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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은퇴식’ 윤석민 “언젠가는 돌아와야죠, 타이거즈로”
2011 투수 4관왕·MVP … 시구자로 등판
프로골퍼 도전 … “그래도 잘하는 건 야구”
2021년 05월 30일(일) 21:40
30일 KT전이 끝나고 진행된 은퇴식에서 윤석민이 KIA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는데 너무 멀더라”면서 KIA ‘언터쳐블 에이스’ 윤석민이 마지막 등판 소감을 밝혔다.

윤석민이 30일 KT 위즈와의 시즌 홈경기에 앞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지각 은퇴식이 진행되면서 윤석민은 시구자로 마운드에 섰다.

자신을 상징하는 21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팬들의 박수 속에 마지막 공을 던졌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은퇴식 행사를 열고 팬들과 진한 작별 인사도 나눴다.

윤석민은 “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다시 서니까 재미있었는데 (홈플레이트가) 너무 멀었다”며 “꾸준히 구단과 이야기를 했었다. 코로나 끝나고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길어졌다”고 뒤늦은 은퇴식을 이야기했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마운드를 떠나야 했던 그는 무거웠던 책임감을 덜어내고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지금 행복하다 보니까 미래 설계는 못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있다. 운동할 때는 나가면 어떻게 할까? 공을 어떻게 던져볼까? 그런 게 몇십 년 동안 남아 있었다. 좋은 선수가 되려고 하는 책임감이 많았다. 선수 생활하면서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그 책임감은 없어졌다. 가장의 책임감, 그 책임감은 쉽더라”며 웃었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아쉬움을 완벽하게 지우지는 못했다.

윤석민은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마운드에 오래 서 있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선수 때는 나를 필요하고 찾아주는 게 행복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후회들은 피곤한 후회다. 의미 없는 후회다”며 “오래 쉬다 보니까 마음도 추슬러졌고 99% 잊었다”고 이야기했다.

남은 1%의 미련은 마운드에 남아있다.

윤석민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내 또래 친구, 선배들이 뛰고 있는 것을 볼 때 아쉽다. 어깨 관리 잘할 걸, 안 아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 지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옛날 생각하면서 향수병같이 남아있다”며 “첫째 아들은 아빠 돈 벌러 나간다고 하면 야구장 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늘도 아빠 야구 하러 온 줄 안다”고 웃었다.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것 중 또 하나는 팬들에게 더 친근한 선수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윤석민은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조용하고, 묵묵하고 그런 게 야구선수다운 것이라 생각했다”며 “진심으로 말하는 것인데 팬들을 무시하거나 팬들의 사랑을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시합을 잘하는 게, 야구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지금 말해서 뭐하겠냐만 항상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고 싶고 팬들의 사랑 잊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민은 이런 마음을 담아 은퇴식에서 팬들과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마스크 5만장을 기부했다. 지난해 겨울에도 사비를 들어 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었다.

윤석민은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고생하다 보니까 내가 마스크라도 선물을 해서 조금이라도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만 남은 것은 아니다.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도 많다.

윤석민은 “기억에 남는 경기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경기가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른 답을 했다. 이번에는 선발로 전향해서 첫 승했던 경기가 기억난다. 선발로 데뷔했고 내리 3번 지다가 첫 승을 완봉승으로 했다”며 “시즌은 당연히 2011시즌이다. 국제 대회는 WBC 베네수엘라전이다. 대표팀에서 선발 투수를 하고 싶었는데 선발 통보받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타선 지원도 받고 경기도 잘해서 기억 남는다”고 언급했다.

윤석민은 2011년 투수 4관왕에 등극하면서 KBO리그 역사에 선동열과 함께 이름을 남겼다. 이해 MVP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방송과 프로 골퍼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윤석민이 돌아올 곳은 그라운드다. 시간을 두고 야구를 지켜보면서 또 다른 야구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윤석민은 “밖에서 보니까 야구가 더 잘 보이는데 야구라서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조언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니까 후배들 대할 때도 조심스럽다. 너무 소중한 선수들인데 코치의 말 한마디로 운명이 달라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면서도 “제일 잘하는 게 야구라 꾸준히 야구 보면서 야구 공부 놓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해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하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는 해야 할 것이다. 타이거즈에서”라고 그라운드로 돌아올 순간을 이야기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