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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survive’
2021년 01월 13일(수) 09:30
지난 1월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새해맞이 행사가 펼쳐졌다. 예년 같으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100만 여명의 인파와 화려한 볼거리로 불야성을 이뤘지만 올해는 180도 달랐다. 코로나19로 뉴욕판 ‘제야의 종’ 행사인 ‘타임스퀘어 볼드롭’(Times Square ball drop)이 취소된 데다 초대장을 받은 40여 명 만이 참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온라인으로 중계된 기념공연은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BTS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참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글로리아 게이너(71·Gloria Gaynor)가 무대에 오른 것이다.

칠순의 여가수가 타임스퀘어에 초대된 건 그녀의 대표곡 ‘I will survive’(나는 살아남을 거야) 덕분이다. 1978년에 발표된 이 곡은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흘러간 노래’이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 송’으로 수십년 만에 역주행한 것이다. 비록 화려한 조명도 없고 관객들의 우뢰같은 박수도 없었지만 그녀는 마스크를 쓴 채 띄엄 띄엄 서 있는 수십 명의 청중을 향해 ‘I will survive’를 외쳤다.

그나마 뉴욕의 새해맞이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에 비하면 행복한(?) 편인 것 같다. 1932년 시작된 이후 2차 세계대전 중에도 거르지 않는 등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음악회이지만 올해는 단 한명의 관객이 없는 비대면 공연으로 열린 것이다.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9)도 유례없는 무대가 낯설었는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텅빈 객석을 향해 가볍게 묵례만 한 뒤 지휘봉을 잡았다. 여느 때 같으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전주에 맞춰 신년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지만 이날은 볼 수 없었다. 특히 신년 음악회에선 관객 대신 단원들이 1인 2역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우렁찬 행진곡 연주가 끝나도 관객들의 박수가 들리지 않자 연주를 마친 단원들이 스스로 무대를 발로 구르며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건 앙코르곡인 ‘라데츠키 행진곡’의 선율이었다. 비록 경쾌한 리듬과 박자에 맞춰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은 없었지만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빈 필하모닉의 연주는 전 세계 ‘랜선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2021 신축년이 밝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 한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특히 무대가 사라진 예술가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쳐선 안될 터.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 처럼, 폭풍성량으로 ‘I will survive’를 불러 맨하튼 밤의 정적을 깬 노 가수처럼 조금만 더 버티자.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므로. “I’ve got all my life to live, and I’ve got all my love to give(아직 살아야 할 인생이 남았고, 줘야 할 사랑이 남았어)/And I’ll survive, I will survive(난 살아남을 거야).”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