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의 추운 마음 ‘사랑’이 치료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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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추운 마음 ‘사랑’이 치료약입니다”
[40년 째 기부 실천 배광수 나은약국 대표]
사랑의 모금함 꾸준히 적립해 13년 째 초록 어린이재단에 전달
복지시설 10여곳에도 매달 기부…“나눔은 결국 내 자신 위한 일”
2020년 09월 28일(월) 00:00
봉선동에서 ‘나은약국’을 운영 중인 배광수(79)씨에게는 감춰둔 보물 상자가 있다.

약국 카운터 옆 약상자 사이에 숨겨 둔 녹색 저금통이 바로 그것. 배씨는 ‘사랑의 모금함’이라 적힌 이 상자에 매일 아침 1000원짜리 지폐를 하나씩 넣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폐가 최대한 많이 들어갈 수 있게 돌돌 말아서 넣어둔다는 배씨. 3~4개월 잔돈을 모아 저금통이 가득 차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달한다. 약국 문을 연 이후 13년 동안 이를 반복해 온 배씨는 어느새 기부가 일상이 돼 버렸다.

최근 만난 배씨는 “별로 대단치도 않은 일이다”며 손사래 치면서도 “작은 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으니, 내 자신을 위해 모으는 셈이다”며 웃었다.

그의 ‘나눔’은 한 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매월 1만원씩 자동이체를 통해 다른 사회봉사단체에도 기부를 하고 있다. 인애복지관, 귀일원, 소화자매원 등 기부처만 10여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기부처 중 5여곳은 성당을 통해 이뤄졌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잠비아, 페루 등 해외선교·봉사 활동에도 기부금을 보탰다.

“인애복지관, 소화자매원 등 모두 약국 근처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이지요. 이 곳 환자분들이 우리 약국에서 자주 약을 타 가거든요. 그 분들이 저를 도와주니, 저도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성당 활동이나 소식지 등을 통해서도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데,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기부를 하게 돼요.”

이처럼 다양한 기부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기부를 일일이 기억하면서 하진 않는다(웃음)”며 “특별한 계기도, 의도도 없었다. 우연히 하나씩 소식을 접해 기부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첫 기부를 시작한 건 무려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대 시절 우연히 순천 SOS어린이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기부금을 낸 것이 시초였다.

“세계 2차대전 후 독일 헤르만 그마이너 박사가 설립했다는, 고아들을 위해 가정을 만들어 주는 단체였죠. 저는 늘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이들이니까요. 그렇게 40년 전 1만원을 기부하고, 이후 한번, 두번 습관처럼 기부를 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배씨도 삶에 여유가 있어서 기부를 해 온 게 아니다. 회사를 다니거나, 개인 사업을 해 왔던 그는 19년 전, 60대에 접어들어서야 약국 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송정리, 월산동, 충장로를 오가며 약국을 운영해 온 그는 “그야말로 ‘고생 끝에’ 봉선동에 안착했다”고 돌아봤다.

힘든 삶 가운데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눔을 계속해 온 그에게 기부는 더이상 특별한 게 아니다. “기부하면서 딱히 뿌듯하거나, 감동적이었던 기억은 없다”는 그다. 그러면서도 1년에 4번, 저금통이 가득 찰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에게 기부는 삶의 즐거움 그 자체다.

“큰 돈도 아니고, 많아야 한달 십수만원인데 기부를 그만 둘 이유가 있나요. 약국을 계속 운영하는 한 당연히 계속할 거에요. 혹시 약국 문을 닫더라도, 당장 여력이 없진 않으니 기부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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