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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상조사위 1년 중간보고 ]계엄군 저격수 “목 조준해 사격”…그들은 ‘인간 사냥’을 했다
11공수 4개팀 광주서 시신 수습
소총에 조준경 부착 시민 살상
계엄군 200여명 증언 확보
2021년 05월 12일(수) 22:00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송선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종철 부위원장, 송선태 위원장, 이종협 상임위원.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저격수로 활동한 계엄군이 시민의 목을 조준해 직접 저격했다는 증언이 최초로 나왔다. 그동안 계엄군의 저격수의 활용이나 조준경으로 조준사격 했다는 증거들은 제시 됐지만, 직접 저격수로 활동해 총을 쐈다는 증언은 처음이다.

12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1년 동안 활동내용을 중간보고하는 자리에서 5·18당시 저격수로 활동한 계엄군이 증언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증언을 한 계엄군은 1980년 5월 21일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후 재진입을 하는 과정에서 ‘차륜형 장갑차(APC)위에서 녹색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운동복을 입고 태극기를 휘두르는 청년의 목을 조준경으로 조준해 직접 쐈다’고 밝혔다. 이 계엄군은 당시 전일빌딩 옥상에서 조준을 한 11공수여단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 영상에는 송암동 학살 당시 ‘어린아이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4살 정도의 아이가 사망했다’는 계엄군의 증언도 담겨있었다.

조사위는 이밖에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제11공수여단 4개 팀이 광주에 다시 내려와 시체 수습에 참여했고, 계엄군의 진압을 목적으로 한 ‘충정작전’과 ‘대침투작전’이 병행 실시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기관총을 설치하고, M1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을 살상했다”는 진술도 확인했다.

하지만 조사위가 본격 활동한 지난 1년여 동안 발포명령자와 암매장, 행불자 등 5·18의 진상규명을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한 ‘사실적 접근’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송선태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영상 자료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위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관총·조준 사격을 포함해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시신의 실종, 북한 특수군 침투설과 시위대의 무기고 습격 과정의 북한군 개입 등 5·18 진상규명특별법에 명시된 11개 법정과제 중 조사가 진행 중인 7개 과제의 조사 진행경과를 발표했다.또 최초 발포 및 집단 발포 책임자와 경위 조사를 비롯한 12개 직권조사 사건과 72건의 신청사건 중 조사 개시를 결정한 34건 등 총 53건(7개 법정과제 포함)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이를 위해 총 9718권 72만61쪽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전일빌딩 등 124개 기관 및 사건 현장을 방문 조사했다. 또,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된 2만353명의 계엄군 중 200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향후 당시 계엄군의 1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의 증언을 확보할 방침이다.

송선태 위원장은 “저격수로 배치돼 시위대를 조준 사격한 병사가 피해자 유가족을 만나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하겠다는 뜻을 전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사회공동체가 반목과 갈등, 폄훼와 왜곡을 극복하고 대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광주봉쇄작전 중 사망한 이들의 시신 가운데 광주교도소 일원 최소 41구, 주남마을 일원 최소 6구가 확인되지 않았고, 송암동 일원 최소 8구의 시신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사후 수습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가칭)‘사체처리반’ 운용 의혹에 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총상 사망자를 분류할 당시 계엄군의 M16 총상이 아닌 경우는 전부 시민군이 사용한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했는데, M60기관총이나 M1소총에 의한 사망 개연성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조사위가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제3공수여단은 1980년 5월 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 22일 이후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각각 M60기관총을 설치하고, M1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들을 살상했다. 제11공수여단의 진술도 확보했다.

조사위는 또 “방대한 군 자료를 분석·확인한 결과, 계엄군의 광주진압작전은 소요진압을 목적으로 한 ‘충정작전’과 ‘대침투작전’이 병행 실시됐다”며 “대침투작전의 일환인 수도권 진입 저지선 3단계 구축계획이 시행됐고, 이것이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 사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광산갑) 의원은 이날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랜 시간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의 조각들을 찾아내 완전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위원회에 주어진 시간이 넉넉지 않다. 조사위는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에 더욱 박차를 가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