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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2040-하정호 위민연구원 이사 광산구청 교육협력관] 교육 개혁, 내릴 수 없는 깃발을 다시 들자
2021년 01월 25일(월) 09:43
하정호 위민연구원 이사 광산구청 교육협력관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회복과 포용, 도약의 해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육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신년 기자회견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두 전직 대통령 사면과 부동산에 대한 첫 질의 바로 다음으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권력기관 개혁에 공수처가 있다면 교육 개혁에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국정 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하실 때 2019년까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임기 중에 가능한 것인지 추진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국가교육위원회는 2002년 이회창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처음 받아들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후 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한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그 후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대선 공약 단골 메뉴였다. 정권을 초월해 교육 거버넌스를 이루고 교육부를 개혁하자는 데 여야의 이견이 없었다. 유은혜 장관도 올해 신년사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킬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설치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 여당 인사가 과반수를 차지하기에 위원회 구성에 있어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교총에서도 반대한다. 정부안대로 유·초·중등 교육의 권한이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되고 교육부의 권한이 축소되면 교원의 지위도 지방직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다수의 힘으로 입법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지금 여야의 입장이 어떠하든 20년 동안이나 논의해 온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대입 정책으로는 도저히 미래 교육을 설계할 수 없다. 산업화 시대의 추격자 모델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교육정책이 아닌, 지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목표가 같더라도 강남 대치동의 학생과 농산어촌 학생이 배우는 내용과 방법은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한다. 지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마을의 작은 문제부터 주민들과 함께 해결해 가면서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가는 거점으로 학교가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에서 창업과 취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 마을의 작은 공방들을 서로 연계시키는 것도 지역 교육청의 역할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교원 양성 체제와 교육 과정도 바꾸어야 하고, 대입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자치와 분권이 강화되면서 생겨날 수 있는 교육 편차를 개선하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20년 동안 손대지 못한 외양간이라도 이제는 고쳐 보자. 정부안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가 그리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면 될 일이다. 강민정 의원은 여당 중심으로 과반이 되지 않게 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위원의 임기를 대통령보다 더 긴 6년으로 하자고 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 또 다수의 위원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2년 주기로 3분의 1씩 위원이 교체되도록 하자고 했다. 일부 관료들만의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교사·학생·학부모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충분한 자료와 토론 기회를 주면 누구나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전공의 파업 당시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 의대 의사 중에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공공 의대를 확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집단 휴진을 강행한 대한의사협회에서 만든 카드 뉴스였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만 받으면 그 사람의 인성이나 가치관과는 상관없이 과정과 결과를 정당화해준 사회의 민낯이었다. 성적만으로 줄 세운 사회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노략질해 왔는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를 만들었다면,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 교육 개혁의 깃발을 내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