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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가 있는 교실 … “아이들 종일 머무는 곳에 온기 불어넣고 싶었죠”
[학교 꾸민 이야기 담은 ‘다정한 교실에서 20000시간’ 출간 강진 작천중 강정희 교사]
전교생 15명…교실에 소파·텐트 비치해 학생들 공동 여가생활
광주·순천으로 문화 나들이…강 교사 “좋은 기억 가진 사람이 행복”
2021년 01월 14일(목) 22:00
강정희 강진 작천중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꾸민 이야기를 담은 ‘다정한 교실에서 2만시간’을 펴냈다. 소파와 텐트가 놓인 교실에서 포즈를 취한 강교사와 학생들.
강진 작천중 2학년 교실에는 4인용 기다란 소파가 있다. 한쪽에는 그늘막 텐트도 놓여 있다. 아이들은 때론 이곳에서 1박을 하며 책도 읽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소파가 있는 교실은 우리 학교밖에 없을 거”라며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문 앞엔 ‘2-1’이라는 학급 팻말과 함께 아이들이 손으로 꾸민 ‘늘 푸른 북카페’ 팻말도 달았다.

강정희 교사는 학생들과 자주 문화 나들이를 떠난다. 몇년전에는 광주 클래식음악감상실 ‘베토벤’에서 이해인 수녀와 만난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순천의 동네 서점 ‘심다’와 ‘서성이다’에 갔을 때나 동네 카페에 갔을 때 아이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공간에 머물며 행복해 하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카페나 책방처럼 꾸며보면 좋겠다.”

언젠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을 땐 객실 창에 걸린 하얀 시폰 커튼과 차창 밖 집집마다 놓여 있던 붉은 제라늄을 보고 위로를 받으며 “유소년기를 횡단하는 내 아이들의 여정, 네모난 학교에 시폰 커튼을 달아주고, 붉은 제라늄을 놓아줘 매일의 등교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설레는 여행이 되도록 교실을 다정하게 다듬자”는 생각도 했다.

강 교사는 학교 공간 혁신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건물을 파격적으로 설계해 짓거나 산뜻하게 원색 페인트로 칠하거나, 특이한 디자인의 가구를 배치하는 대신 ‘작고 작은 것’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학교를 변화시켜 나갔다. 아이들의 책상에 예쁜 패브릭으로 만든 책상보를 깔아주거나, 교실에 명화 액자를 걸어두고, 저렴하게 구입한 조화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치장했다. 지인들이 처분한 가구나 집에서 가져온 물품들도 학교 꾸미기에 근사한 장식품이 됐다. 작천중학교는 전교생이 15명에 불과한 미니학교여서 작은 시도들을 해보기 안성맞춤이었다.

강 교사는 최근 학교 공간을 변화시킨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책 ‘다정한 교실에서 2만시간’(살림터)을 펴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2만시간’은 유치원부터 초중고 12년간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말한다.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은 행복합니다. 인간의 기억은 어떤 ‘공간’에서의 기억일 때가 많지요. 동네 책방이나 카페에 가면 마음이 포근해지잖아요. 아이들도 이곳에 가면 표정이 달라져요. 학교는 학생들에게 집이나 마찬가지인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은 너무 황량하고 삭막하죠. 책상에 소박한 책상보를 하나 깔아주었을 뿐인데도 아이들은 너무 행복해 해요. 이처럼 교실에서 온기가 느껴지면 학교 폭력같은 것도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낭만적인 생각들도 하게 됩니다.”

강 교사는 교실 운동장 쪽 창가엔 혼자 있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시 쓰는 탁자’라는 이름을 붙인 책상 하나를 놓아두었다. 예쁜 꽃무늬 천을 깔고 다육이가 놓인 탁자에서 아이들은 글을 쓰거나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시골이다 보니 가정방문을 가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방청소를 한다. 최근에는 명화 액자를 선물해 주고 벽에 건 후 인증샷을 보내라고 했다. 아이들의 또 다른 공간인 ‘자신의 방’을 꾸미는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책에는 학교를 꾸민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과 만들어간 아름다운 추억들도 실렸다. 강 교사는 앞으로 소설집도 출간할 계획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