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쌀 풍년’에 ‘수매가 7만원’ 물 건너가나
[추곡수매 현장 가보니]
올 광주·전남 80만t 수확 예상, 전년비 12%↑
지난해 40㎏ 수매가 6만9000원 ‘사상 최고가’
㎏당 우선지급금 1500원…연말 최종가 확정
올 광주·전남 80만t 수확 예상, 전년비 12%↑
지난해 40㎏ 수매가 6만9000원 ‘사상 최고가’
㎏당 우선지급금 1500원…연말 최종가 확정
![]() 추곡수매 기간 동안 우선 지급되는 금액은 40㎏당 6만원으로, ㎏당 1500원 꼴이다. 추후 지급되는 차액은 12월 확정된다. |
“직전에 한 가마니에 6만9000원 받았으니께 올해는 7만원 줄랑가?”
“오메 아버지 RPC 망할 일 있소. 올해는 쌀값이 그렇게는 안 나올 것 같은디.”
20일 오전 찾은 광주시 광산구 동림동 통합 RPC에서는 오상규(43) 광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총무계장이 추곡수매하러 온 농민들을 분주하게 맞이했다.
최근 남구 대지동에서 광산구로 이전한 통합 RPC는 지난 8일부터 이달 말까지 추곡수매를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조곡 40㎏당 7만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가로 사들였지만, 올해 수매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쌀 생산량은 5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수매가는 40㎏당 6만9198원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6만1607원)과 2019년(6만1676원)에 비해 7600원 가량(12%)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7만원에 가까웠던 가격에 농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농정 당국은 최종 수매가가 6만3000~6만4000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추곡을 매입할 때 농민에게 지급하는 ‘우선 지급금’(출하 선급금)은 40㎏ 한 포대당 6만원(1등급) 정도다. 농민들은 일단 1㎏당 ‘커피 한 잔’도 사지 못하는 1500원을 받고 수확물을 넘긴다. 나머지 차액은 시세를 따져 연말에 수매가를 최종 확정한 뒤 지급한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운영하는 각 지역농협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수매가를 1000원 올릴 때 20만 가마(800만㎏) 값을 치르면 2억원을 더 줘야하고, 2000원 올리면 4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
지역 농협 RPC들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매가를 쉽게 올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조합장들은 오는 2023년 3월 전국에서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 표심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통계청은 지역 쌀 생산량이 5% 감소했다는 발표를 했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오히려 생산량이 30% 가량 늘었다고 체감하며 수매가 산정에 혼란을 줬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 쌀 생산량은 79만6649t으로, 전년(71만512t)보다 12.1%(8만6137t)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광주·전남 쌀 생산량은 지난 2015년(89만3596t) 이후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올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5년 만의 풍년’은 현장에서도 체감된다.
논 한 마지기(200평·661㎡)에서 거두는 조곡이 지난해에는 8~9 포대(40㎏ 들이)였다면, 올해는 12포대에서 많게는 13포대까지 늘어났다는 게 농가 설명이다.
올해 전남 10a(1000㎡)당 쌀 예상 생산량은 497㎏으로, 전년보다 12.9%나 증가했다.
산지 쌀값(정곡 20㎏)은 이달 5일 5만6803원으로, 통계를 낸 지난 2013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15일 5만5107원으로 3.0% 곧바로 하락했다.
광주·전남 조곡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 2만1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000t)보다 133.0%(1만2000t)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광주·전남 쌀 판매량은 14만9000t으로, 전년(14만6000t)보다 소폭(2.1%) 증가했다. 매출 역시 2220억원에서 2499억원으로 12.6%(279억원) 늘었지만, 지난 2019년 수준(16만8000t·2542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수확기 들어 해남·영암 등지를 중심으로 벼 병해충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쌀 생산량 통계의 정확도가 의심된다”며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 50%가 무너진 상황에서 식량 안보에 대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비축미를 확충하고 인위적인 쌀값 조정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오메 아버지 RPC 망할 일 있소. 올해는 쌀값이 그렇게는 안 나올 것 같은디.”
20일 오전 찾은 광주시 광산구 동림동 통합 RPC에서는 오상규(43) 광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총무계장이 추곡수매하러 온 농민들을 분주하게 맞이했다.
지난해에는 조곡 40㎏당 7만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가로 사들였지만, 올해 수매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쌀 생산량은 5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수매가는 40㎏당 6만9198원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6만1607원)과 2019년(6만1676원)에 비해 7600원 가량(12%)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7만원에 가까웠던 가격에 농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농정 당국은 최종 수매가가 6만3000~6만4000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운영하는 각 지역농협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수매가를 1000원 올릴 때 20만 가마(800만㎏) 값을 치르면 2억원을 더 줘야하고, 2000원 올리면 4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
지역 농협 RPC들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매가를 쉽게 올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조합장들은 오는 2023년 3월 전국에서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 표심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통계청은 지역 쌀 생산량이 5% 감소했다는 발표를 했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오히려 생산량이 30% 가량 늘었다고 체감하며 수매가 산정에 혼란을 줬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 쌀 생산량은 79만6649t으로, 전년(71만512t)보다 12.1%(8만6137t)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광주·전남 쌀 생산량은 지난 2015년(89만3596t) 이후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올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 농협 광주지역본부(본부장 강형구·왼쪽)은 지난 18일 광주시 서구 서창동 서창농협(조합장 김명열·가운데) 벼 건조저장시설(DSC)을 찾아 ‘2021년산 추곡 자체(산물)수매’ 현장을 점검했다.<농협 광주본부 제공> |
논 한 마지기(200평·661㎡)에서 거두는 조곡이 지난해에는 8~9 포대(40㎏ 들이)였다면, 올해는 12포대에서 많게는 13포대까지 늘어났다는 게 농가 설명이다.
올해 전남 10a(1000㎡)당 쌀 예상 생산량은 497㎏으로, 전년보다 12.9%나 증가했다.
산지 쌀값(정곡 20㎏)은 이달 5일 5만6803원으로, 통계를 낸 지난 2013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15일 5만5107원으로 3.0% 곧바로 하락했다.
![]() 광주시 광산구 동림동 광주통합RPC. |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광주·전남 쌀 판매량은 14만9000t으로, 전년(14만6000t)보다 소폭(2.1%) 증가했다. 매출 역시 2220억원에서 2499억원으로 12.6%(279억원) 늘었지만, 지난 2019년 수준(16만8000t·2542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수확기 들어 해남·영암 등지를 중심으로 벼 병해충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쌀 생산량 통계의 정확도가 의심된다”며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 50%가 무너진 상황에서 식량 안보에 대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비축미를 확충하고 인위적인 쌀값 조정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