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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바 ‘성업 중’…단속은 ‘휴업 중’
유행처럼 번지는 카지노바 가보니
2020년 10월 20일(화) 00:00
지난 주말, 광주시 서구 치평동 한 술집을 찾아갔다. 간판에 카드 게임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과 도박 용어가 적히 간판을 빼고 외양만 보면 주위 술집과 다를 게 없다.

여자종업원이 “게임하러 오셨냐, 해보셨냐”고 묻더니 한쪽으로 데려가 참가자 명단에 적고 1인당 10만원을 선불로 받는다. 그만큼 칩을 나눠주더니 손님 8명을 한 테이블로 모아 게임을 시작했다. 업소 종업원은 “코로나 전만 해도 4개 테이블이 모두 찼고 밖에 대기열도 있었다”고 귀뜸했다.

칩을 모두 잃은 손님들이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을 주고 충전해 게임에 다시 참여했다. 1게임당 한 번에 최대 20만원까지 충전이 가능했다. 한 번 게임에 200만원까지 판 돈이 올랐다. 칩은 백화점 상품권으로도 교환이 가능하다.

인근 다른 업소도 비슷했다. 이 업소는 남성고객 1인당 6만원씩의 ‘입장료’를 선불로 받는다. 나머지는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광주 도심 곳곳에서 ‘카지노’형태의 술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행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시설임에도 경찰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는데다, 행정기관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광주서부경찰과 서구청 등에 따르면 카지노 형태의 신종 업체가 광주시 상무지구와 용봉동, 첨단 상업지구 등을 중심으로 운영중이다.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홀덤 등의 게임테이블을 설치한 것이 특징으로, 술과 양주 등의 주류와 안주는 별도 판매하며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6~10만원의 참가비로 칩을 교환해야한다.

현행법(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별법)은 ‘사행행위영업을 하려는 자는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사행행위가 아니라며 손님을 끌고 있다. 칩을 현금으로 환전하지 않고 일종의 경품으로만 교환하니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경찰도 칩을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교환하는 현장을 적발하지 않으면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기껏 단속하는 게 식품위생법 위반 정도다.

현재 영업중인 ‘카지노바’ 대부분은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운영중으로, 홀덤·바카라 등 카지노 영업장에 설치되는 시설을 설치해서는 안된다. 경찰은 이같은 점을 근거로 단속에 나서는 것이다.

도박장을 개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식품위생법 위반(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강하지만 현재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광주서부경찰은 이 때문에 올 들어 카지노바 형태의 일반음식점 6곳(18건)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만 입건〈광주일보 10월 16일 6면〉, 서구청에 통보했다. 2017년 1건, 2018년 2건, 2019년 1건 등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급증세다. 업소당 많은 곳은 7건, 평균 3회 이상 적발됐지만 문을 닫은 곳은 없다는 게 구청측 설명이다. 오히려 도심 곳곳에 전단지를 뿌려대며 적극적 손님 끌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카지노바에 대한 문제점에도 불구, 일반음식점의 허가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자치단체들이 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게임기 철거나 영업정지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강건너 불구경’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박관리문제선터 광주전남센터 관계자는 “홀덤 등을 하는 카지노바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박”이라며 “홀덤바 뿐만 아니라 성인 오락실 등 모두 도박에 해당하지만 관련 법규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거나 입증이 어려운 탓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