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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주년 맞은 ACC의 ‘비애’
2020년 11월 25일(수) 10:00
최근 워싱턴 D.C 자리한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이 국제 미술계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워싱턴과 뉴욕에 19개의 미술관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미술관 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조금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장기폐쇄되면서 적자가 늘어나자 정규직 239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연간 운영비의 70%를 연방 정부로 부터 충당해왔지만 나머지 30%를 조달하지 못해 인원감축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문화예술계 지원에 약 2조3천억원을 투입하는 긴급구제계획을 발표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문화예술 분야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번 긴급지원에는 런던의 아이콘인 테이트모던 미술관도 포함됐다.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영국 정부는 2000년 개관 당시부터 예산의 70%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기업의 지원이 늘면서 정부 예산을 40%로 낮추는 등 재정 자립을 보였지만 코로나19를 맞아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ACC)의 운영주체를 정부 소속으로 연장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아특법)개정안이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문체위 문화예술소위원회에서 배제돼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015년에 개정된 ‘아특법’에 따르면 전당은 올해까지 정부가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관련단체나 법인이 운영을 맡게 된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이원화(아시아문화원, 전당)로 돼 있는 구조를 정부로 일원화 하고 법의 발효기간을 2026년에서 2031년까지 5년 연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비용이 많이 소요될 법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개정법안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회기내에 국회를 통과되지 못하면 전당은 국가소속기관의 지위 상실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매년 55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법인이 확보해야 한다.

25일은 전당이 공식개관한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광주의 장밋빛 미래를 담은 국책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동시대 현대예술의 발신지라는 정체성으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나 콘텐츠가 많다. 이 때문에 여전히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전당이 수백 원억의 운영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전당의 정상화를 위한 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스미스소니언이나 테이트모던처럼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정부의 예산을 받는 건 재정자립이 얼마나 어려운 지 말해준다.

국민의힘의 ‘딴지’를 보니 문득 지난 2015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몽니’가 떠올라 씁쓸하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매년 800억 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전당관련 법안을 당리당략에 따라 (여야)빅딜로 통과시켰다”며 지역사업으로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혹여 전당에 대한 국민의힘의 인식이 5년 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