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문화현장-김냇과] 의술로 질병 치료 … 예술로 마음 치료
박헌택 대표, 지역 예술인 후원 ‘문화 메세나’
매월 1회 공연 ‘아트 콘서트’ 대표 브랜드로 성장
기획초대전·청년작가 공모전 등 플랫폼 외연 확장
매월 1회 공연 ‘아트 콘서트’ 대표 브랜드로 성장
기획초대전·청년작가 공모전 등 플랫폼 외연 확장
![]() 지난달 김냇과 후원으로 열린 강운 작가의 ‘마음산책전’은 지역 미술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사진 제공=김냇과> |
지난달 26일 저녁 광주 대인시장 인근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김냇과’(대표 박헌택·광주시 동구 구성로 204번길))에선 오랜 만에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울려 퍼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근 1년간 멈췄던 음악회가 올해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열리는 ‘김냇과 아트콘서트’다. 원래는 삭막한 도시에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뜻으로 ‘도시락(樂)콘서트’로 불렸지만 아트콘서트라는 근사한 타이틀로 새롭게 변신했다. 굳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단돈 1만원만 내면 도심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무대다.
아트콘서트가 김냇과에 둥지를 틀게 된 데에는 기획자 황혜연(어썸오케스트라 단장)과 박헌택 영무건설 대표의 공이 크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활동하느라 잠시 아트콘서트를 떠난 황씨가 2년 전 자신이 맡고 있는 단원들의 활동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박 대표에게 상설콘서트를 제안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평소 지역의 문화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박 대표는 대관료 부담없이 음악인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공간과 운영(출연료, 무대세팅)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뜻을 같이하는 지역 인사 10명이 ‘아트콘서트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관객들이 낸 1만원의 입장료 등으로 단원들의 출연료와 공연 비용을 부담했다. 박 대표의 헌신과 관객들의 열정 덕분에 아트콘서트는 김냇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떠올랐다.
최근 김냇과는 또 한번 의미있는 문화메세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름 아닌 지역작가 후원사업이다. 코로나19로 창작여건이 녹록치 않은 작가들을 위해 작품 구입을 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1년간 매월 1천만원씩 총 1억 2천만원을 후원한 통큰 지원이었다. 주인공은 중견서양화가 강 운(55). 지역의 대표적인 작가인 강 씨가 온전히 새로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작비를 댄 것. 작품의 변화를 모색하던 그는 박 대표의 따뜻한 후원 덕분에 기존의 분위기와는 다른 신작들을 선보여 관람객은 물론 미술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마음산책’을 주제로 김냇과(10월18~11월 14일)에서 열린 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작가의 달라진 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 신작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존의 작품들이 주로 구름, 공기 등 관조적인 시선을 담고 있었다면 50여 점의 신작들은 전시 주제에서 엿볼 수 있듯 심상을 들여다 본, 치유의 언어를 들려줬다.
전시장에 만난 강운 작가는 이번 신작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박 대표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개최한 그는 예상과 달리 얼어붙은 미술시장으로 작품 판매가 여의치 않자 크게 낙담했다. 당시 해운대 부근에 호텔을 건립하느라 부산에 머물렀던 박 대표는 지역작가의 대형 전시회 소식을 듣고 뿌듯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지만 얼마 후 강 작가로 부터 성과가 미흡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경제적인 여건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강 작가의 말을 들은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년동안 제작비를 지원하는 MOU를 체결했다. 평소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강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로 한 박 대표는 지역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작품 구입 대신 1년간 제작비를 지원하는 메세나 문화를 실천한 것이다.
사실 김냇과의 문화나눔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지난 2009년 전국 최초로 시도한 ‘영무예다음 창작스튜디오’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작가들의 공간으로 내주거나 아파트 한동 1층 전체를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청년작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제공한 파격적인 프로젝트였다. 당시 이 곳에 입주한 백준선, 장현우 작가는 자신들의 재능을 주민들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전개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지난 2017년 문을 연 김냇과는 예술과 기업 후원이 어우러진 문화아지트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병원 건물이었던 이 곳을 구입한 영무예다음은 지리적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거리와 가까운 장소성에 주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한층당 330㎡(100평) 크기다. 70~80년 대 의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했던 병원 처럼 예술로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골목길에 위치해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코발트색 외벽 때문에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인테리어도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손질만 한 덕분에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긴다.
지하는 갤러리, 1층은 카페 겸 아트 숍(지역작가들의 아트상품 판매), 2층은 도서관 겸 전시장, 3~4층은 호텔로 꾸며져 있다. 기획전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박 대표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소장품들이 전시되는 데 쟝사오강, 서세옥 등 유명 작가에서 부터 하루 K, 사진작가 김영태 등 지역 청년작가까지 다양하다.
개관 초기 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조승기씨가 기획에 참여해 개관 3년 만에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트콘서트를 비롯해 기획초대전, ‘청년작가 공모전’ 등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한 ‘청년작가 공모전’은 김냇과의 비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업이다. 입체, 평면, 영상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 서 활동하는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종 6명을 선정한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청년작가에게는 개인전과 리플렛 제작 등을 지원하며 우수 작품은 김냇과에서 직접 매입해 소장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처음 신설된 ‘김냇과 청년작가 공모’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자 비엔날레도시의 위상에 맞는 지역 청년작가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게 목표”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시각예술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힙합 등 음악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김냇과는 영무예다음 사옥이 있는 광주문화재단 인근에 ‘김냇과2’를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꿈꾸고 있다. 이 지역에 4층 건물(200평), 2층 건물(60평) 등 오래된 건물을 구입해 조각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다름아닌 조각의 거리 프로젝트다. 현재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작가는 손봉채와 신호윤. 사옥에 들어서 있는 갤러리와 김냇과 2, 광주문화재단 건물, 그리고 최근 지인으로 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건물을 연결해 조각의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김냇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아트콘서트’ |
‘마음산책’을 주제로 김냇과(10월18~11월 14일)에서 열린 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작가의 달라진 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 신작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존의 작품들이 주로 구름, 공기 등 관조적인 시선을 담고 있었다면 50여 점의 신작들은 전시 주제에서 엿볼 수 있듯 심상을 들여다 본, 치유의 언어를 들려줬다.
전시장에 만난 강운 작가는 이번 신작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박 대표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개최한 그는 예상과 달리 얼어붙은 미술시장으로 작품 판매가 여의치 않자 크게 낙담했다. 당시 해운대 부근에 호텔을 건립하느라 부산에 머물렀던 박 대표는 지역작가의 대형 전시회 소식을 듣고 뿌듯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지만 얼마 후 강 작가로 부터 성과가 미흡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경제적인 여건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강 작가의 말을 들은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년동안 제작비를 지원하는 MOU를 체결했다. 평소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강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로 한 박 대표는 지역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작품 구입 대신 1년간 제작비를 지원하는 메세나 문화를 실천한 것이다.
사실 김냇과의 문화나눔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지난 2009년 전국 최초로 시도한 ‘영무예다음 창작스튜디오’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작가들의 공간으로 내주거나 아파트 한동 1층 전체를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청년작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제공한 파격적인 프로젝트였다. 당시 이 곳에 입주한 백준선, 장현우 작가는 자신들의 재능을 주민들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전개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 광주문화재단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김냇과2’ 전경 |
지하는 갤러리, 1층은 카페 겸 아트 숍(지역작가들의 아트상품 판매), 2층은 도서관 겸 전시장, 3~4층은 호텔로 꾸며져 있다. 기획전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박 대표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소장품들이 전시되는 데 쟝사오강, 서세옥 등 유명 작가에서 부터 하루 K, 사진작가 김영태 등 지역 청년작가까지 다양하다.
개관 초기 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조승기씨가 기획에 참여해 개관 3년 만에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트콘서트를 비롯해 기획초대전, ‘청년작가 공모전’ 등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한 ‘청년작가 공모전’은 김냇과의 비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업이다. 입체, 평면, 영상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 서 활동하는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종 6명을 선정한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청년작가에게는 개인전과 리플렛 제작 등을 지원하며 우수 작품은 김냇과에서 직접 매입해 소장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처음 신설된 ‘김냇과 청년작가 공모’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자 비엔날레도시의 위상에 맞는 지역 청년작가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게 목표”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시각예술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힙합 등 음악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김냇과는 영무예다음 사옥이 있는 광주문화재단 인근에 ‘김냇과2’를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꿈꾸고 있다. 이 지역에 4층 건물(200평), 2층 건물(60평) 등 오래된 건물을 구입해 조각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다름아닌 조각의 거리 프로젝트다. 현재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작가는 손봉채와 신호윤. 사옥에 들어서 있는 갤러리와 김냇과 2, 광주문화재단 건물, 그리고 최근 지인으로 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건물을 연결해 조각의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