
김 감독이 바라는 플레이는 한결같다. 자신감과 의식적인 플레이, 후회없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연습했던 것의 60%만 나와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라운드에서는 그저 40% 정도만 보여준 것 같아요. 경기 내용만 보면 잘했지만, 스코어상으로는 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뒷심이 부족한 순간을 한 방에 끝내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게 크죠.”
교체 선수 자원마저 풍족치 않은 AI페퍼스는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김 감독은 최근 박은서와 구솔, 서채원 등 주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깜짝 주전에 올리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1일 흥국생명전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는 박경현을 대신해 박은서가 출전, 11득점을 폭발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 감독은 “선수 컨디션에 따라 지금보다 더 유동적으로 선수들을 기용할 생각이다. 경기 경험도 쌓으면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3라운드는 2라운드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 내다봤다. 팀 간 전력 분석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우리는 젊은 패기로 신바람나는 배구를 한다는 원칙이 서 있다”고 말한다.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에 팬들도 많이 늘어났으며, 미디어에서도 인정 받게 됐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남이 안 하는 배구를 하려고 한다. 성적도 꼴찌인데 다른 6개 구단과 똑같이 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나”며 “저도 나이 먹은 배구인으로서 최대한 선수들에게 베풀고 가겠다는 마음이다. 다음 3라운드에서도 배구에 올인 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