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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 1년 앞 대선 구도 ‘출렁’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전제 중수청 설치 반대 … 제 역할 여기까지”
차기 대권 행보 나설 듯 … 여 “기획 사퇴” 비난·야 “야권 결집” 기대
2021년 03월 04일(목) 19:00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의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윤 총장의 전격적 사퇴는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선과 1년 뒤의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 설치에 반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여당의 중수청 입법 추진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전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1시간여만에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윤 총장은 오는 7월 24일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게 됐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윤 총장은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고, 사표 수리를 위한 행정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윤 총장의 태도로 미뤄 사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윤 총장이 정계진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차기 대권 행보에 나섰다는 국민들의 인식도 문 대통령이 사의 수용 결정을 앞당긴 배경으로 꼽힌다.

정치권은 윤 총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강력한 부인도 하지 않아 사실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의 사퇴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권에는 악재가, 야권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개혁을 두고 여권과의 갈등 구도 속에서 야권 대권주자 이미지를 쌓아온 윤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권견제론’에 구심점 역할을 하며 4월 재보궐 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판도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여권은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해 ‘기획 사퇴’, ‘사퇴 쇼’, ‘정치 검찰’이라며 맹비난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윤 총장 옹호 발언을 이어가며 야권의 결집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당분간 말을 아끼며 정치와는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정치적 욕심에 의해 총장직을 던졌다’는 후폭풍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인사들과 물 밑에서 만나 세력 규합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권의 무리한 검찰 개혁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며 정치적 기반과 영향력을 키워나가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