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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리회’ 이순심 이사장 “성폭력 없는 사회 위해 성인지 교육 시급합니다”
[여성폭력 방지 공로 국무총리 표창]
성매매 여성·아동 피해자에 ‘범죄자’ 인식…피해자로 인정 못받아
사회 속 멘토 시스템 필요…“힘겨운 여성·청소년에 희망 주고 싶어”
2020년 11월 25일(수) 00:00
이순심(여·65) (사)나누리회 이사장이 25일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진행하는 ‘제1회 여성폭력 추방주간’에서 여성폭력 방지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을 받는다.

이 이사장은 지난 1990년대부터 20여년 동안 전남 지역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를 돌봤고 성매매 피해자·피해아동 지원에 힘썼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이하 한소리회) 상임대표을 맡아 왔으며,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 위원 여성폭력방지상담원 처우개선을 위한 모임, 전국피해지원시설 성매매피해상담소 비상대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가 여성 관련 활동을 시작한 건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소리회에 처음 가입했던 그는 성매매 피해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윤락법’ 개정을 위한 여성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1995년. 남편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그는 그 이후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한다.

“주변에 힘든 사람과 배고픈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흔 살에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요. 그 중 여성과 아동·청소년 분야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그는 1996년부터 여수·순천 등에서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원으로 자원봉사를 해 왔다.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 이듬해인 2005년 (사)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이후 (사)나누리회, 청소년 쉼터 ‘헤아림’, 아동청소년상담소 ‘다움’ 등을 만들었다.

“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세상에 건강하지 못한 가정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탈하는 청소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어려움을 털어놓을 곳 조차 없었지요. 가정이 무너졌던 저 또한 많이 힘들었지만, 사람들을 도우면서 삶의 의지를 얻었죠.”

이 이사장은 (사)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를 통해 성매매 피해 여성 긴급구조는 물론 법률·의료 지원, 심리치료 등 서비스도 제공해줬다. 강의료를 받지 않고도 전국을 찾아다니며 양성평등 예방교육, 가정폭력,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손인형·탈을 이용하는 유치원생을 위한 성교육도 개발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아동폭력을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은 널리 퍼진 데 비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아직도 국민들 인식 속에서 ‘범죄자’다. 이 선입견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발적 성매매인데 국가가 왜 도와주냐’는 편견이 지금도 팽배해요. 성매매 피해 아동을 ‘어른을 꾀는 나쁜 아이’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죠. 성인지 사고가 변하지 않으면 성매매 피해자가 온전히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미래 아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성교육이 절실하지요.”

그는 또 피해자뿐 아니라 성폭력 가해자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해자들도 사회 시스템이 낳은 피해자로, 누군가 멘토가 있었더라면 범죄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6월 퇴직했는데, 여가부·인권진흥원과 매일같이 회의·자문을 하느라 은퇴 전·후가 구분 안 될 정도로 바쁘다(웃음)”며 “앞으로도 세상에 낙인찍혀 겉돌고 있는 청소년들과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